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이지 않고 식상치않은 차이콥스키 비창”

619() 저녁 730분 롯데콘서트홀

상투적이지 않고 식상하지 않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도 실력이다.

619일 월요일 저녁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라하브 샤니(Lahav Shani) 지휘의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연주 얘기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비창은 관객이 수없는 연주회를 통해 들어온 대표적 익숙한 레퍼토리들의 하나. 곡 자체가 워낙 우울한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비창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멜랑콜리의 우울로 전개되지 않은 담백함과 깔끔함도 샤니 지휘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연주의 특징으로 꼽을 만 했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파격의 젊음의 사도(使徒), 34세의 라하브 샤니를 통해 생생히 구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The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함께 네덜란드 교향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을 개인적으로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전인 201369일 일요일 오후 5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로테르담필 하모닉 내한공연이다. 10년전 당시 젊음과 혁신으로 주목받았던 캐나다 출신의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은 후반부에 연주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Symphony No. 6 in B Minor, Op. 74 Pathetique) 연주를 통해 전반부와는 완전히 다르게 악보조차 무대에 들고 오지 않으며 입장해 악보 보는 것에 얽매였던 전반부의 경직된 연주에서 탈피, 완전히 자유로운 지휘로 로테르담필의 톱 퀄리티의 연주질감이 살아나도록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사실 10년전 로테르담필 내한공연 전반부에 연주됐던 네덜란드 작곡가 요한 바게나르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Overture Cyrano De Bergerac)이나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제1(Cello Concerto No. 1 in E Flat Major, Op. 107)에서 세갱은 많은 부분을 악보 보는 것에 일관하는 듯한 느낌을 줘 연주가 많이 경직된 감을 줬다. 이 때문에 로테르담 필이 지닌 자유분방한 시각과 도전의 뚜렷한 개성이 살아나질 못했다.

세계 음악계에서 네덜란드 오케스트라 하면 로열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가 연상되는 와중에 네덜란드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1인자를 꿈꾸는 로테르담필은 후반부에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의 비창 연주를 통해 전반부와 후반부의 완전히 대비된 세갱의 지휘스타일에 힘입어 오래전부터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두각을 보여온 자신들의 장기를 과시하며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하는 진화하는 또다른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임을 입증해보였던 기억을 안고 있다

올해 2023년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은 로테르담필이 악단의 전통은 쌓되, 포디움의 연령대를 상대적으로 낮춰 파격의 젊은의 사도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올해 만 34세의 라하브 샤니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 생생한 무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로테르담필은 전임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1995-2008)를 통해 러시아 명작들을 유입하고 쌓아가며 불씨를 댕겼고 야니크 네제 세갱(2008-2018)의 거침없는 사운드 조직력으로 모던한 감각을 갖춰나간 것으포 평가되고 있는데 이러한 계보 끝과 새로운 시작에 라하르 샤니가 서있는 것을 국내 관객들이 이번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무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연주를 통해 세갱 특유의 기관차같은 추진력이 당시에 돋보였던 연주였다면 올해 로테르담필의 내한연주 역시 전반부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보잉의 살기가 살아있는 연주탓에 라하브 샤니가 전반부에 돋보이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후반부의 샤니의 비창 연주는 전반부의 이런 면을 상쇄시켜주는 샤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연주였다는 판단이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김봄소리, 보잉의 살기가 살아있는 베토벤 협주곡 연주로 관객의 시선 빼앗아"

이번 로테르담필의 서울 내한공연을 이끈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는 야니크 네제 세갱의 뒤를 이어 20189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사상 가장 젊은 상임지휘자로서 임기를 시작, 이번 내한공연은 국내 클래식 관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풍부했었다.

그럼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관객 객석수가 생각보다 많이 차지 않았던 까닭은 라하브 샤니의 지명도가 국내 클래식 관객들 사이에서 아직 높지 않았던 탓에 우선 기인하는 것 같고 로테르담필이 아시아 투어 기간중 대만에서의 두차례 연주회에 이어 일본에서 무려 여섯차례의 연주회를 가지면서도 서울에서는 단 한차례의 연주일정만 가진 것도 큰 관심권에서 벗어난 배경이 됐다. 참고로 대만 National Kaohsiung Center for the Arts에서의 두차례 연주회는 매진으로 캐나다계 피아니스트 Bruce Liu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등을 협연하는등 대만과 일본에서의 매 연주회들이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관객들을 맞았던 것에 반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레퍼토리들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77)과 상대적으로 신선도가 떨어질 법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의 레퍼토리 선정도 생각보다 적은 수의 관객몰이의 한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테르담필의 일본에서의 연주일정을 보면 623일 금요일 저녁 7시 도쿄 산토리홀에서의 로테르담필 연주회는 라하브 샤니가 편곡한 멘델스존의 “Lost Happiness Op. 38-2”, Lieder ohne Worte, “Venetian Gondola Song Op. 19-6”, Lieder ohne Worte, “Spinning Song Op. 67-4”, Lieder ohne Worte가 연주되고 Akiko Suwanai가 차이콥스키의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된다.

625일 일요일 저녁 7시 오사카 심포니홀에서는 라하브 샤니가 편곡한 위의 세곡의 멘델스존의 곡들을 포함해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그리고 624일 사이타마의 Tokorozawa Civic Cultural Centre Muse에서의 연주회와 로테르담필의 일본투어 마지막날 카나자와 Muza Kawasaki Symphony Hall에서의 627일 화요일 저녁 7시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Mao Fujita 협연무대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등 일본 무대에서의 연주회들이 많은 만큼 레퍼포리들의 다채로움이 눈에 뜬디.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내한무대에서 로테르담필과 협연한 김봄소리는 보잉의 살기가 살아있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았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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