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배우'는 뮤지컬에서 주연들 뒤에서 하모니를 넣거나 화려한 안무 등을 선보이며 작품의 풍성함을 더하는 역할의 배우들을 이른다. 이들은 두세 명이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주연배우와는 달리 대역이나 더블 캐스팅 없이 공연 전 회차에 출연한다.
극에 활력을 더해주는 앙상블이지만 물리적 환경과 여러 이유로 중소극장에서 활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작은 극장에 많은 배우가 등장하면 자칫 관객들은 감동보다 정신 사나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뮤지컬 '파리넬리'엔 16명의 앙상블과 20명의 합창단이 등장한다. '파리넬리'가 공연 중인 유니버설 아트센터의 규모를 작다고 할 순 없지만, 상대적인 수치를 따져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한승원 프로듀서의 말처럼 '파리넬리'는 뮤지컬보다 오페레타에 가깝다. 보통의 뮤지컬과 구분되는 음악을 다루고 있어서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형식은 다른데 그를 활용하는 방식이 같다면 불협화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넬리'에서 16명의 앙상블은 보통의 앙상블이 1, 2개의 메인 곡을 부르는 것과 달리 메인곡만 5개다. 장면이나 분위기가 전환될 때 여지없이 그들이 등장한다. 덕분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소위 '떼창'의 효과를 극대화해준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성가대가 없었다면 그만큼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앙상블이 있기에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 돋보인다. 더욱이 시범공연 때 아쉬웠던 부분들이 보강되면서 이야기나 인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배우들은 일반 뮤지컬과 달리 성악적 발성을 요구하는 노래가 많아 힘들다고 했지만, 그만큼 관객이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음악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나다.
특히 '파리넬리'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장점을 고려해 몇몇 곡을 달리 진행된다. 파리넬리의 첫 등장장면에서 고유진은 부드러운 고음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니콜라 포르포라의 '위대한 조베여(Alto Giove)'를, 루이스 초이는 힘 있는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리카르도 브로스키의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Son Qual Nave Ch'agitata)'를 부른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버전의 '파리넬리'를 볼 수 있게 됐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다.
다만, 보통의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파리넬리'를 보며 의아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극 중 공연을 하는 '파리넬리'는 정말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듯 오페라를 노래하기 때문이다. 파리넬리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 외의 연기나 기타 장치는 없다. 관객들은 잠시 본인이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인지 오페라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와 같은 몇 장면들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란 말이 있다. 그리고 '파리넬리'는 그 힘을 더없이 발휘하고 있다. 목소리의 힘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며칠 남지 않은 파리넬리 공연을 꼭 한 번 보도록 하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