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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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도 그러겠지만 광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특히 시간에 쫓겨 삽니다. 저 역시 광고 회사에 다닐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을 확인하며 긴장과 조바심을 품은 채 살았습니다.

광고주가 저희 쪽에 제작을 의뢰할 때 시간을 넉넉히 주면 좋겠지만 길어야 2주 짧게는 3~4일을 줍니다. 광고주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요.

2주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광고주에게 광고할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내부적으로 광고 콘셉트를 정하고 제작자는 다시 또 제작 콘셉트를 정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디어 작업에 들어갑니다. 며칠 동안 머리를 맞대어 가까스로 제작물을 완성하면 제작물을 들고 광고주에게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거기서 한방에 오케이를 얻으면 끝나지만 한방에 오케이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 정도 튕기는 게 예삿일이고 또한 실무진들이 맘에 든다고 해도 윗선에서 고개를 내저으며 도로아미타불이 됩니다.

“3일 후에 다시 한 번 봅시다.”

광고주의 그 한 마디에 다들 안절부절못합니다. 이런 식이 어딨냐고 따지고 싶지만 갑과 을의 관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회사에 돌아온 팀장은 팀원에게 특단의 조치로 ‘호텔 작업’을 명령합니다.

“집에 갈 생각 마. 지금 바로 간다.”

회사 인근의 호텔 하나를 얻어 팀원들은 1박2일 동안 주구장창 아이디어 회의만 합니다. 밥 때가 되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세 끼 다 배달 음식으로 먹습니다. 일체 잡담이나 휴식도 없습니다. 벽시계도 떼어놓습니다. 오직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에 대해 서로 평가 받고 좋은 건 발전을 시킵니다.

다음 날, 꽤 괜찮은 제작물을 갖고 호텔에서 나옵니다. 그 제작물을 보고 고주 역시 만족합니다.

‘호텔 작업’의 선택이 적절했습니다. 이 작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촉박한 시간이 주는 긴장감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도 더 큰 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고, 세 끼 밥도 다 배달음식이고 일체 잡담이나 휴식도 없고 시간 가는 것도 모르게 하고 오직 일에만 몰두하게끔 만든 그 상황이 좋은 성과를 내게 한 것입니다.

지금은 광고 일을 그만 뒀기 때문에 ‘호텔 작업’을 할 일은 없지만 그 작업 방식을 잊지 않고 글 쓸 때 적용하고 있습니다.

서재 안에는 책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스마트폰도 없고 노트북은 있지만 인터넷이 안 됩니다. 글을 쓰다가 막혀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습니다. 글 한 꼭지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돌부처가 됩니다.

책과 나,

사색과 나,

글과 나,

이 대결 구도 외에 그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게 합니다. 이처럼 잡념을 버리고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능한 이유는 서재에 들어가면 사방에 책뿐이니 달리 딴 짓거리를 할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작가에 비해 글을 참 많이 씁니다. 어느 해는 일 년에 책을 4권이나 펴낸 적도 있습니다.

누구나 다 일을 합니다. 그런데 성과의 차이가 나오는 건 능력도 능력지만 어쩌면 집중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간 투자와 성과가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그 시간에 집중을 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싶으세요?

뭔가를 끌어 모으려 애쓰지 말고 뭔가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생각을 버리고, 걱정을 버리고, 시간을 버리고, 사람을 버리고, 기대를 버리고, 나를 버리고, 세상을 버리세요. 버리면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해지면 이룰 수 있습니다. 버리기와 단순해지기. 이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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