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로 후반부에 화려한 피날레 장식했었더라면....

공연일시: 531()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기교는 완벽했지만 힐러리 한은 얼음공주의 차가운 이미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힐러리 한에 대한 얼음공주라는 표현이 완벽주의를 지향하며 냉철하고 이지적인 연주를 하는 스타일 때문에 붙은 별명이긴 하지만 감동보단 기교가 두드러졌던 연주회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힐러리 한은 그래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풍부한 음악성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것으로 클래식계에서 칭해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지난해 202275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내한공연 무대에선 힐러리 한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었다. 올해 지난 531일 내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가진 힐러리 한이 이날 파트너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를리거와 무대에 올린 연주곡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일명 크로이처와 제10번의 연주곡.

클래식 애호가들이 인지하고 있듯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제9번 일명 크로이처소나타는 10개의 베토벤의 소나타 연주곡들 가운데서 단연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소나타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 화려하고 강렬하며, 깊은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여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10번이 그런 명성이 없는 작품인 관점에서 힐러리 한은 연주 이날의 두곡 순서를 뒤바꿨어야 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10번을 전반부에 연주하고 베토벤이 남긴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소나타로 평가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을 후반부에 연주함으로써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더라면 완벽한 기교를 넘어 얼음공주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깊은 감동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밤으로 귀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힐러리 한은 기교의 완벽성보다 감동의 창출에 포인트를 둬 연주의 프로그램을 바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를 후반부 피날레로 연주했더라면 더 감동적 바이올린 연주회가 되었을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힐러리 한은 기교의 완벽성보다 감동의 창출에 포인트를 둬 연주의 프로그램을 바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를 후반부 피날레로 연주했더라면 더 감동적 바이올린 연주회가 되었을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힐러리 한, 후반부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10번의 연주 밀도높게 밀고가

이런 연주순서의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힐러리 한이 이날 후반부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10번의 연주를 밀도높게 밀고 가긴 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접전을 벌이는 강렬한 작품으로 비견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크로이처연주의 감동을 뒤엎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힐러리 한과 안드레아스 해플리거의 조합이 출중하여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10번이 9번만큼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피력한 블로거들도 있었으나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라고 해서 베토벤의 유장함은 들어있지 않았다는 이날 연주회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반면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 파트가 특히 화려하고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마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파트 역시 만만치가 않아 바이올린은 불을 뿜는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를 선보이며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야말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 곡의 초판본을 보면 악보에 거의 협주곡처럼, 극히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고 써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힐러리 한과 안드레아스 해플리거의 이날 크로이처연주가 이런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후반부에 불을 뿜었으면 어땔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리사이틀 프로그램 순서를 뒤바꿔 진행했더라면 더 좋았었을 것 같았던 연주회의 기억으론 202142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도 그랬다. 당시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도 전반부에 브람스 세걔의 간주곡과 네 개의 피아노 소품으로 부담감 없이 무리가 없도록 가고 후반부에 하이든 소나타 60번과 베토벤 소나타 30번으로 연주하는 순서가 이날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다소 제기됐던 그가 연주도중 악상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정명훈의 섬세한 시적 표현의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 Op.117이나 관객의 환희가 터져 나온 브람스의 네 개의 피아노 소품, Op.119가 많은 청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60C장조는 주로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위해 쓴 이전 소나타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우며 규모도 대폭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작곡가의 후기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에 뒤지지 않는 대작이라고 평가받는 소나타다. 그런 관점에서 정명훈이 두 번째 자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이곡을 첫 번째 연주곡으로 삼은 것은 자신의 연주회의 분위기를 처음부터 다소 무겁게 가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당시 들었었다.

-“내한무대가 잦은 이미지보다 깊은 감동의 음악성이 더 중요!!”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주곡들 순서를 뒤바꿔 연주했더라면 더 좋았었을 듯 싶었던 또하나의 연주회의 기억으론 2021121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2007년 차이콥스키 피아노 국제콩쿠르 우승자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피아노 리사이틀을 들 수 있다.

다섯 개의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는 50대 이전에는 치는게 아니라는 얘기가 피아니스트들이나 음악애호가들에게 있을 만큼 그만큼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곡들이란 인상을 주어 꿀띠쉐프가 첫 연주곡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1번을 고른 것은 이날의 리사이틀을 무겁게 가져간다는 인상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전반부와 후반부 연주곡들의 순서를 뒤바꿔 처음에 차이콥스키의 6개의 소품으로 시작하고 후반부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1번과 리스트, 순례의 해중 제7단테를 읽고-소나타풍의 환상곡을 연주했더라면 훨씬 smooth한 연주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주곡들 순서를 뒤바꿔 관객들이 전반부에 부담이 없었더라면 하는 연주회는 비단 피아니스트들의 연주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20216월 노부스 콰르텟의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연주회 개막공연에서도 나는 같은 느낌을 가졌다. 노부스 콰르텟은 개막공연에서 약 33분 연주길이의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제2번으로 연주를 시작, 이것이 내게는 이날의 연주를 무거운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는 느낌을 초반 가졌는데 후반부에 연주된 현악사중주 제3(연주시간 약 19)과 현악사중주 제9(연주시간 약 25)을 연주순서상 전반부 연주곡과 후반부 연주곡을 바꿔 후반부 연주곡들이 오히려 전반부에 연주됐더라면 연주회에 참석한 감상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더 좋았었지 않았을까 싶긴 마찬가지였다.

힐러리 한도 지난해 몬트리올 심포니와 협연자로 출연한데 이어 올해 바이올린 리사이틀로 서울 무대를 다시 찾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내한무대가 잦은 이미지에 못지 않게 깊은 감동의 음악성으로 기억되려 했었다면 연주프로그램의 순서를 바꿔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명 일명 크로이처의 연주를 마지막에 배치해 이런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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