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텐츠의 2년만의 재회 무대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휘무대

공연일시: 511()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2017-2021 시즌의 전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의 2년만의 재회 무대로 그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휘무대를 다시 볼 수 있는 무대였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헨크 더블리허르 편곡)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 연주된 지난 511일 저녁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의 바그너 반지연주회 얘기다.

바그너의 <반지> 4부작을 음악적으로 비교적 충실하고 균형감있게 개관(槪觀)하고 있다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은 이런 개관 연주 탓인지 솔직히 <반지>의 참맛을 맛보기에는 미흡한 점을 감출 수 없었다.

오히려 서울시향이 콘서트 버전으로 20149<반지> 1부작으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올린 <라인의 황금> 연주나 20155<반지> 두 번째 무대로 콘서트 버전으로 올린 <발퀴레> 연주의 감흥을 떠올리게 하며 이때의 반지 연주에 못미치는 듯 했다.

서울시향과의 2년만의 재회무대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휘무대를 펼친 전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마르쿠스 슈텐츠 홈페이지)
서울시향과의 2년만의 재회무대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지휘무대를 펼친 전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마르쿠스 슈텐츠 홈페이지)

-“반지 악극음악의 오리지널 감흥에 못미친 반지 관현악 모험의 개관(槪觀) 연주

사실 2014926일 저녁 서울시향이 정명훈 지휘로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사이클 가운데 전야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Rheingold) 콘서트버전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첫막으로 올려 10여분에 걸친 열광적 기립박수의 커튼콜을 이끌어냈을 때 바그너 악극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이렇게 간절하고 뜨거웠던가 하는 감회에 젖던 기억이 새롭다.

서울시향의 정명훈과 바그너는 2014년 시향 최고 관심 공연으로 꼽힌데다 그해 직전 지난달 827일 있었던 런던 BBC프롬스의 성공적 데뷔 연주이후 일취월장한 연주력을 확인키위한 관객들의 관심 증폭으로 무대는 BBC프롬스 무대를 방불케하는 긴장과 기대가 넘쳤었다.

라인의 황금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첫 번째 오페라 작품으로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며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라인의 황금을 전야로 정하고 1부 발퀴레, 2부 지그프리트, 3부 신들의 황혼으로 구성했다. 라인의 황금은 라인강 밑에 숨겨져있는 마력을 가진 황금으로 만든 반지를 끼는 자는 사랑을 끊은 권력의 신이 되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으므로 땅 아래에 사는 니벨룽겐의 난장이와 땅위의 거인 하늘의 모든 신들이 황금의 반지를 둘러싸고 서로 투쟁한다는 내용이다.이런 줄거리를 바탕으로 보탄역의 바리톤 크리스토퍼 몰트먼등 9명의 외국 전문 바그너 가수와 세 라인처녀들을 이룬 벨군데의 소프라노 박세영과 플로스힐데 역의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등 4명의 국내 성악가들이 출연, 바그너를 처음 듣는 사람도 바그너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바그너 입문 공연으로선 훌륭했던 무대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향의 니벨룽의 반지는 논쟁적인 이 오페라의 내용이나 치밀하고 중량감있는 독일 음악, 특히 바그너 음악의 위대함을 입증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노하우 축적의 계기로서 클래식 음악의 분야에서 가장 거대하고 복잡다기한 대작을 드디어 우리 악단이 연주한다는 데 큰 뜻이 있었다.

이어 2015520일 저녁 7시부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이 올린 반지 두 번째 발퀴레연주의 콘서트 버전무대는 위풍당당 발퀴레의 함성의 잔향이 아직도 귀에 남아있는 듯한 기억이 선하며 니벨룽의 반지접근의 문턱을 상당히 낮춘 점에서 큰 점수를 받을 만 했던 공연이었다.

장장 4시간 25분간 이어진 서울시향 발퀴레는 독일어 원어 공연을 이해할 국내 관객이 많이 없는 점을 감안한 매끄러운 한글 자막 번역이 이런 문턱을 낮추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149월 서울시향의 라인의 황금이 이 땅의 역량으로 내딛는 반지의 역사를 개시하는데 많은 청중이 동참한 탓인지 바그너의 악극을 감상하는 관객의 감상태도도 많이 성숙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발퀴레를 4시간 반에 걸쳐 봤다는 뿌듯함이 공연이 끝나자 여기저기 관객들의 표정에서 묻어났다.

이번 서울시향이 무대에 올린 마르쿠스 슈텐츠의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의 연주보다 옛 서울시향의 콘서트 버전 반지 시리즈 연주를 언급한 까닭은 서울시향의 발퀴레무대 두 번째 반지 콘서트 버전 연주회에서도 세계 무대에서 정교한 헬덴테노르로 입지를 구축해온 지그문트 역의 테너 사이먼 오닐이 압권으로 볼 수 있을 만큼의 당시 대사 보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치 오페라 무대를 방불케하는 자연스런 연기로 1막의 스포트라이트였던 반지의 참맛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나의 봄(du bist der Lenz)을 열창하는 지글린데 역의 소프라노 셀레스테 시실리아노의 가창도 인상적이었고 관능적인 사랑의 2중창을 펼치면서 쌍둥이 남매임을 깨닫게 되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포옹 입맞춤으로 1막의 마무리 역시 발퀴레 전체 공연을 통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으로 꼽을 만 했다.

보탄역을 맡은 베이스 바리톤의 에길스 실린스의 노래로 시작한 2막에선 브륀헬데 역의 소프라노 이름가르트 빌스마이어의 탁트인 성량이 확 눈에 들어왔다. 2막에서도 발퀴레 전체를 통해 라이트모티브로 작용하는 금관악기의 강력한 위용과 소용돌이치는 반주음형이 더해져 마치 포효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오페라 관객에게 발퀴레 하면 발퀴레의 기행’(Ride Of The Valkyries) 연주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발퀴레의 기행선율이 니벨룽의 반지발퀴레의 전체를 관통하는 선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에 방점을 찍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스타일 반영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이번 서울시향과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연주는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에 방점을 찍는 박재홍의 스타일이 반영된 느낌이다.

지난해 2022224-25일 박재홍은 스웨덴 출신의 트럼펫 연주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격리면제불가로 내한 불발 된 서울시향 연초무대에 대타로 출연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3번 연주로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지난해 연초 227일의 실내악시리즈와 34일 예정돼 있었던 호칸 하르덴베이에르의 오네게르 교향곡 2번 연주의 연쇄 연주취소라는 악재 때문에 그의 공연을 내심 고대하던 서울시향의 클래식 고어 음악애호가들로부터 자칫 김빠질 법한 연주회를 구해낸 피아니스트로 내 뇌리에 남아있다.

연주 내내 오른발 페달을 적절히 밟으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지난해 1월 말 오스모 벤스케의 모차르트 레퀴엠에 소프라노 임선혜 대신 대타 출연한 소프라노 서선영의 대타 히로인을 내 심중에 연상시켰다. 2021 부조니 콩쿠르의 결선 우승 곡이기도 한 이 곡의 연주를 통해 박재홍은 자신의 부조니 콩쿠르 우승 자축무대 격 연주에서 역시 2021년 쇼팽콩쿠르 우승자 내한공연 브루스 류 못지않은 또 하나의 핫(hot)한 피아니스트의 존재감을 이날 연주회를 찾은 클래식 팬들에게 알린 듯했다. 자신의 연주 기량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작곡가의 숨겨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는 스타일에 방점을 찍은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스타일은 지난해 202228일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있었던 자신의 리사이틀에서도 반영되었었다. 박재홍은 슈만의 피아노를 위한 아라베스크가 따뜻하게 감싸는 것으로 시작된 첫 연주곡을 제외하면, 슈만의 피아나 소나타 제1,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제3,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를 위한 전주, 코랄과 푸가 등 자신이 아끼는 작품을 소중히 꺼내어놓는 무대이자 밀도 높은 피아노 연주곡들로 채워져 비중 있는 곡들을 통해 작곡가가 들리는 연주를 들려줬었다. 작곡가가 숨겨둔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연주에 역점을 두려워한다는 이런 그의 연주 스타일은 2019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솔로 세미파이널에서 연주한 F. J. Haydn, Andante mit Variationen F-moll hob. XVII/6, F. Busoni, 10 Variationen über den Präeludium von Chopin BV 213a, I. Albéniz, Almeria from Iberia (book 2), F. Liszt, Après une Lecture de Dante. Fantasia quasi Sonata에서도 관객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이런 그의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이런 느낌은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부조니 콩쿠르 솔로 파이널들에서 연주한 D. Scarlatti: Sonata in si minore, K. 27, É. Tanguy: Passacaille, J.S. Bach/F. Busoni: Choralvorspiel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BWV 645 - BV B 27 n.2, 그리고 L.v. Beethoven: Sonate n. 29, op. 106에서도 마찬가지의 연주 감상의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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