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의 이미지 강한 서울시향의 연주 레퍼토리들”

공연일시: 123()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국내 교향악단들의 연주들 가운데서 서울시향의 연주 레퍼토리들은 내게는 탐구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123일 토요일 오후 5시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2 서울시향 실뱅 캉브를랭(Sylvain Cambreling)의 드뷔시와 라벨의 연주회가 그랬다. 이날 연주회는 전반부 서곡으로 드뷔시의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적 단편들>이 연주되고 후반부 마지막 곡으로 앙리 뒤티외의 메타볼이 연주되면서 중간에 프랑스 피아니스트 로제 뮈라로(Roger Muraro)가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와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이 인터미션을 끼고 각각 전반부 마지막 곡과 후반부 첫곡으로 로제 뮈라로 한 피아니스트의 이음쇄로 연결돼 연주됐다.

일반 관객들에게 바다야상곡의 드뷔시와 볼레로등으로 알려진 라벨은 익숙한 작곡가의 이름일 터이지만 앙리 뒤티외(Henri Dutilleux)는 그렇게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더욱이 조지 셀이 이끄는 클래블랜드 오케스트라의 40주년 기념 위촉으로 작곡되었다는 변화의 뜻을 갖고 있는 메타볼의 연주는 이날 지휘자 실뱅 캉브를랭이 언급한 바대로 서울시향 단원들에게도 연주에 익숙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향 단원들의 탐구와 새로운 작품을 연주하려는 도전, 캉브를랭의 효율적인 리허설에 힘입어 재즈를 비롯한 동시대적 요소들이 섞여있고 때로는 시적이며 특히 타악기 사용이 매력적인 현대음악이지만 아티큘레이션을 만드는 방법및 비브라토의 절제, 색채감등의 구현등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이 실뱅 캉브를랭이 요구하는 프랑스 사운드를 구현하면서 그리 듣기 어려운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휘 실뱅 캉브를랭(우측)이나 피아니스트 로제 뮈라로(좌측) 이들 연주자들의 한국 내한공연은 이들이 프랑스 클래식계의 중량급 비중을 갖고 있는 점에 비춰 국내 데뷔시점상 너무 늦은 감을 감출 수 없다. (사진 서울시향)
지휘 실뱅 캉브를랭(우측)이나 피아니스트 로제 뮈라로(좌측) 이들 연주자들의 한국 내한공연은 이들이 프랑스 클래식계의 중량급 비중을 갖고 있는 점에 비춰 국내 데뷔시점상 너무 늦은 감을 감출 수 없다. (사진 서울시향)

-“로제 뮈라로, 다섯 왼쪽 손가락만으로 표현해야할 아티큐레이션 모두 소화

이와 관련해 서울시향 관계자는 2023년 시즌부터는 서울시향의 연주 레퍼토리들에 탐구경향이 많이 따르는 현대음악의 연주보다 일반관객들에게 익숙하고 선호할 대중적 선호가 높은 레퍼토리들에 치중할 뜻이 있음을 밝혀 향후 시향의 레퍼토리들에 어떤 변화가 있게 될지 주목된다. “2023년은 여러분에게도 친숙한 클래식 정통 레퍼토리와 대규모 편성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으며 또한 세계적인 지휘자와 스타 협연자들과 함께 서울시향의 새로운 면모와 잠재력을 확인할 무대가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는 서울시향 손은경 대표의 언급에 비춰보면 오스모 벤스케가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성대히 마무리하는 것과 함께 신구(新舊) 음악감독들의 레퍼토리들의 변화를 강조하며 차기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베토벤,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콥스키등의 대중적 프로그램(예를 들면 츠베덴이 내년 서울시향을 지휘하게 될 베토벤교향곡 제7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 만프레드 호네커 지휘의 차이콥스키 비창, 츠베덴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등)으로 관객들을 만나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이번 서울시향의 프랑스 20세기 음악의 완전판으로 볼 수 있을 연주회에서 주목한 것은 프랑스 음악과 레퍼토리에 매우 가까운 실뱅 캉브를랭의 프렌치적 연주의 해석과 로제 뮈라로와 같은 프랑스 출신의 10년 나이 차이가 나는 11월 중순 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의 황제연주회를 가졌던 프랑수와 프레데리크 기가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뛰어난 해석가로 알려진 반면 10년 터울의 선배 피아니스트 로제 뮈라로가 프랑스 음악에 대해 특히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선명히 부각시키며 마치 왼손의 엄지가 소프라노를 담당하고 새끼 손가락들이 모둔 화성과 아르페지오의 지속을 담당하는등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이 왼손으로만 연주된다는 사실을 무대에서 새롭게 강렬히 부각시킨 점이 인상에 남는다.

로제 뮈라로가 다섯 왼쪽 손가락만으로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이끌어가며 표현해야할 아티큐레이션을 모두 소화해내는 것은 프랑스음악의 정수에 대한 관객의 감동과 기억을 오래 남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19KBS교향악단과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 일본계 독일 피아니스트 사라 오트(34)가 마치 양손으로 연주되는 듯한 마법을 부려 왼손 한 손으로 가능한 한 많은 음표를 연주하거나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전혀 가질 수 없었던 연주감상을 떠올리게 하는 로제 뮈라로의 라벨 두 피아노 협주곡의 매우 지성적인 연주였던 듯 하다.

-“실뱅 캉브를랭의 해석, 특유의 안정되고 섬세한 앙상블

이날 서울시향 연주 레퍼토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뒤티외의 메타볼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고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도 직관적으로 빠져들 요소들을 많이 보여준 실뱅 캉브를랭의 해석은 급진적이거나 파격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고 특유의 안정되고 섬세한 앙상블을 통해 아무리 낯선 음악에서도 모두가 공감하는 음악의 본질을 추려내 명료하게 드러내는 해석을 들려주었다.

덧붙이고 싶은 대목은 이날 지휘와 피아노 협연에 나선 실뱅 캉브를랭이나 로제 뮈라로 두 연주자 모두 예상치못한 한국 무대에 처음 데뷔한 프랑스 클래식계의 중량급(重量級) 아티스트들이었는데 이들의 탄탄하고 비중큰 연주경력에 비춰보면 한국데뷔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이들을 한국 청중들에게 소개한 서울시향 공연자문팀이나 해외 아티스트 섭외팀의 섭외능력을 높이 치하하고 싶다.

1948년생의 지휘 실뱅 캉브를랭은 바덴바덴& 프라이부르크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및 클랑포룸 빈 수석객원지휘자 시절 창의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설득력있는 현대음악의 해석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아왔는데 이번 서울시향과의 무대에서 이런 캉브를랭의 면모가 고스란히 소개되었다고 본다.

그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요미우리 닛폰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18/19 시준부터 함부르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캉브를랭은 슈트트가르트 오페라 음악감독 (2012-2018), 벨기에 국립오페라 음악감독(1981-1991),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음악감독91993-1997)을 역임한 오페라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협연자 피아니스트 로제 뮈라로 역시 1959년 프랑스 출신으로 올리비에 메시앙의 주요한 해석자로 자리매김했으며 메시앙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발표(2001)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무소르스키, 라벨, 알베니스,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베토벤, 쇼팽. 리스트, 슈만 작품의 해석에 능통하다는 평이다. 로제 뮈라로의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스무가지의 시선이나 새의 카탈로그연주녹음은 대단한 성취일 뿐 아니라 이 작품들에 대한 정통한 연주로 여겨지며 로제 뮈라로는 전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하고 있고 오늘날 가장 뛰어난 지휘자와 앙상블들과 연주하고 있어 실뱅 캉브를랭이나 로제 뮈라로 이들 연주자들의 한국 내한공연은 국내 데뷔시점상 너무 늦은 감을 감출 수 없다. (;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2012년부터 몇몇 매체에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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