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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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여의도 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데 간다간다 해놓고 뭐가 그리 바쁜지 한 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사 다 제쳐놓고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불꽃 터지는 걸 보면서 그 동안 쌓인 번뇌와 시름을 다 잊고 싶었습니다.

저들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온 걸까요?

여의도 주변에 정말이지 백사장 모래알처럼 엄청난 인원이 모였습니다.

퍼퍼펑. 퍼퍼펑.

수십 발의 폭죽이 허공을 가르며 치솟았고 이내 귀청을 때리는 굉음과 함께 밤하늘에 무지갯빛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아, 정말로 멋있다.”

이 말로 절로 나왔습니다. 한 시간 반가량 참으로 눈이 호강했고 마음도 그 순간만큼은 근심걱정이 사라진 듯했습니다.

불꽃축제가 끝나고 저는 마포대교 쪽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가슴 속에 불꽃을 담은 채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다리 난간에 적힌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 보고 와요 지금 가서 한번만

밥은 먹었어? 별 일 없지? 잘 지내지?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쥐는? 너쥐

너무 늦었다고 속상해하지마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너무도 많다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에겐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필요할 뿐이에요

이 글귀는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하고자 하는 자살예방글귀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에서 자살을 선택했으면 이런 글귀까지 적어놓은 걸까요. 실제로 2009년부터 5년간 한강 다리 가운데 마포대교에서 무려 110명이나 자살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밉기도 합니다. 삶이라는 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삶을 버리면 그건 타인의 삶마저도 빼앗은 것이며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사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으면 열의 다섯은 죽고 싶다고 할 겁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살기 힘든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일입니다.

힘들지만 너나 나나 다들 살고자 이리도 발버둥 치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살아있으니 사는 겁니다.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사는 겁니다.

삶의 의미를 잃었고 절망에 빠졌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어도 살아 있는 한 사는 것, 그게 삶에 대한 예의이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나를 아는 모든 일들에 대한 신의가 아닐까요.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저 역시 맥이 빠지고 삶의 의지도 꺾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을 되새기며 다시 또 살아갈 힘을 애써 끌어 모읍니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내일도 잘 살아보자.”

죽음까지 끝닿았던 그 자리엔 분명 아직 한 번도 피어오르지 못한 불꽃같은 우리의 삶이 있습니다. 절망의 그 자리가 인생의 전환점이며 새로운 희망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죽음 끝에서 다시 희망의 불씨를 피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갓난아기의 엄마가 어느 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이 집에서 이제 남은 사람은 갓난아이와 토비라는 개 뿐. 아이는 두려움과 배고픔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웃사람들이 아이의 지금 상황을 알아챘다면 좋으련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아이까지 잃을 수는 없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토비의 마음도 아이가 안타까웠는지 자기가 지키겠노라 맘먹었습니다. 토비는 화장실에서 물을 묻혀와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토비는 그렇게 3일 동안 아이를 돌봐줬습니다.

절망 앞에서 절대 꺾이지 않아야 할 게 있다면 그게 희망인 걸까요.

다행히 이웃사람이 싸늘한 엄마의 시신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토비가 끝끝내 아이를 왜 지켰던 걸까요? 그저 본능적인 행동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 메시지가 뭔지는 우리 모두 다 압니다.

오늘도 가슴속에 찬란한 불꽃을 품으며 뜨겁게 살아갑시다. 이를 악물고 버텨냅시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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