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탈(逸脫)에 가까운 연주 프로그램들로 관객들 매혹시키다

공연일시: 430()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최근 자신들의 정기공연에서 국내 교향악계를 대표하는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일탈(逸脫)에 가까운 연주 프로그램들로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들로 연주회를 짜는 것이 아니고 현대음악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연주반경을 넓혀 교향악단 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는다.

430789회 정기연주회를 가진 KBS교향악단의 경우 최근 국내 양대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가 오스모 벤스케나 피에타리 잉키넨 같은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들이었던 관계로 시벨리우스 연주곡들이 다반사를 차지하던 터에 루에드 랑고르(R. Langgaard)등의 잘 알려지지 않아 연주 레퍼토리들로 잘 올려지지 않던 덴마크 교향곡들 연주로 시선을 돌려 인상적 연주를 남겼다. 서울시향은 지난 420일 정기연주회에서 현대음악에 매혹될 수 밖에 없을 풍성한 폴리리듬적 선율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 1번의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로랑 에마르의 연주에서 파생하는 폴리리듬적 선율로 관객들을 중독시켰다.

현대음악에 분류될 리게티의 피아노협주곡을 듣게 되면 이날 피아노협연을 맡은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NDR 라디오 필하모니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같은 기존의 정통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의 유트브 동영상이 오히려 낯설 정도로 느껴진다. 그만큼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의 중독성이 컸다는 의미다.국내에서 내한공연도 가진 프랑소와 자비로트 지휘로 괴르체니히 쾰른이 크리스티안 테츠랄프와 바이올린 연주로 들려준 리게티작 바이올린 협주곡도 현대음악의 음률로 기존의 정통 바이올린 협주곡 클래식 연주곡들과 대비돼서 흥미롭고 리게티 작곡의 레퀴엠도 현대음악의 음률이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여서 모차르트나 바흐등의 레퀴엠선율과 차별화를 보인다.

교향악 연주의 새 비경(泌境)을 개척하는 느낌의  루에드 랑고르의 교향곡 제4번의 지휘를 이끌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 (사진: KBS교향악단)
교향악 연주의 새 비경(泌境)을 개척하는 느낌의  루에드 랑고르의 교향곡 제4번의 지휘를 이끌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은 요즈음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

지난 80-90년대에 국내 교향악단의 인기는 당시 KBS교향악단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최근에 서울시향쪽으로 추()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가 이제는 양 교향악단이 거의 서로 대등한 연주실력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판단해보기도 한다. 그만큼 KBS교향악단 측에서도 이제는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교향악단 하나 정도는 갖고 있구나 하는 언질을 내비치는 것이 그냥 빈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제789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관객들이 루에드 랑고르와 닐센의 덴마크 작곡가들의 연주곡을 들은 것이나 러시아 출신의 중견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Alexei Volodin)의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연주를 듣게 된 것은 거의 굉장한 행운에 가깝다. 상당히 짜임새가 있었고 악상의 적극적인 변화도 큰 음량으로 다이내믹하게 들려줬다는 관객들의 평에서 닐센에 가려져있던 루에드 랑고르의 음악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상당히 충족되어진 듯 싶다. 주중 내내 그의 음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16곡에 달하는 교향곡들을 대부분 이번에 KBS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은 토마스 다우스고르가 덴마크 국립 심포니와 녹음한 유트브 영상들을 개인적으로 집중력있게 큰 관심을 갖고 들어보니 교향악 연주의 새 비경(泌境)을 개척하는 느낌이었다.

10대에 처음 교향곡을 작곡해 죽기 직전까지 작곡했고 개정과 보완을 수도없이 거친 교향곡들은 랑고르 음악의 거의 모든것이라 할수 있는 작품들인데 후기 낭만주의부터 미니멀리즘, 뉴에이지에 이르는 광범위한 요소들이 16곡의 교향곡들에 드러나고 있으며 각각의 교향곡들은 동일하다 싶은 유형이나 패턴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폭이 넓은 편임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교향곡 1"벼랑의 목가" 같은 경우는 장대한 스케일의 후기 낭만주의 음악적인 작품이라면 교향곡 3"청춘의 활기"같은 경우는 사실상 피아노 협주곡이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그런가하면 교향곡 4"낙엽"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을 연상시키는 단악장 작품이며, 교향곡 6"천상의 공격"은 일종의 스토리가 있는 교향시 형식의 변주곡이다. 그외에도 불과 7분짜리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교향곡이 있는가하면 고전적인 4악장 형식의 교향곡도 있고 스타일도 중기 낭만주의의 슈만이나 멘델스존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교향곡까지 다양하다는 것이 음악학자들의 평가다.

모든 파트가 상향음계로 고조되고 음악 전체의 짜릿함 선사

닐센을 연주한 KBS교향악단의 연주실력 역시 오늘 다른 날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는 관객들의 많은 평을 받았다.

KBS교향악단의 유투브채널 Nice to 매튜와 인터뷰한 지휘 토마스 다우스고르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교향곡에 붙은 불멸이라는 제목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생명의 힘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뜻한다. 인간의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이 담긴 덴마크 음악의 정취를 가득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듯 하다. 닐센은 불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란 생명과 같아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탄생하자 자신의 작곡 활동에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자아의 의지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음악적 언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교향곡은 그의 이전 작품들과 같이 표면상의 낙천성을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앞서 발표한 교향곡 제3<확장>은 매우 외향적인 작품이었고, 작가 막스 브로트는 이 작품에 대해 행복하고 일 더미에 묻힌, 그러나 전원적이고 때 묻지 않은 인류의 미래를 노래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모든 파트가 상향음계로 고조되고 음악 전체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것 또한 닐센 교향곡 4KBS교향악단 연주의 특징이었는데 닐센이 교향곡 제4<불멸>을 쓰기 시작할 무렵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그가 원했던 때 묻지 않은 인류의 미래는 불가능해졌다. 당시 그는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고 코펜하겐 오페라단에서 해임되는 등 개인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미래는 인간이 부단히 노력했을 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말하는 이 노력이란, 전쟁의 현장을 묘사했다고 스스로 밝힌 이 작품의 피날레 악장에서 두 개의 팀파니가 서로 다투듯 진행하는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두 번째 팀파니 주자가 긴 침묵을 깨고 등장하는 대목에서 노력의 대가를 얻는 것이다.

이 작품은 attacca subito(재빨리 갑작스럽게 공격하라)라는 지시대로 악장들이 이어져서 단일 악장처럼 쉼 없이 연주되지만 고전 교향곡에서와 같이 4악장으로 나뉘어 있다. 진짜 덴마크 음악을 들려주겠다며 덴마크 음악의 끝판왕처럼 덴마크음악을 다른 나라에 소개한다는 익사이트한 덴마크 출신의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의 무대에서의 지휘열정이 매우 인상적 기억으로 남는다. .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알렉세이 볼로딘은 힘과 기교면에서 균형이 잘 잡힌 시기인 것 같다며 저음부에선 디스토션이 걸린 듯 매력적으로 거칠었고 고음부에선 단단하면서도 분명한 피아노 사운드로 강인하게 연주해주었다는 평들이 쏟아져나왔다. 낭만적인 부분도 강약을 잘 조절해가며 관록이 우러나오는 자부심이 느껴져 온다는 피아니스트였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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