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시: 5월24일(수) 저녁 7시30분 송도 아트센터인천
'새롭게 연주력 발견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문화뉴스 여홍일] 룩셈부르크의 음악적 역량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럽에서 온 음악의 전령사(傳令使)의 향기를 전해주는 듯 싶었다.

지난 524일 서울과 대구등 지방공연에 앞서 수요일 저녁 인천아트센터에서 있은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Orchestre Philharmonique Luxembourg) 공연 얘기다.

보통 전통적 유럽 클래식 강국들은 독일의 베를린필이나 뮌헨필, 드레스덴필, 영국의 런던심포니나 필하모니아, 프랑스의 파리교향악단이나 라디오프랑스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나 체코의 체코필등의 전통적 명망있는 교향악단들이 주류를 형성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클래식계의 전통적 강국에 끼어있는 나라들의 연주단체들은 국내에 잘 소개가 안되어왔었고 연주력에 대해서도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인지를 잘 못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송도 아트센터인천에서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과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을 지휘하고 있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구스타보 히메노. (사진 룩셈부르크 필하모니 페이스북)
송도 아트센터인천에서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과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을 지휘하고 있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구스타보 히메노. (사진 룩셈부르크 필하모니 페이스북)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 묵직한 당참이 다가오는 첼로연주'

지난해 International Classical Music Awards 2022 Gala Concert 무대를 룩셈부르크 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연 룩셈부르크 필 하모닉의 연주나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를 이끈 부루크너 교향곡 4번의 이 연주단체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연주력이나 콘서트홀의 어쿠스틱, 관객 청중의 뜨거운 열기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유럽 톱 클라스의 여느 공연장의 열기에 못지 않다는 새삼스런 발견을 하게 된다. 특히 아담 피셔와 야쿠프 흐루샤등의 내한무대도 가진 지휘자들이 번갈아 가며 출연한 ICMA의 갈라 콘서트 무대에서의 룩샘부르크 필하모니 콘서트홀의 어쿠스틱은 국내 관객이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홀의 뛰어난 어쿠스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음향이 뛰어난 것이 전해져온다.

이날 사실 송도 아트센터인천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1층 객석도 앞부문만 채워지는등 열기는 생각보다 없었지만 개인 일정상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해 찾은 아트센터인천에서의 이 연주단체의 공연도 유럽의 클래식 주류 강국의 변두리에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린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연주단체의 목록을 유럽의 톱 클라스 대열의 하나로 추가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중심에서 룩셈부르크의 문화를 선도해왔다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20개국에서 온 98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역대 상임지휘자 앙리 펜시스, 칼 멜스, 루이 드 프로망, 레오폴트 하거, 데이비드 샬론, 브램웰 토비, 엠마누엘 크리빈을 거치면서 다져진 우아한 음색으로 유명하다는 평의 연주력이 아트센터인천의 객석에 관객들의 심성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한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은 2021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내가 처음 접한 폐막공연의 마지막 연주곡이 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에서의 신들린 묵직한 당참이 다가오는 첼로연주를 들려줬다. 가장 유명한 첼로협주곡으로 회자되는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의 위엄이 첼리스트 한재민의 첼로연주의 잔매무새가 좋다는 느낌과 함께 밀려왔다.

특히 이 작품의 1악장이 대담한 희망과 웅장함이 특징적인 인상으로 화려한 관현악과 독주 첼로 사이의 극적인 긴장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점에서 첼리스트 한재민의 묵직한 당참이 새롭게 다가왔다. 첼로 협주곡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첼리스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 모든 첼리스트들에게 시그니처 작품의 연주로 여겨지는 이 곡을 통해 첼리스트 한재민은 1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 묵직한 연주의 톤으로 구력이 붙은 오랜 연륜을 쌓은 첼리스트 같은 풍모를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안겼다.

-“세계 지휘계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구스타보 히메노의 발견, 또 하나의 수확

2021 9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제콩쿠르 우승자 초청음악회 Discover Rising Star I 연주회에서도 첼리스트 한재민은 후반부 무대에 올라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자클린 뒤 프레의 연주음반에서 보듯 처연한 엘가 첼로협주곡의 극적 연주의 맛을 느끼게 하기보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묵직한 첼로를 들려줬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장엄한 첼로 독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을 첼리스트 한재민은 주요 주제가 여러 악장에 걸쳐 나타나며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 순환형식을 통해 곡 전체의 통일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첼로연주를 선보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아트센터인천 무대에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이 들려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연주는 이 단체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Signiture) 연주곡을 들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홀로 가득 채우는 연주사운드가 인상적이어서 룩셈부르프 심포니홀의 연주를 흡사 아트센터인천으로 갖다놓은 듯 해 이채로웠다.

이날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연주무대에서 관객들이 발견한 또 하나의 수확은 세계 지휘계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기수로서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히메노(Gustavo Gimeno)의 발견일 듯 싶다. 2013년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퍼커션 수석을 사임하고 지휘자로의 길로서 음악인생의 2막을 연 구스타보 히메노는 50대 초반에서 40대 초중반의 그런 세계 지휘계의 젊은 지휘자의 한명으로 촉망받는 지휘자로 거론되며 음반분야에서도 최근 가장 각광받는 지휘자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첨언하고 싶다면 전체 콘서트홀이 세상의 때가 묻지않은 새하얀 외관을 갖고 있고 콘서트홀의 벽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823개의 하얀 강철 기둥들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여과기의 역할을 상징하고 있다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니의 콘서트홀도 이 홀의 뛰어난 어쿠스틱에 쏟아지는 찬사를 감안하면 최근 서울시향등 국내 연주단체들이 콘서트홀을 건립하고자 할 때 많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베를린필의 베를린 필하모니처럼 룩셈부르크 필하모니의 콘서트홀로 가서 이 연주단체의 연주를 현장에서 듣고싶다는 생각을 많은 관객들의 심성에 불러일으켰다면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20년만의 내한공연은 성공적이었다는 징표일 것이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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