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Pray for the Deads)가 된 서울국제음악제”

공연일시: 1022()-1030()

내 인생이 눈물이다”.

올해 제142022 서울국제음악제가 끝나고 로비에서 서울국제음악제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주최측 오푸스() 대표 류재준 전업작곡가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객 지인들에게 읊조리며 한 말이다.

지난 1022일 토요일 오후 압도적인 절대자보다는 행복을 갈구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는 모차르트 미사 18, K. 427 ‘대미사부터 1030일 일요일 오후 펜데레츠키카디쉬(기도)’까지 올해 2022년 제14회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는 당초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보낸 우리를 어루만지고 달래주는 우리를 위한 기도(Pray for us)를 드린다는 취지로 기획됐었다.

현악사중주 협주곡이나 드뷔시의 녹턴, 추모와 진혼곡처럼 들린 서울국제음악제의 포스터. (오푸스)
현악사중주 협주곡이나 드뷔시의 녹턴, 추모와 진혼곡처럼 들린 서울국제음악제의 포스터. (오푸스)

그러나 1029일 토요일 서울 이태원 핼로윈 파티가 진행되고 있던중 해밀턴 근처의 골목에서 발생한 155명의 불행한 압사(壓死) 사고로 인해 올해의 서울국제음악제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Pray for the Deads)’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전세계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전쟁과 갈등, 빈부격차와 환경위기는 사람들을 여전히 괴롭게 하지만 음악으로 위로하고 함께 하며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어려운 시기에 음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서울국제음악제의 폐막공연에 앞서 류재준 음악감독은 무대에 나와 1분 추모의 기도를 올리자며 뜻하지 않은 압사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들을 건네며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Pray for the Deads)’에 서울국제음악제가 큰 역할을 하도록 해 시의적절한 뜻깊은 무대가 됐다.

-“현악사중주 협주곡이나 드뷔시의 녹턴, 추모와 진혼곡처럼 들려

1030일 폐막공연날 첫곡으로 연주된 류재준작, ‘현악 사중주 협주곡(세계 초연)’은 류재준의 스승인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서거를 기리기 위해 아담 마츠키에비츠 협회의 위촉으로 작곡되었던 곡.(Commissioned by the Adam Mickiewicz Institute)

이태원 압사참사의 여파 때문인지 1악장부터 추모의 리듬으로 들렸는데 이 곡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역시 헌정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모두 쉼없이 진행하는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관해 각 악장에 관한 작곡자의 설명대로 바이올린의 백지영과 송지원, 비올라의 김상진, 첼로의 김민지등 현악사중주가 전통적인 현악사중주의 역할을 벗어나 각 악기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눈에 두드러졌다.

이런 느낌은 클로드 드뷔시의 녹턴, L. 91에서도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처럼 들리는데서 이날 서울국제음악제에 참석한 음악애호가들의 정서에 이태원 압사참사의 심성이 은연중 많이 스며든 듯 했다. 주목할 만 했던 것은 클로드 드뷔시가 빛, , 바람, 안개, 파도등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대상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다양하고 독특한, 일반적이지 않은 작곡 기법으로 몽환적인 음향을 만들었던 인상주의 작곡가의 편린이 투영된 1악장 구름이나 2악장 축제’, 그리고 3악장 사이렌의 인상주의 음악이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처럼 관객들의 심성에 겹쳐 울렸다는 점이다.

이날 폐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펜데레츠키의 카디쉬(기도-한국초연)가 장식했는데 카디쉬는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유대인의 기도문으로 1악장의 소프라노 이보나 호싸(Iwona Hossa)가 열창하는 나는 얼마나 슬픈 순례자인가?’, ‘내 육체가 죽었는지 몰라도 내 영혼은 살아있다는 등의 소프라노 열연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 전해져오는 공연이었다. 펜데레츠키의 카디쉬는 흡사 펜데레츠키가 생전시 예술의 전당 무대 포디엄에 올라 지휘봉을 잡던 거의 10여년전 때를 내게 떠올리게 하는 공연이 됐다.

-“펜데레츠키의 카디쉬, 예전 그의 지휘 예루살렘의 7개의 문공연 오버랩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2013 서울국제음악제 겨울의 폐막공연으로 9년전인 20131220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연주로 열린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제7예루살렘의 7개의 문 (Symphony No. 7 ‘Seven Gates of Jerusalem’)’ 지휘는 폴란드 출신으로 당시 현대 작곡계를 이끌어가는 거장으로 추앙받는 작곡가로서 펜데레츠키의 최대 가치를 함축, 발현시킨 듯 보였던 연주회였다.

한국 초연에서 장엄하게 마무리되는 감동의 시너지가 컸고 많은 관객의 기립박수에 이어 KBS교향악단의 펜데레츠키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Happy birthday to you 축하 연주도 그해 연초의 정명훈의 60세 환갑을 맞아 서울시향이 연주해준 장면을 오버랩시키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2013 서울국제음악제-겨울의 초점이 현대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마에스트로 펜데레츠키의 생년 80주년을 기념하여 펜데레츠키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 열린 공식적인 기념행사의 마지막으로 그가 직접 서울을 방문해 거장의 지휘를 통해 감동을 전해준 점에서 뜻깊은 피날레가 장식되었던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을 장식한 안정적 지휘를 보여준 오코 카무 지휘의 펜데레츠키카디쉬는 인간과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고민을 카디쉬라는 이름에 담아 죽음과 망국의 고통과 삶과 구원의 희망, 그리고 신을 향한 기대와 찬양을 노래한 곡으로 회자되고 있는데 다양한 음악적 특징들과 함께 노래, 낭독, 합창, 기도로 각 악장의 특징을 분명하게 구별하여 극적으로 대비되도록 한 점이 특징이었다. <: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2012년부터 몇몇 매체에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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