잇따른 관객의 뜨거운 환호받은 베버의 삼중주와 카미유 생상의 칠중주

글: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피아노, 플루트, 첼로를 위한 삼중주나 피아노, 트럼펫, 현악기를 위한 칠중주 등이 이렇게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공연이 있었던가?

마스크(Mask)의 중의적 의미를 부각했던 2022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7월 23일 저녁 있었던 폐막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관현악의 화려한 피날레로 통상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폐막공연을 책임지던 예년과 달리 삼중주와 칠중주, 모음곡 등으로 올해의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공연이 차분히 마무리 지어지던 것이 무척 올해의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추억으로 인상적으로 남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폐막공연의 후반부 연주곡 버르토크의 “대비(Contrast)"나 슈트라우스의 모음곡을 전반부에 연주하고 뜨거운 관중의 환호를 받은 베버의 피아노, 플루트, 첼로를 위한 삼중주나 카미유 생상의 피아노, 트럼펫, 현악기를 위한 칠중주 등을 후반부 연주곡으로 배치해 폐막공연을 진행했더라면 더욱 뜨거운 피날레의 분위기를 연출했을 듯싶다.

올해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주제테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엔데믹 시대에 걸맞은 ‘마스크(Mask)'였다. 7월 2일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첫날 개막공연에서도 연주곡들이었던 프레데릭 르제프스키의 “대지에”나 조지 크럼의 “마스크를 쓴 세 명의 연주자를 위한 고래의 노래”가 이런 ’마스크‘의 중의(衆義)적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상징적 의미가 담긴 첫 연주곡들이었으나,

보다 무게가 실린 중의를 전달하기 위해선 오히려 이날 첫날 개막공연에서 후반부에 연주되었더라면 올해의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관객들에게 호감을 사기에 좋았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올해의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은 관현악곡의 연주가 아쉽지않은 삼중주, 칠중주, 모음곡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특징을 보였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올해의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은 관현악곡의 연주가 아쉽지않은 삼중주, 칠중주, 모음곡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특징을 보였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공연, 관현악곡 연주 아쉽지 않은 삼중주, 칠중주, 모음곡 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

내 개인적으로 올해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서울에서의 일정상 7월 2일 있었던 개막공연과 7월 16일 토요일 주말에 있었던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7월 23일 토요일 저녁의 폐막공연에 참석했다.

화분을 두드리며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 찬가” 중의 한 편,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를 읊으며 실험적이고도 참신한 무대를 선보인 7월 2일의 첫날 개막공연은 타악기 주자 메튜 에른스터가 무대에 올라 지난해 작고한 프레데릭 르제프스키의 ‘대지에’를 연주하며 음악제의 시작과 흥분을 알렸다.

두 번째 곡으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함께 마스크를 쓰고 조지 크럼의 ‘고래의 노래’를 연주했는데 파격의 연속으로 이번 음악제의 주제인 ‘마스크’와 맞닿아있는 곡으로 몽환적인 푸른빛의 조명과 연주자들이 쓴 가면만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2부는 대관령을 처음 찾는 두 사중주단의 무대로 꾸며져 먼저 세계 최고 권위의 위그모어홀 국제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한 에스메 콰르텟이 무대에 올라 좌중을 휘어잡는 코른골트의 현악 사중주 2번을 선보인 후, 프랑스 출신 모딜리아니 콰르텟과 함께 멘델스존 현악 팔중주를 연주하며 처음 합을 맞췄다.

이날 공연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하지 못한 모딜리아니 콰르텟 비올리스트 로랑 마르팡의 자리를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대신했으나 조화롭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어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에 힘입어 예정에 없던 F. MENDELSSOHN - String Octet in E flat major, op. 20 III. Scherzo의 앙코르를 선사하며 개막공연을 마무리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된 16일 공연에는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가 평창 무대의 데뷔지휘봉을 잡아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풍부한 에너지로 열정 넘치게 지휘하는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와 그의 리더십에 호응하듯 일치된 합의 무대를 선사해 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력에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올해의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II-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인상적 연주는 지휘자인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의 강력한 비전과 명료함을 지닌 타고난 음악적 리더로서 그의 인간적인 카리스마와 풍부한 에너지, 열정과 예리한 지성을 골고루 갖춘 독창성에 많이 힘입은 바가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산뜻하고 눈에 띈다는 평과 그래서 오케스트라가 아닌 지휘자만 보인다는 평의 블로그들의 글도 다수 있었다.

극도로 섬세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연주 내내 부각되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의 연주는 로베르토의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데뷔 무대치고는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로베르토가 최근 몇 년간 아시아투어를 함께 진행한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최근 7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던 곡의 기쁨과 역동적 라인을 강조하던 지휘 모습을 개인적으로 연상시켰다. 

폐막공연은 삼중주, 칠중주, 모음곡 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베를리오즈나 베토벤 교향곡 등으로 마무리되던 이전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관현악 폐막공연에 비해 화려함은 없었다.

 

잇따른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낸 베버의 삼중주와 카미유 생상의 칠중주를 선보인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
잇따른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낸 베버의 삼중주와 카미유 생상의 칠중주를 선보인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

 

참고로 최근 3년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은 전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폐막공연의 무대를 장식해 2021년은 리오 쿠오크만의 지휘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과 라벨의 왈츠가 연주됐고 2020년에는 정치용 지휘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베토벤교향곡 5번의 연주를 이끌었다.

2019년에는 파블로 곤잘레스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파의 지휘를 이끌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지휘했다. 그렇지만 올해의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삼중주와 칠중주, 모음곡 등의 연주곡이었음에도 예상할 수 없었던 관객의 뜨거운 반향을 받은 폐막공연의 진풍경으로 남을 듯하며 폐막공연 날 밤에 내린 평창의 비는 올해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듯싶었다.

더욱 국제화된 평창대관령음악제로 가기 위한 향후의 관건 숙제

봄과 가을 등 일 년에 연주회의 두 번 음악제를 개최하는 것은 국내에서 일부 서울국제음악제 등도 있지만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여름 휴가철과 겨울에 음악제를 국내의 휴양지에서 개최하는 것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유일한 음악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국내 강원도에서 열리는 휴양지 음악제로서는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루체른 음악 페스티벌 등 유럽의 유명음악제에 견줘서도 이제는 그 연혁이나 최근의 연주 질적 양적 프로그램 측면에서 국내의 대표적 휴양지 음악제로 정착된 것 같다.

국내에서 열리는 몇몇 휴양지 음악제나 DMZ 관련 음악제들이 자체 콘서트홀도 갖지 못한 채 현장의 열악한 악조건에서 개최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여름음악제나 겨울음악제 모두 평창알펜시아콘서트홀이나 뮤직텐트등의 음향의 어쿠스틱 측면에서 서울의 대형콘서트홀 등에 못지않게 훌륭히 조성된 알펜시아 뮤직텐트와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국내외 최정상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연주의 향연을 펼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2023년 성년 20년을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올해는 ‘Mask'를 주제 테마로 7월2일부터 7월23일까지 역대 최장의 3주간 음악제를 강원 평창 알펜시아콘서트홀 및 뮤직텐트에서 펼친 것은 지난해 2021년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2021이 펜데믹의 와중이다 보니 2월 5~7일 소프라노 임선혜가 출연한 성악 프로그램 '달콤한 고요', 노부스 콰르텟이 꾸민 실내악 공연 '묵상', 그리고 앙상블 더브릿지오케스트라의 '발자국' 등 단 세 차례의 3일간의 공연에 그친 것에 불과하면 엄청난 펜데믹 탈출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17년의 경우 본토 솔리스트들이 출연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을 무대에 올리고 2019년 제16회 음악제의 경우 쉔베르크의 정화된 밤 6중주 연주가 유럽 무대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의 멋진 연주였다는 평을 받는 등 유럽의 휴양지 음악제에 버금가는 손색없는 내용으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보다 국제화된 휴양지음악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 톱클라스의 오케스트라의 음악제 기간에 초청공연과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등의 세계무대에서 네임밸류가 높은 해외 솔리스트들의 음악제 기간중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의 공연 확대 추진 섭외 등이 더 국제화된 평창대관령음악제로 가기 위한 향후의 관건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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