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반 무대에서 솔리스트와 지휘자 각자의 역량 극명히 발휘
공연일시: 3월11일(토)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이렇게 격()한 관객의 환호와 반응을 받은 솔리스트는 역대 서울시향 무대에서 없었다.

지난 주말 311일 토요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몰도바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Patricia Kopatchinskaja, violin)의 얘기다.

코파친스카야는 이날 무대에 왼손위로 바이올린을 들고는 맨발로 무대에 올라 1악장 Nocturne: Moderato(녹턴: 보통 빠르기)로부터 굉장히 신중하고 사려깊은 바이올린 연주를 펼쳤다. 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왼손위로 바이올린을 치켜들고서 맨발로 무대에 서는 것은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리게티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GYÖRGY LIGETI: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를 협연키위해 지휘 잉고 메츠마허와 합을 맞춘 20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동영상에서도 관객들이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무대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후반부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의 지휘를 이끈 독일 출신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도 각기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등 전후반 무대에서 솔리스트와 지휘자가 각자의 역량을 극명히 발휘한 점에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서곡없이 연주실력으로만 진검승부(眞劍勝負)를 보려는 연주회의 형태가 서울시향 연주회에서도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바이올린 파트리샤 코바친스카야 만큼 격하게 서울시향 무대에서 그런 격한 환호와 반응을 받은 솔리스트는 없었다. (사진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고 있는 코바친스카야: 서울시향 사진 제공)
바이올린 파트리샤 코바친스카야 만큼 격하게 서울시향 무대에서 그런 격한 환호와 반응을 받은 솔리스트는 없었다. (사진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고 있는 코바친스카야: 서울시향 사진 제공)

-“전반부서 메츠마허보다 코파친스카야의 바이올린 연주에 관객들의 시선 더 꽂혀

이날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는 깊이와 탁월함, 유머를 조합하여 흉내낼 수 없는 연극적인 요소를 음악에 불어넣어 최근들어 새삼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코파친스카야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리게티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 5악장 아파시아나토에서도 노래를 직접 부르는 이색적인 연주장면도 선보여 관객으로선 흥미롭다. Der Tod und das Mädchen, D. 531 (arranged for string orchestra by Michi Wiancko)에서는 코파친스카야가 직접 나레이션을 곁들여 더 극적인 연극적 요소를 음악에 불어넣는 것이 더욱 그녀 연주에 이목을 끌게한다.

이런 요소들의 기대 때문이었는지 이번 서울시향과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무대에서도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보다 코파친스카야의 바이올린 연주에 관객들의 시선이 더 꽂혔다. 이렇듯 코파친스카야의 바이올린 연주에 더 관객의 시선이 꽃힌 까닭은 루틴한 연주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즉흥적인 루바토(연주자가 더 효과적인 음악표현을 위해 특정 박이나 마디, 악구등을 약간 길게 늘이거나 당김으로써 리듬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기법)의 연주스타일로 같은 방식의 연주에 머물지 않고 서울시향의 연주위에서 자유롭게 새처럼 날아다니는 듯한 연주를 펼친 그녀의 연주 스타일이기 때문이리라.

반면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의 후반 서울시향의 연주무대는 찬란하게 개화한 브루크너 대위법이란 지휘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역량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자리였다. 8명의 더블베이스 주자군이 왼쪽에 배치된 이날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5번 연주는 지난해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 연주의 숭고함이나 웅장함, 장엄함등 통상 브루크너 곡들에서 연상하는 그런 이미지들 대신 섬세함의 연주에 강세에 있는 서울시향의 연주선상에 있었다는 점에서 브루크너 곡들의 호연(好演)을 이어가는 서울시향의 행보에 주목하게 하는 연주였다고 본다.

혁신적인 프로그래밍과 20세기 및 21세기 음악에의 헌신으로 잘 알려져있는 잉고 메츠마허는 고전을 재정의하는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듯 브루크너 교향곡 5번 지휘에서 셈여림의 대조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연주선율이 나타나는 일종의 사라짐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지휘를 메츠마허는 이끌었다.

-“음악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을 중요시하는 메츠마허

내게는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모습에서 지난해 422일 금요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 제2번의 연주가 통상 관객이 느끼는 브루크너 교향곡들의 거대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듯한 웅장함, 숭고함, 장엄함 대신 섬세한 이미지의 연주를 흡사 연상시켰던 바실리 페트렌코나 12월 드뷔시의 라벨 지휘를 이끈 실뱅 캉브를랭의 모습이 동시에 결합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에 대해 이날 협연을 한 코파친스카야는 그저 지휘자에 앞서 자신의 자유롭고 즉흥적 연주스타일을 잘 서포트해주고 이해하는 진정한 음악가로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잉고 메츠마허는 브루크너 교향곡 5번에 대해 금관의 활력, 거대하면서 활기찬 표현, 결국은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세부적인 움직임에서 이 작품은 부르쿠너 교향곡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는데 고요한 도입부와 압도적인 오케스트라 음향이 공존하는 1악장의 서주등 음악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을 중요시하는 메츠마허의 지휘철학이 발현된 연주였다. 몸 전체로 스며들듯 빠져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이 브루크너를 듣는 동안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듯 하여 곡의 피날레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는 블로거들의 표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향 연주단원들의 연주실력이 좋은 에너지와 반응이 아주 빨라 리허설을 거듭할수록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않은 잉고 메츠마허의 시향 유트브 동영상을 보면 주변인의 경계를 푸는 유머로 리허설을 시작해 연습이 거듭될수록 고전을 다르게 읽는 메츠마허의 진지함과 통찰력이 엿보이며 친숙한 것을 새롭게 들리도록 하는 메츠마허의 노력이 서울에서도 결실을 맺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상임지휘자 못지않게 객원지휘의 묘미는 새로운 지휘자의 스타일에 새롭게 적응해봄으로써 연주력 향상에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서울시향 연주공연팀이 보석같이 잘 알려져있지 않은 지휘자들을 계속 잘 발굴해서 서울시향 연주무대에 더 자주 올려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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