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79회, 풍요의 남쪽바다 우해를 가다
6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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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조아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 579회에서는 평생 바다에 기대 살아온 사람들과 수많은 물고기들의 보금자리. 그 옛날 귀양살이 온 조선의 선비, 김려를 감동시켰던 바다, 우해를 만나본다.

'우해이어보'의 고향에 가다 – 경남 창원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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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티마을 토박이인 이상용, 이상율 씨 형제는 풍요로운 바다, ‘우해(牛海)’에 기대어 평생을 살아온 어부 가족이다. ‘우해’는 지금의 창원 마산합포구 바다이자 옛 진해의 바다를 일컫는데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으로 사시사철 어종이 풍부한 보물창고다. 이맘때면 과거 ‘보라어’라 불렸던 볼락부터 지천에 널릴 만큼 넘쳐났던 문절망둑, 이 근방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안반어’까지 바닷가 사람들을 먹여 살린 다양한 생선들이 쉼 없이 올라온다.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철이면 율티마을 밥상을 가득 채운다는 생선들.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맛의 문절망둑은 ‘고시래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문절망둑 회를 통고추에 넣고 마늘과 집장을 얹어 먹는 ‘통고추 문절망둑 박이’는 배 위에서 허기를 채우던 어부들 추억의 음식이다. 동태 대신 보리멸에 방앗잎과 부추를 얹어 부쳐낸 지짐과 안반어 조림도 마을 토박이들만 아는 맛이다. 물고기와 조개류가 넘쳐나던 우해의 풍성함은 20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801년, 조선 문인 담정 김려는 신유박해에 연루돼 율티마을로 유배를 왔다. 그는 어민들과 부대껴 살며 인근 바다의 물고기와 어민들의 삶을 기록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다. 그러나 녹록지 않던 귀양살이에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김려, 그때 어민들은 특별한 생선 요리로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유배지였으나 언제나 풍요롭고 넉넉했던 우해와 사람들을 만나본다. 

우해 어민들의 삶과 밥상은 어땠을까?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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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년에 탈고한 '우해이어보'는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72종의 물고기와 어민들의 이야기다. 주목할 점은 칠언절구의 자작시를 통해 민중들의 삶을 그린 문학적인 어보라는 사실과 평범한 물고기가 아닌 ‘이어’(異魚) 즉, 특이한 물고기만 기록했다는 점이다. 당시 김려는 왜 우해의 물고기들이 특이하다 여긴 걸까?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우해의 물고기로 어떤 음식을 해먹었을까? 전통음식 연구가, 김경미 씨와 함께 우해의 물고기로 백성들이 먹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다 음식과 조리법을 살펴본다. 그 옛날에 바닷가 백성들도 말려두었다가 구워 먹었다는 민어 부레, 그리고 뱅어를 담가 전으로 부쳤던 특별한 식재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지금도 경상도에서 즐겨먹는다는 오징어 탕국에 오랜 서민들의 음식 젓갈과 식해, 상대적으로 화려했던 반가음식까지 오랜 선조들의 바다 음식들을 맛본다. 

오랜 선조들의 지혜 – 경남 남해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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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보에도 남아있는 오랜 선조들의 지혜를 수백 년간 이어온 곳이 있다. 김려가 ‘어뢰(魚牢)’ 즉, ‘물고기 우리’라고도 표현했던 전통적인 어로법인 '죽방렴'이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가두어 건져내는 고기잡이 방식. 이 선조들의 유산을 이어가는 어부들에게 특히 제 발로 찾아드는 오래된 손님인 멸치는 남해의 거센 물살을 이겨내 육질이 쫄깃하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우해이어보'에도 기록돼있는 것처럼 생으로 먹기도 하고, 해풍이 말려낸 부드러운 우거지와 짭조름하게 조려 먹기도 한다. 

남해 정착 10년 차인 문원식 씨가 마을에서 얻어온 남해 멸치로 새콤달콤 회무침과 남해 대표 향토 음식인 멸치조림을 만든다. 불볼락같이 낯선 물고기 이름부터, 바다에 대한 것들을 친절하게 알려준 마을 어르신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선조들의 지혜 덕분에 더욱 푸짐해진 바다 밥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오를까. 

바다 품에 사는 어부 부부 이야기 - 경남 고성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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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반이면 어김없이 고성 진해만의 바다로 나서는 이숙희 씨. 바지런한 그녀는 김려가 어보에서 말한 ‘제비처럼 날쌘 고성 어촌 아낙’과도 꼭 닮았다. 이숙희 씨와 남편 천홍기 씨가 향한 곳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일터. 어보 속 물고기 못지않게 특이한 해산물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다. 미더덕과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동그랗고 울퉁불퉁한 오만둥이다. 20년 넘게 바다에서 서로의 생명줄이 되어 함께 일해온 부부. 김려가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썼던 ‘원앙어’를 떠올리게 하는 두 사람이다. 한없이 고단했지만 그걸 이겨내게 하는 것 역시 바다였다데. 바다에 기대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먹고살았다는 이들에게 바다는 밥줄이자 생명줄이다. 바다가 아낌없이 내어준 오만둥이로 감칠맛을 낸 깍두기와 새콤달콤 회무침, 그리고 말렸다 불렸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부부처럼 진하고 깊은 맛의 대구찜까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어부 부부의 사랑 가득한 밥상을 만난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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