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82회, 가을 들깨, 임자(荏子)를 만나다
27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조아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 582회에서는 가을이 제철인 들깨를 활용한 밥상을 소개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의 깨, ‘들깨’. ‘참깨’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들깨’는 오랜 시간 우리의 밥상을 묵묵히 지켜준 친구와도 같다. 짙은 향으로 들짐승에게서 작물을 지켜주었고, 들깨로 만든 들기름은 한식의 풍미를 더해 주었다. 어디 그뿐일까. 들깨의 잎인 ‘깻잎’은 세계에서 우리만 먹는 ‘코리안 허브’가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도 결코 자랑하는 법이 없는 들깨, 지금 들녘에 그들이 여물었다. 

‘타닥타닥’ 도리깨질 소리, 고소한 가을걷이 시작되다
- 경상남도 하동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가을이 되면 시골 마을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타닥타닥', 너 한번 나 한번 주고받는 들깨 타작 소리다. 8년째 들깨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황치익 씨. 그의 들깨밭에도 수확 철이 돌아왔다. 들깨는 익기 시작하면 금세 낟알이 떨어져 버리기에 서둘러 베고 말려야 한다. 수확을 하고도 또 일주일을 기다려 바짝 마르게 둬야 하고, 그 다음 도리깨질로 들깨를 털고 나면 이물질을 일일이 걸러낸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들깨 가루로 갈아서 음식에 넣을 수도 있고, 들기름을 짤 수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예로부터 어머님들은 신선한 들기름 한 병을 짜기 위해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들깨를 꿀과 함께 절여 보약처럼 아껴먹었던 들깨꿀절임과 몇 방울만 넣어도 음식의 맛이 살아나는 들기름 나물볶음, 그리고 섬진강 사람들의 소중한 식량이었던 참게와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하동만의 들깨음식, 참게가리장까지. 가을 들깨로 차린 정겨운 시골 한 상을 만나본다.

우리의 쌈 친구 ‘깻잎’은 원래 ‘들깨의 잎’이다
- 강원도 인제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우리네 밥상을 지켜온 오랜 쌈 친구, 깻잎. 그 깻잎이 바로 들깨의 잎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워낙 깻잎의 인기가 높다보니, 깻잎만 전용으로 재배하는 ‘잎들깨’를 주로 먹지만 그 옛날에는 ‘단풍 깻잎’을 먹었었다. 들깨 수확이 먼저였기에 잎을 먹지 못하고,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노랗게 물이 든 깻잎을 먹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단풍같다고 해서 예전부터 ‘단풍 깻잎’이라고 불렀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이순희 씨의 깻잎 밭도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단풍 깻잎은 우리가 보통 먹는 깻잎에 비해, 억세고 질긴 것이 특징. 그러나 소금물에 재워 부드럽게 만든 다음 장아찌로 만들어두면 1년은 두고두고 먹을 만큼 저장성이 좋다. 선조들은 단풍 깻잎의 뛰어난 저장성을 이용해 겨울철을 대비하였다.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순희 씨도 기쁜 마음으로 단풍 깻잎을 수확한다. 단풍 깻잎으로 만든 김치와 단풍 깻잎 장아찌, 단풍깻잎전과 단풍 깻잎을 넣어 끓인 산메기 매운탕까지. 가을까지 기다렸기에 맛볼 수 있는 단풍 깻잎의 깊은 맛이 한 상 가득하다. 

산짐승도 멀리했던 짙은 향, 우리는 사랑했네
- 강원도 원주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고소한 냄새가 가게를 넘어 골목을 채우고, 동네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추억의 방앗간. 그 방앗간을 3대째 이어온 가족이 있다. 30년 넘게 방앗간을 해 온 할아버지에 이어, 8년간 기름을 짠 부모님, 그리고 방앗간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30대의 손녀까지. 모두가 들기름과는 뗄 수 없는 사이다. 특히 가족들이 강원도 토박이다 보니 참깨보다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들깨와 들기름을 주로 먹었다. 가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도 들깨순두부찌개와 들기름막국수일 만큼 들깨는 가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손녀 지연 씨가 개발한 들깨 음식은 더욱 놀랍다. 들깨 라떼와 들깨 아이스크림으로 지연 씨는 커피 못지않은 들깨의 대중화까지 꿈꾸고 있다. 과거이자, 현재, 미래이기도 한 들깨의 변신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가장 한국적인 들깨, 독특함을 넘어 특별한 비상을 꿈꾸다
- 서울특별시 강남구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전 세계에서 들깨와 깻잎을 즐겨 먹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특유의 짙은 향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음식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향 때문에 들깨와 깻잎을 찾는다. 다른 음식은 그것을 대체할 수가 없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인 들깨, 그러나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점점 그 맛을 알아가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 식재료의 매력에 빠진 호주 출신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 미슐랭 셰프이기도 한 그에게도 들깨와 깻잎의 맛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깻잎의 깔끔한 맛을 이용해 깻잎 주스를 개발했고, 호주에서 많이 먹는 오리고기 특유의 향을 잡아주는 역할로 들깻가루를 선택했다. 그밖에 수비드 방식으로 건강하면서도 고소하게 익힌 들기름수비드흑돼지까지. 우리의 밥상에 머물렀던 들깨의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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