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5대 국경일 제헌절
'빨간 날'에서 '까만 날' 된 제헌절, "분명 공휴일이었는데"
현재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

사진 = 제헌절 이미지 / 한국저작권위원회. 국경일 '제헌절' 휴일 쉬나요? 공휴일 제헌절의 변천사
사진 = 제헌절 이미지 / 한국저작권위원회. 국경일 '제헌절' 휴일 쉬나요? 공휴일 제헌절의 변천사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6월이 끝나가고 7월이 다가오면서 국경일인 '제헌절'에 쉴 수 있을지를 두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헌절이 공휴일이 맞는지 알아본다.

제헌절은 왜 7월 17일이 됐을까

사진 = 대한민국 제헌헌법서 사본.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관보 등 관계서류를 이용해 복원했다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사진 = 대한민국 제헌헌법서 사본.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관보 등 관계서류를 이용해 복원했다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제헌절인 7월 17일은 대한민국의 제헌헌법이 제정된 날로, 헌법(憲)을 제정(制)한 날이라고 해서 제헌절(制憲節)이라고 부른다.

제헌헌법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제정된 최초의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은 임시정부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임시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제헌절이 대한민국임시헌법의 제정일인 9월 11일이 아닌 7월 17일로 지정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이다. 당시 제헌헌법은 제헌국회에서 7월 12일 의결되어 우리 정부는 닷새가 지난 7월 17일에서야 대한민국 헌법을 공포했다. 또한 7월 17일은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건국한 날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담긴 헌법을 공포함으로써 한반도의 오랜 역사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적통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 제헌국회의 제헌헌법 공포 기념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사진 = 제헌국회의 제헌헌법 공포 기념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둘째는 국가의 미래 지향적 의지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불과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로 채 가시지 않은 식민 통치의 아픔과 울분 속에 미소 양강의 분할통치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 해방 이후 미국은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통치할 행정 능력이 없으며, 오랜 기간 국외에 있어 대한민국 정부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임시정부는 국가승인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정의할 헌법이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 속 탄생한 제헌헌법은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근간이 됐다.

이처럼 제헌절은 오랜 식민 통치와 신탁통치를 끝내고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독립국·주권국이자 '대한민국'을 세운 가장 근본적인 법률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제헌절, 국경일? 공휴일?

제헌절은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 중 하나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둔 날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법은 대한민국 국경일을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의 다섯 개로 정하고 있다.

국경일은 국가적 경사를 기념하는 날인 만큼 대부분 공휴일로 정해지고, 기념식 등의 각종 행사가 열린다. 이날을 기념해 각 가정에서는 국기를 게양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경일이 반드시 공휴일인 것은 아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날 중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대해서만 공휴일을 정하고 있다. 즉, 제헌절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이 아니다.

사진 = 7월 달력 이미지. 7월 17일에 '제헌절'이라고 쓰여있지만, 공휴일을 나타내는 빨간색 대신 까만색으로 표시되어있다 / 네이버 캡처
사진 = 7월 달력 이미지. 7월 17일에 '제헌절'이라고 쓰여있지만, 공휴일을 나타내는 빨간색 대신 까만색으로 표시되어있다 / 네이버 캡처

제헌절은 오랜 기간 국경일이면서 공휴일이었다.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처음으로 제정되면서 제헌절은 국경일이 됐고, 이후 처음으로 돌아온 1950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공휴일이었다.

하지만 주5일제가 도입된 2003년 근로 시간 감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제헌절은 식목일과 함께 공휴일 제외 대상이 되었고, 2007년을 끝으로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이 됐다.

제헌절에 쉬는 회사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공휴일이 아님에도 이들 회사가 제헌절에 쉬는 이유는 노조와의 협약을 통해 제헌절을 휴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제헌절, 다시 공휴일 될 수는 없을까?

사진 = 지난 현충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의 모습. 유일하게 태극기를 내건 한 집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 = 지난 현충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의 모습. 유일하게 태극기를 내건 한 집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국경일과 공휴일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제헌절이나 식목일처럼 공휴일이었다가 휴일이 아니게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석가탄신일이나 음력 설날 연휴처럼 새롭게 공휴일이 된 날도 있었다. 

제헌절 또한 원래 공휴일이었다가 공휴일이 아니게 된 만큼, 나중에는 다시 공휴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빠진 이후로 공휴일 재지정 논의가 이어져 왔다. 특히 제헌절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해마다 제헌절과 관련된 캠페인이나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헌절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제헌절의 인식 저하는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니게 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헌절이 공휴일이던 시기에는 제헌절에 가정에서 태극기를 내건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제헌절에도 태극기를 내건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처럼 제헌절에 대한 인식이 계속해서 약화하는 가운데, 중요한 국경일인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도 여러 차례 이를 포함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폐기된 바 있으며, 현재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3일 발의되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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