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무대에서 즐기면서 지휘하는 법 터득한 듯”

공연일시: 613일 저녁 730분 부천아트센터

지휘자 장한나가 무대에서 즐기면서 지휘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지난 613일 화요일 저녁 새로 개관해 어쿠스틱 면에서 수도권 공연장으론 예외적 찬사를 받고 있는 부천아트센터에서 빈 심포니와 함께 후반부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1악장에서부터 내게 느껴진 것은 과거 장한나가 지휘자로서 잘해 내야되겠다는 부담감을 털어내고 무대에서 지휘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때문에 지난해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빈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펼친 빈 심포니의 연주를 들으면서 관객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더 이상 과거의 첼리스트 장한나가 아니라 지휘자로서 장한나의 성장 속도일 것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교향곡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을 키운 그녀는 200724세의 나이로 정식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지휘에만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결과 장한나는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22-23년 시즌 함부르크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지휘자 장한나의 향후 구력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모았던 부천아트센터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지휘장면. (사진 부천아트센터)
지휘자 장한나의 향후 구력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모았던 부천아트센터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지휘장면. (사진 부천아트센터)

-“지휘자 장한나의 40대 앞에 펼쳐질 지휘자 구력(球歷)은 향후 어떻게 될까

지난해 2022 빈 심포니의 내한공연을 보고서 지휘자 장한나의 40대 앞에 펼쳐질 지휘자 구력은 어떻게 될까? 하고 개인적으로 점쳐본 적이 있다.

지난해 2022530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 <2022 빈 심포니 내한공연>을 보고서 느끼게 된 감정인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장한나가 지휘하는 순간부터 예전의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펼치던 때와 또 다르게 장한나의 지휘 구력이 많이 붙은 느낌을 받았다.

장한나의 어린 시절 세종문화회관등에서 열린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C장조 연주등을 지켜본 필자에게 장한나의 지휘자로서의 변신은 해외에서 더 잘나가고 있기에 관심있게 개인적으로 지켜본다. 2013-14년 동안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장한나는 런던에서 열린 2014 BBC프롬스에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성공적인 공연으로 그녀의 지휘 커리어는 절정에 달했다.

그녀는 오슬로 필하모닉, 체코 국립 예배당 드레스덴,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 쾰른, 밤베르거 심포니, 토론토, 함부르크, 싱가포르 도쿄, 신시내티, 세인트루이스, 인디애나폴리스, 시애틀, 예테보리, 말뫼, 아이슬란드 심포니와 같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주 작업해왔다.

그럼에도 사실 빈심포니는 클래식계의 빈의 터주대감이라고 할 수 있을 빈필에 비해 국제적 연주캐리어나 관객 흡인면에서 낮다. 5년전 마지막 한국투어 공연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던 필리프 조르당이 지난해 입국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진으로 그의 내한공연 지휘는 불발되었고 필리프 조르당의 입국불발에 실망한 음악애호가들도 솔직히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 장한나가 지휘자로서의 구력이 많이 붙은 모습으로 또다시 기쁨을 선사했으나 빈심포니는 3년전이나 지난해 리카르도 무티와 내한공연을 펼친 빈필이 선사한 레퍼토리들의 다채로움에도 솔직히 레퍼토리들이 다채롭지 못한 감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냉정한(冷情漢)에 가까운 차가운 이미지의 브루스 리우

빈심포니는 지난해 2022530일에도 잠실 롯데콘서트와 61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길 샤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제7번등의 메인곡 연주외에 브람스의 헝가리언 댄스 No.5, 이지수의 아리랑,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피치카토 폴카의 같은 레퍼토리로 관객을 맞았다.

빈필이 2019111일 내한공연에서 틸레만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의 연주와 113일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로 드보르작 교향곡 제9<신세계에서>와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레퍼토리들의 비중도 빈심포니는 좀 떨어지는 감을 감출 수 없다.

올해 2023년 이번 빈 심포니의 국내 내한투어를 함께 한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는 흥분하는 타입이 아닌 차가운 이미지에 가까운 예전의 그의 이미지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를 초심자인양 진지하고 겸손하게 연주를 이끌었다. 2021년 쇼팽콩쿠르 우승자라면 화려한 제스처에다 클래식 연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글리산도, 비브라토, 루바토등 연주기법을 다 동원해 연주무대를 더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욕심도 보일 수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

냉정한에 가까운 그런 차가운 이미지의 브루스 리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는 202111월말 서울시향과 협연무대를 가졌던 무대를 흡사 연상시킨다. 쇼팽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1년반전 서울시향과 협연무대를 가진 캐나다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피아니즘은 솔직히 당시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인해 내 개인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받았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폴란드 바르샤바의 내셔널 필하모닉 홀에서 콩쿠르 본선을 현장에서 지켜본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특히 3악장 론도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면서도 피아니시모(pp, 아주 작게)는 가장 멀리 있는 관객의 귀에까지 전달했다. 콩쿠르의 모든 연주를 통틀어 가장 스릴 넘치는 피아니시모였고 단연코, 우승자에 어울리는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다.”라고 전했던 것에 비하면 서울시향과의 브루스 리우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조성진처럼 우리와 같은 동국인 연주가 아닌 점에 비춰 다소 냉랭한 분위기로 흘렀다.

브루스 리우가 국내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젊은 거장적 풍모못지않게 이런 성숙한 연주와 함께 따뜻한 이미지가 필요한 이유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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