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승호, 최주봉, 양금석, 윤문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어렵고 힘든 역경을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가정의 달인 5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봄날은 간다'는 지난 2003년 초연 이후 누적관객 10만 명을 돌파하며 대표 레퍼토리로 성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당시 28회 전석이 매진됐으며, 그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30회 앙코르 공연이 전석 매진이 이뤄진 바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우리금융아트홀에서도 공연되어 많은 사랑을 받아 명실공히 '효도극' 타이틀을 받고 있는 악극이다.

악극 '봄날은 간다'는 첫날밤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져 살아가는 슬픈 한 여자와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난 남자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다. 이 작품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부터 6.25 전쟁, 4·19 혁명, 베트남 전쟁, 새마을 운동을 거친 산업 근대화의 시대까지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탄탄한 극 구성과 연기 내공이 충만한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악극이기 때문에 '갑돌이와 갑순이', '청실홍실', '여자의 일생', '럭키 서울', '꿈에 본 내고향' 등 옛 가요들을 재조명해 노래들이 가진 의미와 극의 장면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를 거쳐 다시 찾아온 악극 '봄날은 간다'의 프레스콜이 30일 오후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 시연과 질의응답, 포토타임으로 구성됐다. 이날 질의응답엔 '동탁' 역의 정승호, 최주봉, '명자' 역의 양금석, '단장' 역의 윤문식이 참석했다.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정승호는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 '사랑아 사랑아', '싸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는 "뮤지컬과 비교하면 드라마, 음악, 연기, 춤까지 모든 것이 우리 악극 속에 들어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예전에 '품바'를 할 때 미치도록 무대에서 토해내야 하는 연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이번 기회에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흔쾌히 최주봉 선배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마당놀이 '이춘풍 난봉기' 등 여러 악극에 출연한 윤문식에게 악극에 대한 매력을 묻자 그는 간단하게 "친정어머니를 만나는 기분이다. 촌스럽지만, 포근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쇼단의 '단장'으로 '동탁'에게 일약 스타가 될 기회를 제공한 사람이다. 돈을 일생의 제일 목표로 생각하는 사업가이지만, 잊고 지내던 아련한 옛 추억을 되살려주는 인물이다.

한편, 이 작품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자옥의 생전 마지막 출연 작품이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는 전막 시연을 알리기 전에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고 김자옥 선생님과 마음으로는 함께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김자옥이 연기한 '명자'는 '동탁'의 아내로 남편과 생이별을 하며, 폐병을 앓는 시누이와 치매 환자 시아버지, 그리고 성질이 나쁜 시어머니를 모시고 한 많은 생을 살아야 했고, 억척같이 아이를 키우는 배역이다.

   
▲ 양금석이 '명자'를 맡아 열연을 펼친다.

한이 많은 한 여자의 애달픈 삶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서, 올해 공연에 '명자'를 연기하는 양금석은 전막시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감정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해엔 김자옥 선생님이 하셨고, 2003년 초연 땐 김성녀 선생님이 하셨다. 여러 선배님이 하셔서 부담감이 많이 됐다"며 "배우마다 각자의 컬러가 있고, 그분들께서 잘 다져놨기 때문에 나의 컬러를 보여주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초연 때부터 떠돌이 이발사의 삶을 접고 쇼단 배우의 꿈을 찾아 아내 '명자'를 배신하고 가족을 버린 죄책감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동탁'을 연기하는 최주봉은 '동탁'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마지막 장면을 선택했다. 그는 "'명자'를 주막집에서 만나 알아보지 못한다는 자체가 저 자신에게 숙제로 남았다"며 "그 부분은 관객에게 맡기자고 생각했고, 떠날 때 2~3초 동안 쳐다보고 떠나는 뉘앙스를 준다. 만약 알고 간다면 '봄날은 간다' 후속편이 나와야 한다. 이 장면에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가장 힘을 주는 장면으로 극중국 '이수일과 심순애'를 연기하는 부분을 뽑았다. 그는 "그 장면은 내가 만들었다. 포즈와 대사의 어조는 연출 선생님이 지시를 따로 내린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보아온 서커스, 유랑극단의 공연 장면들이 떠올라 설정을 했다. 옛날 우리 선배님의 공연을 직접 볼 순 없었고, 흘러간 무성영화를 통해 살펴봤다. 연기는 좀 더 오버가 됐었고, 목소리는 과대 포장됐다. 요즘은 무선 마이크도 있는 시대이지만, 그 당시엔 육성으로 극장의 끝까지 목소리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과장되게 해야 했다. 여러 대선배님의 조언을 들어서 2003년 초연부터 그 스타일로 개성 있게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윤문식은 관람 포인트를 묻자 "관객이 정직해야 좋은 연극"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왕년에 연극을 할 때는 못하면 '집어치우라'는 말을 했지만, 요즘엔 그런 말을 하면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재미없는 연극은 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그 작품은 사라지게 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관객은 연극의 3요소이지만 왕이다. 평론가들이 비평을 쓰는 것보다 관객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분들은 돈을 안 내고 보시는데, 진짜 돈을 내고 신중하게 보시는 분들이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떠들면 선거 유세와 똑같아서, 직접 작품을 체험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 악극 '봄날은 간다' 공연 후 포토콜 모습.

양금석, 최주봉, 정승호, 윤문식 등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는 명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진 악극 '봄날은 간다'는 5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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