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클래식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터득한 레퍼터리들

공연일시: 423() 저녁 7시 롯데콘서트홀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Dmitry Shishkin)의 이력에서 한국 피아니스트들 대비 이목을 끄는 것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한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콩쿠르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2020년 첫 내한공연을 펼치기 시작한 시쉬킨은 더 많은 내한무대를 펼쳐보여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이제 국내팬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한 캐리어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0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TOWMOO 유트브 채널을 통해 시쉬킨은 한국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21년 코로나 여파속에서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등 서울 주요 공연장 전석매진을 기록했고 부산 인천 투어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그리고 20232년만에 다시 423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430일 아트센터인천, 55일 부산문화회관, 57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돌며 순회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를 펼치기 시작한 신예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은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대구등에서의 네차례 전국투어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30대의 러시아 신예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의 올해 피아노 리사이틀은 젊은 여성층 관객들로 대부분 채워져 보다 많은 다양한 관객층의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사진 또모)
이제 30대의 러시아 신예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의 올해 피아노 리사이틀은 젊은 여성층 관객들로 대부분 채워져 보다 많은 다양한 관객층의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사진 또모)

-“보다 폭넓은 관객 매니아층의 확보, 이제 30대 초반의 시쉬킨에겐 피아니스트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

2년전인 20218월의 트미트리 시쉬킨 서울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 부산과 인천에서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해선 놀라울 만큼 섬세하고 부드러운 톤 컬러와 자유로운 영혼의 연주였다는 평들이 눈길을 끈다.

페달을 시쉬킨만큼 자주 그리고 깔끔하게 사용하는 연주자는 흔치는 않을 것 같다며 2년전의 이날 무대의 작품들이 낭만시대 작품들이기는 하나 톤 컬러가 매우 섬세하면서 화려하고 즉흥 음악적인 자유로움까지 겸비한 시쉬킨의 연주에는 음악적 여유가 스며들어 있어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는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소프트페달을 상당히 자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톤은 언제나 다양한 색깔과 화려함을 입은 낭만적인 색채로 가득했고 무대에서 보여지는 그의 매너만큼이나 연주안에서의 음악은 따뜻하고 여유로웠다는 평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사전 리서치 배경지식을 안고 내가 들어선 니콜라이 메트너, 드뷔시, 바흐-부조니, 바흐, 프란츠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의 연주곡들로 짜여진 지난 423일 저녁 올해 롯데콘서트에서의 드미트리 시쉬킨 피아노 리사이틀은 자신이 한국클래식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를 터득한 레퍼터리들을 들려준 것 같다.

롯데콘서트홀 로비에 들어서자 시쉬킨의 팬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층들로 가득 메워져있는 것을 실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드미트리가 타고난 음악적 섬세함과 예술성이 결합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진지하고 헌신적인 피아니스트(Dmitry is a serious and dedicated pianist: high professionalism combined with natural musical subtlety and artistry)”라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예브게닌 키신의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드미트리 시쉬킨을 키신이나 다닐트리노프급으로 분류하기에는 시간이나 경륜이 더 필요할 듯 보여 보다 폭넓은 관객 매니아층의 확보는 이제 30대 초반을 맞은 드미트리 시쉬킨에게는 피아니스트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던져진 것처럼 여겨졌다.

그럼에도 흥분과 격정보다는 여성적 섬세한 부드러움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시쉬킨의 피아니즘이 흥분과 격정을 기본으로 하는 키신등의 피아니즘과 크게 대별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런 요소들은 전반부 연주곡들에서 클로드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연주나 시쉬킨의 바흐-부조니 샤콘느에서 여실히 느껴볼 수 있었다.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3악장 달빛(Clair de lune)’으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드뷔시의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나 아름다운 선율과 색채가 풍부한 화음이 점차 확립되어 가고 있던 그의 인상주의적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여성적 섬세한 부드러움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

시쉬킨이 1부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바흐-부조니 샤콘느의 감상도 그러해 여성적 섬세한 부드러움의 피아니즘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뚜렸했으며 원곡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피아노의 특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부조니의 샤콘느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장엄하고 인상적이라는 점을 시쉬킨은 부각시키고자 했다.

후반부 첫 연주곡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제1번은 시쉬킨이 2015년 쇼팽콩쿠르 결선곡으로도 쳤던 곡이고 2년전 내한 리사이틀의 연주곡중의 하나였는데 이곡은 연주자로 하여금 무한한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해 확장된 스케일과 압도적인 다이내믹, 웅장한 표현력이 극적인 전개로 이어져 흡사 캐리어 초기의 다닐 트리포노프를 닮은 모습으로 연주되었다.

이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7번 연주는 후반부 마지막 부분을 비중있게 다루는 드미트리 시쉬킨의 솜씨에서 교향곡 작곡가들로 이들이 클래식 팬들에게 알려져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들 작곡가들의 소나타 피아노 연주곡으로 듣게되는 모처럼의 행운을 관객들이 누렸다.

라흐마니노프의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1번 소나타와 달리 2번 소나타는 피아노 연주회의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잡고 있으며 기술적, 음악적으로 매우 어려운 난곡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제2번 연주에 대한 시쉬킨의 학구적 연주를 엿볼 수 있었으며 전반부 연주곡들보다 보다 자유로운 피아니즘이 느껴졌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7번은 이른바 전쟁 소나타라고 불리는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소나타 중 가장 짧고 가장 난해한 작품이다. ‘전쟁 소나타는 독일군 침략의 공포뿐만 아니라 스탈린 시대 러시아에서의 삶이 가져다 주는 불안감을 반영하는 고난의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일 면에서 이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초기 피아노 작품에서부터 나타났던 자극과 서정의 개성 있는 결합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그 시기에 혼란스러웠던 영혼을 나타내는 강렬함이 담겨 있다. 빠른 속주로 마무리하는 시쉬킨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제7번을 보면서 오늘의 연주회가 전반부의 귀에 익숙한 곡들에다 후반부의 비중있는 연주곡들의 혼합이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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