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에 매혹될 수 밖에 없을 풍성한 폴리리듬적 선율'
-폴리리듬적 현대음악에 매혹될 수 밖에 없을 선율로 관객들 중독시켜

공연일시: 420() 롯데콘서트홀

음악 꽤 듣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왜 리게티! 리게티! 하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지난 420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이 마련한 피에르로랑 에마르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은 현대음악에 매혹될 수 밖에 없을 풍성한 폴리리듬적 선율로 관객들을 중독시켰다. 이런 현대음악에 분류될 리게티의 피아노협주곡을 듣게 되면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NDR 라디오 필하모니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같은 기존의 정통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의 유트브 동영상이 오히려 낯설 정도로 느껴진다. 그만큼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의 중독성이 컸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내한공연도 가진 프랑소와 자비로트 지휘로 괴르체니히 쾰른이 크리스티안 테츠랄프와 바이올린 연주로 들려준 리게티작 바이올린 협주곡도 현대음악의 음률로 기존의 정통 바이올린 협주곡 클래식 연주곡들과 대비돼서 흥미롭고 리게티 작곡의 레퀴엠도 현대음악의 음률이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여서 모차르트나 바흐등의 레퀴엠선율과 차별화를 보인다.

현대음악 매니아들은 현대음악을 쫒는데 기존의 클래식 음악을 쫒는 것에 못지않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열정을 현대음악을 찾아 듣는데 쏟는다. 이런 케이스를 나는 지난 410일 작곡가 오예승이 장르의 장벽을 넘어의 주제테마로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와 함께 오예승실내악 앙상블을 위한 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Michael Torke‘Telephone book', 오예승의 소프라노를 위하여마림바와 앙상블을 위한 Bedtime Story', 그리고 재즈 트리오와 앙상블을 위한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연주회에서 일신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현대음악을 들으려는 호기심어린 뜨거운 열정에서 엿볼 수 있었다.

폴리리듬적 현대음악에 관객들이 매혹될 수 밖에 없을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피에르로랑 에마르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폴리리듬적 현대음악에 관객들이 매혹될 수 밖에 없을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피에르로랑 에마르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이렇듯 왜 리게티 음악이 흥미로운가?

리게티는 헝가리 태생의 작곡가로 20세기 후반의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서울시향과 협연한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은 1070년대 이후 작품인데 리게티의 1970년대 이후의 작품은 1960년대에 한참 매료되어 있던 전위적 경향에서 벗어나 좀더 전통적인 선율과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그간 무시되었던 조성과 선법체계도 다시 나타난다.

피에르로망 에마르는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을 리듬의 중첩화에 주안점을 두어 폴리리듬적 살아있는 리듬을 만들어내 관객들을 매혹시켜 리게티를 어려워해 공연관람을 주저했던 관객들에게 오길 잘했다는 평들을 듣는 한편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이 이렇게 쉬운 곡이었나 하며 이 난곡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하는 피에르로망 에마르의 연주실력에 넋을 잃고 만 관객들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이로 인해 1악장의 시작이 즐겁고 정력적이고 2악장의 비극적, 3악장의 표현적, 장난기 넘치는 4악장을 거쳐 5악장의 몹시 리드미컬하고 거의 미친 듯한 에마르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이 관객들을 매혹시키는데 손색없었다. 에마르가 들려준 세 개의 앙코르곡, 리게티, ‘무지카 리체르카타10(Ligeti, X. Vivace. Capriccioso from Musica Ricercata), 쿠르타그, 베레니 페렌츠를 향한 오마쥬(Kurtág, Hommage à Berényi Ferenc 70), 그리고 쿠르타그, 판토마임(Kurtág, Pantomime)도 이런 연잔선상의 앙코르곡들이었다.

리게티는 자국의 음악 선배인 벨라 바르톡의 후계자격인 음악가인데, 물론 그의 음악이 바르톡의 방식에만 국한됐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20세기 중반기에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진영에 속한 대표적인 작곡가였으며 전자음악, 톤 클러스터(tone cluster, 음괴)기법, 마이크로 폴리포니(micro polyphony, 미세다성)양식 등 각 시기의 최전선에 있던 음악적 실험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여 각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품을 남겼다. 한마디로 전통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했던 음악가. 다만 50세가 넘어가면서 통상적인 선율과 박자를 가진 작품을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에도 단순히 전통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음악사조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독창성을 유지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향 얘기로 돌아가보자면 KBS교향악단 연주의 투박함 대비 서울시향은 내게는 섬세한 연주에 강세를 보이는 연주의 이미지로 비쳐져왔다. 그런 면에서 클로드 드뷔시의 영상과 모리스 라벨의 스페인 랩소디의 서울시향 연주는 역대 그 어느 공연보다도 섬세한 연주의 강세로 자신의 옷에 딱 맞는 연주를 전개하는 느낌이었다. 미국 출신의 관록있는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서울시향 단원들 개개인이 전부 뛰어난 연주자이며 지휘자가 겪는 외교적 지휘리허설에 대해 언급, 보통 오케스트라 리허설시 개선점의 향상을 위해 네 번의 주문을 요하게 되는데 서울시향 단원들은 단 한번의 지시로 지휘를 읽는 능력들이 매우 뛰어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스칼 로제 정통적 이미지였다면 피에르로랑 에마르 전위적 이미지

사실 클로드 드뷔시나 라벨 모두 섬세한 프랑스 작곡가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작곡가들의 이름 아니던가. 서울시향의 클로드 드뷔시 영상36분 연주길이로 거의 메인곡 수준의 역할을 했다. 세곡 모두 민속적 색채를 띠고 있다고 했거늘, 라벨의 스페인 랩소디는 스페인 남부 해안도시 말라가의 민속춤곡 말라게냐’,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태동한 2박자의 느린 춤곡 하바네라등 스페인적 정취가 물씬 풍겼다.

라벨의 스페인 랩소디를 들으면서 서울시향의 연주실력이 높은 수준으로 안정되었고 연주의 다듬어진 체계가 작동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블로거들의 견해에서 관객들의 서울시향 연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리게티 특유의 미세폴리포니를 서울 시향 단원들이 섬세하게 연주했다는 일부 블로거들의 의견에서도 리게티의 피아노협주곡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엿볼 수 있다.

클래식 고어들에게서 주목되는 것은 지난 4KBS교향악단과 협연한 파스칼 로제나 이번 서울시향과 협연을 가진 피에르로랑 메마르 1950년대 출생의 같은 세대의 피아니스트로서 프랑스 거장 피아니스트 대열에 꼽을 수 있을 명연주자들이 내한 릴레이를 펼치는 것에 새삼 관심과 주목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1KBS교향악단과 파스칼 로제의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는 드뷔시 라벨등 작곡가 문하에서 배운 스승들에게서 레슨을 익힌 엄격함과 짧지만 강력한 피날레등이 인상깊었었다. 파스칼 로제의 1익장에서 감미로운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의 전개나 역시 감미롭고 서정적인 악장의 2악장 아다지오 아사이(Adagio assai), 3악장의 파격적이고 대담한 피날레 악장으로의 대조는 세계 최정상의 레코딩 아티스트이기도 하다는 로제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이어 프랑스 거장 피아니스트의 내한 릴레이의 바톤을 받은 피에르로랑 에마르 역시 이번 서울시향과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 협연으로 비루투오소적 면모에다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벤저민, 불레즈, 메시앙과 같은 작곡가들과 긴밀히 협업해왔던 바, 지휘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리게티 음악을 최고로 연주할 수 있는 이번 에마르의 공연을 관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의 무대를 펼쳤다고 생각되어진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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