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2023 정기 공연 예고편의 독특한 컨셉의 신년음악회

공연일시: 17()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

베르디 탄생 210주년 기념, 명작들로 가득 채우다

서울의 주요 공연/연주 단체들 가운데 국립오페라단이 미리 만나는 국립오페라단 2023 정기공연 예고편으로 독특한 컨셉의 신년음악회를 지난 17일 토요일 오후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렸다.

오페라의 제왕주세페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2023년 오페라 무대를 통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정기공연 <멕베스>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나부코>속 하이라이트 곡들을 미리 선보이는 무대를 신년음악회 컨셉으로 관객들에게 미리 선보인 것이다.

서울시향이 연초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교향악단으로는 예외적으로 요제프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왈츠등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빈필의 연초 빈필신년음악회 형태의 폴카와 왈츠 위주의 연주곡으로 짜여진 신년음악회를 선보였던 것이나 KBS교향악단이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 형태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과 슈베르트 D.956 아다지오, 라벨의 볼레로등을 연주했던 것과 대비해보면 국립오페라단은 자신들의 올해 2023 오페라 무대를 미리 홍보하는 무대로 신년음악회를 기획, 활용한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의 2022년 '라 트리바이타' 공연 장면. (사진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의 2022년 '라 트리바이타' 공연 장면. (사진 국립오페라단)

-“네 개의 오페라 무대 주요 아리아들마다 독특하게도 눈에 띄는 성악가들 이목 끌어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무대 일정은 427-30일 맥베스와 622-25일 일 트로바토레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각각 펼쳐진다. 라 트라비아타는 921-24, 나부코는 1130-123일 일정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오페라 무대를 올릴 일정으로 잡혀있다.

전반부에 나부코와 일 트로바토레, 후반부에 라 트라비아타와 맥베스의 아리아들을 선보인 성악가들은 마치 주연 무대를 소화하는 것 같은 열연(熱演)으로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오페라 무대들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껏 부응하는 성악을 펼쳤다.

네 개의 오페라 무대 주요 아리아들은 독특하게도 눈에 띄며 이목을 끄는 아티스트들을 각각 지목할 수 있었는데 첫 무대 나부코 아리아 무대에 출연한 베이스 박준혁은 오라, 레위인이여! 당신은 선지자의 입술을 통해 번개를 내리치셨나이다(Vieni, o Levita! Tu sul labbro de'veggenti"를 통해 설득력있게 다가온 베이스 음색으로 마음 밑바닥에서부터의 울림을 들려줬다.

민족 해방과 안녕을 담은 오페라 나부코는 젊은 시절, 잇따른 실패로 힘들어하던 베르디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소재를 토대로 예루살렘을 침략한 바비로니아 왕, 나부코의 회개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폭포수같은 사운드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두 번째 작품 일 트로바토레의 아리아들로 채워진 무대에서는 바리톤 이승왕이 작품속 루나 백작이 자신이 연모하는 레오나를 기다리며 부르는 아무도 없군... 빛나는 그녀의 미소에’(Tutto d deserto...ll balen del suo sorriso) 아리아를 통해 베르디 바리톤이 부르는 최고의 연가를 소화해낸 느낌으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엇갈린 운명의 장난으로 친형제가 서로 칼을 겨누는 잔혹 복수극인 일 트로바토레<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 빅3’로 꼽히는데 테너 국윤종과 소프라노 서선영의 아리아들도 이 작품의 개막을 고대케하는데 기여하는 열연을 했다고 본다.

화려한 연회속 피어나는 비극적 사랑을 다룬 후반부 세 번째 무대 라 트라비아타는 화려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스테디셀러 오페라. 진실한 사랑을 찬미하는 알프레도와 순간의 쾌락이 전부라는 비올레타가 함께 건배를 외치는 노래 축배의 노래(Brindisi)'가 소프라노 최윤정과 테너 김동원의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오페라극중의 제르몽역의 바리톤 김동원은 프로방스의 바다, 육지(Di Provenza il mar, il suol' 아리아로 가장 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려졌던 왕좌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아리아 맥베스는 셰익스피어가 펼쳐낸 뛰어난 심리묘사와 베르디의 치밀한 음악적 구성이 만나 탄생한 작품. 왕위를 찬탈하면서도 불안에 떠는 맥베스와 그의 야망을 충동질 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심리적 대비가 눈길을 끄는데 두 주인공이 부르는 잠이 모두를 지배하는군... 나의 운명의 부인이여!’는 왕을 시해한후 부르는 강렬한 이중창으로 유명하다. ‘승리의 그 날에, 어서! 서둘러요(Nel di della vittoria, Vieni! t'affretta)의 아리아로 소프라노 임세경의 무대를 휘어잡는 강렬한 음색이 신년음악회치곤 강렬한 음색의 기억으로 남는다.

국립오페라단의 2022 '라 보엠' 공연 장면.
국립오페라단의 2022 '라 보엠' 공연 장면.

-“60년을 새롭게 연다는 각오로 심기일전, 감동에 남는 2023년 무대를 또다시 꾸며주길 고대

최근 일치월장한 1-2년내의 몇몇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무대중 기억에 남는 오페라 무대를 꼽는다면 20217월초의 캘리포니아의 아가씨’, 블록버스터급 오페라에 걸맞은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 아틸라’(20224)등은 국립오페라단이 전통적으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오페라작들만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 낯선 작품에 도전하고 무대화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노력이 국내 오페라계를 풍성히 살찌우고 키워가는데 작은 밀알의 믿거름이 되고 있음을 보여왔다.,

지난해 202210월초에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 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의 일환으로 호프만의 이야기가 오펜바흐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로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결정판으로 불리우고 있고 더욱이 지난해 2022년이 독일 낭만주의의 대문호 에른스트 호프만 서거 200주년이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컸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3월중순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려진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왕자 호동은 국립오페라단 60돌 창단 기념작품의 귀환이자 과감한 재해석과 현대적 미장센이 빛어낸 무대로 관심을 모아 국립오페라단 왕자 호동K오페라 논의의 발진을 얘기해볼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국산 토종 오페라의 세계 진출을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모아졌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2021년 역시 10월중순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려진 국립오페라단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는 오페라 매니아들이 오페라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오페라 공연을 찾을 수 밖에 없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오페라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 오페라 공연이었는데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못지않게 40여년만에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두 번째로 오랜만에 재연된 무대여서 일찍이 매진을 기록, 오페라팬들이 표를 구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관심을 끌어모았었다.

바카날(Bacchanale)을 통해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코리안심포니의 연주로 스피디하게 이끄는 생상스의 이국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음악, 데릴라와 다곤의 대사제가 노래하는 이중창과 그 유명한 메조소프라노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마음 열리고...”를 맛볼 수 있었던 데릴라와 삼손의 이중창은 라이트모티브 비슷하게 이 오페라의 중심을 이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로 기억에 남아있다.

60년을 넘긴 국립오페라단이 신년 2023년에도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오페라계의 저력을 바탕으로 또다시 국내오페라계의 60년을 새롭게 연다는 각오로 오페라무대에서의 경험과 능력을 다시 한번 풀활용해 심기일전, 감동에 남는 2023년 무대를 또다시 꾸며주길 고대해마지 않는다.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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