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출연진들이 포토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원영, 이시훈, 박동욱, 신의정, 정웅인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미타니 코키'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정말 완벽한 대본이다"

'희극지왕' 미타니 코키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찾아왔다. 바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다. 원작의 진지함과 무거움을 덜어낸 자리에 희극적 정서를 가득 담은 이 작품은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상황 코미디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인간의 '선'과 '악', 두 개의 인격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6일 오후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프레스콜이 열렸다. 프레스콜에선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서현철을 제외한 전 배우가 극 전막 시연을 통해 연기를 선보였다. 시연 후 정태영 연출의 작품 소개를 시작으로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질의 응답에는 정태영 연출과 배우 정웅인, 최원영, 신의정, 이시훈, 박동욱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정태영 연출, 박동욱, 정웅인, 최원영
정태영 연출은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일본 최고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가 작년 3월 동경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라며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와 원작은 같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과 달리 '지킬 박사'가 실험에 실패했다는 상황을 만들어서 순간순간에 웃음을 유발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미디극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공연과 차이점을 묻는 말엔 "'미타니 코키' 작가가 쓴 대본이 워낙 촘촘해서 많이 바꾸진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 관객 특성에 맞게 빠른 템포를 가져가려고 노력했고 애드립보다는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원작자의 집필의도처럼 감동보다는 웃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웃음'을 강조했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소감을 묻는 정웅인은 "공연장에 오면 늘 즐겁다. 대학로 나오면 다른 느낌의 삶, 활기참을 발견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을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고, 그동안 악역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엔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이 작품을 선택한 배경도 설명했다. 더블 캐스팅인 자신과 달리 원캐스트로 연기하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과 대견함도 덧붙였다.

'미타니 코키'의 전작 '웃음의 대학'에도 출연했고 악역 못지않게 코믹적인 역할을 잘 살린다는 말엔 "코미디를 한다고 다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미디의 질은 그 경계선을 얼마나 적절하게 지키는지에 달려있다. 입맛에 맞게 조사도 고치고 애드립성 대사를 넣기도 하지만, 원래 대본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코미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또, "이 작품이 초연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작품을 하는 다른 배우들이 내 모습을 답습해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내비쳤다.

▲ (왼쪽부터) '지킬 박사' 역의 정웅인, 최원영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최원영도 "오랜만에 연극 공연을 하게 됐는데 처음 연극을 하던 곳이 동숭아트센터였다. 그래서 더 뜻깊고 드라마, 영화 매체 작업을 하면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부족함과 갈증을 느꼈다. 그것을 채워주는 게 무대에서 땀을 흘릴 때 느낄 수 있는 희열, 힘들지만 거기서 오는 정신적인 밝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웅인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는 최원영은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작품을 치켜세웠고, "체력적으로 배우들한테 힘든 작품인데 정웅인 선배가 든든하게 잘 이끌어주시고 후배들은 열심히 해줘서 배울 점이 많다. 선장님으로 작품을 이끌어주시는 연출님도 배우를 너무 편하게 해주시고 새로운 걸 찾게 해주셔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박동욱, 정웅인, 최원영, 신의정, 이시훈
이번 작품에서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 역을 맡은 신의정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루시 역을 맡았었다. 이에 대해 "작품이 뮤지컬하곤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억지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관객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킬 박사'의 또 다른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하는 '빅터' 역을 맡은 이시훈은 소감을 묻는 말에 "움직임도 많고 의상도 두꺼워 땀이 많이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워낙 탄탄해서 연습하면서도 부담을 가졌다. 좋은 대본, 완벽한 대본은 망치기 쉬운데 내가 잘못을 할까 봐 부담스럽고 걱정된다"며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정웅인과 최원영에겐 서로 웃음 포인트가 달라 각기 다른 리액션을 할 수 있다며 감사함도 전했다.

작품에서 가장 중립적인 역할, '풀' 역에 서현철과 더블 캐스팅된 박동욱은 웃기는 역할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웃었지만, 대선배인 서현철과 더블 캐스팅이라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연기 외에도 무대 위에서 소품을 원활히 정리하지 않으면 배우들 동선이 다 꼬인다며 소품을 정리하는 부분도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품 중간중간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넘버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정태영 연출은 "일본 공연에선 사용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 뮤지컬 팬, 관객들이 잘 알고 있는 넘버를 일부로 가져왔다"며 "정보가 적은 상태에서 공연을 보러 오시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차용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지킬앤하이드의 음악들이 가볍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호흡 안으로 가져와서 또 다른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이중적인 것들도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그 의도를 밝히며 질의 응답이 마무리됐다.

한편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도 재밌다"고 입 모아 말하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7월 5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