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소통의 연주자에서 전방위적 전천후 바이올리니스트로!”

공연일시: 22()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하면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관객과의 소통에 늘 열려있는 연주자라는 인상을 항상 받는다.

지난달 1월의 끝자락 131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한수진과 함신익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을 위해 무대에 섰던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공연이 끝나자 예외적으로 심포니송으로선 이례적인 관객과의 사인회를 가져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한수진의 무대를 지켜보기 위해 콘서트홀을 찾았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이런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이틀후인 22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막스 리히터 레볼루션 무대에 출연, 독일 출신의 영국인 작곡가 막스 리히터가 2012년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 재창작한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를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서 소통에 열려있는 연주자를 넘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연주 레퍼토리들이 폭넓은 전방위적(omni-directional) 전천후 연주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인상으로 그녀에 대한 인상폭이 넓혀지는 것을 느낀다.

미적 쾌감이 느껴지는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의 연주를 마치고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단원들과 교감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사진 마스트미디어)
미적 쾌감이 느껴지는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의 연주를 마치고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단원들과 교감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사진 마스트미디어)

-“클래식과 얼터너티브 대중음악 스타일의 접목으로 감동과 힐링 선사

1966년생의 독일 출신의 영국인 작곡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는 필립 글래스의 뒤를 잇는 현 시대의 미니멀리즘 사운드와 네오클래식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설명되기도 한다;. 막스 리히터는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네오클래식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작곡가로서 클래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선구자이자 그에 준하는 가치가 있는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음악에서의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단조롭고 반복적인 합주곡처럼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박자에 반복과 조화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막스 리히터의 연주곡들에서 이런 미니멀리즘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뿌리는 클래식 음악에 두고 있지만 동시대 청중의 감각과 닿아있는 클래식이라는 뜻의 네오클래식의 휴식과 정신적 치유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적잖이 흥미로웠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막스 리히터 레볼루션 무대가 전반부에 Ludovico EinaudiPrimavera()과 막스 리히터의 Infra, On the Nature of Daylight, 그리고 후반부에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를 연주해 현대음악에 대한 생소함 때문이었는지 관객은 이틀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협연출연한 심포니송의 무대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31일 있었던 한수진과 함신익의 브람스 무대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제4번 무대로 관객들에게 정통 많이 기존에 들어왔던 클래식 레퍼토리들로 친숙했다면 막스 리히터의 미너멀리즘 사운드와 네오 클래식은 관객들에게 생소했던 탓이 크리라 본다.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공연 무대에서 설명한 대로 관객들에게 생소한 곡들인 면도 있었지만 2021년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젊은 예술인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클래식과 얼터너티브(alternative) 대중음악 스타일을 접목한 현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거장들이라고 할 수 있는 막스 리히터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연주곡들은 처음 듣는 관객들에게도 감동과 힐링의 순간들이 되지 않았나 싶다.

-“참신한 미적 감각의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막스 리히터 레볼루션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협연한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였는데 비발디의 사계 원곡의 20%만 유지하고 75%를 재작곡한 것이었다는 지휘자 아드리엘 김의 설명처럼 기존의 비발디 사계와 달리 참신한 미적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필자가 최근 접해보고 들어본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가의 ‘Eight Seasons' CD 음반이 비발디의 사계 연주 중간중간에 피아졸라가 작곡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삽입해 탱고음악에 대한 흥미를 북돋운 것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막스 리히터의 사계는 미적 쾌감이라는 면에서 사계의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 연주해석으로 받아들여질 만 하다.

2년전 20213월초 디아트원 정기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후반부 무대에 올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중 특히 봄(spring)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탱고리듬을 밝고 경쾌하게 그려내면서 전체적으로 아련한 누에보 탱고의 진수를 끄집어내는 인상적인 연주를 펼쳐보인 것과 또 다르게 대비되는 연주의 모습이었다고 생각된다.

이틀전 131한수진과 함신익의 브람스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예전의 연주모습과 달리 더 어른스러워보이는 연주의 성숙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끌어 정석의 연주를 보여줬다. 한수진 자신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감상 포인트를 적시한 대로 1악장에서 긴 오케스트라 서주후 바이올린이 등장할 때 독일적인 틀안에 헝가리의 열정과 자유함을 담은 흥미로운 조합, 2주제에서는 브람스 특유의 슬프면서 달콤한 느낌이 드라마틱한 전개를 더욱 임팩트있게 대조시켜 주는 점, 2악장은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으로 시작했다가 차츰 어두움속으로 스며 들어가는데 1주제가 재등장 할때는 비가 온뒤 더욱 빛나는 세상을 만날 때의 감사함과 벅찬 느낌으로 마치게 되고, 3악장은 집시의 흥으로 가득한 피날레로 장식되는 것이 그러했다.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송은 브람스교향곡 제4번 연주로 서울 클래식 공연 무대에서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같은 주류 메이저 오케스트라와 마이너 오케스트라간의 연주 실력의 간극을 느낄 수 없을 호연으로 이례적인 적잖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2012년부터 몇몇 매체에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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