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상표라도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 있어
유사한 상표로부터 수요자 혼동 방지

사진=크로커다일 홈페이지
사진=크로커다일 홈페이지

[문화뉴스 김진주 기자] 패션과 악어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악어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 거대한 파충류로, 거대한 입과 무서운 이빨이 특징적인 동물이다. 다소 험악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동물인 만큼 패션을 떠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악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패션계에는 유명한 악어 형제가 있다.

사진=라코스테, 크로커다일 제공 / 라코스테 상표(위) 크로커다일 상표(아래)
사진=라코스테, 크로커다일 제공 / 라코스테 상표(위) 크로커다일 상표(아래)

위 이미지들은 각각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의 상표이며, 양 상표 모두 악어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에 각별한 노력을 쏟고있는 두 브랜드는 실제로 그 명칭뿐만 아니라 악어의 이미지만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패션과 악어를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도, 이 두 악어들은 패션계에서 유명한 악어들이다.


왼쪽 악어, 오른쪽 악어

하지만 비록 악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라코스테는 193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브랜드이며, 크로커다일은 1947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양 브랜드는 서로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미지 내의 영글자 ‘LACOSTE’와 ‘Crocodils’를 빼고 본다면, 수요자에게 라코스테의 악어와 크로커다일의 악어는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타인의 브랜드와 혼동의 여지가 있는 것은 어느 브랜드에게나 반가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가 ‘해당’ 제품이 ‘해당’ 회사의 제품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겹쳐보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실제로 ‘라코스테’측이 ‘크로커다일’에게 2009년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걸게 되는데, 패션계에 다시없을 세기의 악어대전이 일어난 것이다.

왼쪽이 사례의 라코스테 등록상표, 오른쪽은 당시 크로커다일 측에서 사용한 상표
왼쪽이 사례의 라코스테 등록상표, 오른쪽은 당시 크로커다일 측에서 사용한 상표

상표권은 상표등록 신청제도에 의해서, 상표원부에 등록되면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유명한 상표의 모방방지나 수요자의 보호 등을 위해서 등록된 상표를 취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라코스테 측에서 취한 조치도, 수요자들의 혼동 방지를 이유로 크로커다일 측의 상표권을 취소시키는 것이었다.

위의 사진 중 왼쪽 악어가 해당 사례에서 라코스테 측이 가지고 있던 상표권이다. 상표등록시에는 상표 구성부분 각각을 보호하고자 여러 구성 요소 중 사례처럼 이미지만을 별도로 다시 등록시키는 경우가 있다.

라코스테의 등록상표와 당시 ‘크로커다일’이 사용하던 상표(오른쪽)을 비교해보자. 크로커다일이 명시돼있긴 하나 그 정도가 옷감과 색이 매우 유사해 악어 이미지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현재 두 상표를 나란히 비교했을 때는 어느 정도 양 상표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수요자들이 이러한 직접적 대비없이 백화점이나 옷가게에서 이를 구별해낼 수 있을까?


대법원의 객관적 판단 2010후3462

사건 실사용상표가 사용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사건 대상상표의 사용상품과의 사이에 상품 출처의 혼동을

일으키게 우려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것이다.

( 2011. 5. 26. 선고 )

대법원의 대답은 “No”였다.

일반 수요자들은 양 상표를 대비•비교해서 볼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 라코스테 상표가 인식된 정도, 상표 부착위치가 왼쪽 가슴으로 동일한 점을 미루어 보아 수요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크로커다일의 상표권은 등록이 취소됐다. 일정시간이 지난 후 크로커다일은 다시 상표등록을 받게 되었지만, 해당 판례로 인해 기존처럼 악어 이미지만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상표를 사용할 수는 없게 되었다.


브랜디 이미지의 캐릭터화

상표를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도 어렵지만 해당 상표를 통해서 즉각적으로 우리 회사와 상품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커다일과 라코스테의 악어 이미지의 사용은 매우 대단한 전략적 상표 사용이다.

사진=라코스테 홈페이지, 라코스테의 창시자 르네 라코스테
사진=라코스테 홈페이지, 라코스테의 창시자 르네 라코스테

다소 패션계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는 악어의 이미지였지만, 그 희소성으로 확실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많은 노력으로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속에서도 중복되는 이미지의 선택으로,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마다의 추구하는 스타일과 고유의 가치, 스타일을 유지하고 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브랜드들이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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