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현악기의 음색 돋보인 루체른심포니”

627() 저녁 730분 에술의 전당 콘서트홀

 

7년전 20166월 제임스 개피건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펼쳤던 루체른심포니의 첫 연주 인상은 하루만의 공연으론 아까울 톱퀄리티의 유럽 정상권 연주를 들려줬다는 기억으로 내게 남아있는 것 같다. 짜임새있고 균형감이 돋보이는 정돈된 연주였다는 당시의 기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6월 한달 내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전국 17개 지방 교향악단들이 참가한 제35회 교향악축제가 거의 한달간에 걸쳐 열렸었다.

아시아의 대표적 음악축제로 등극했다는 제35회 국내 무대에서의 교향악축제이지만 교향악축제를 매년 접하게 되면 상반된 감정에 내 개인적으로 매번 휩싸인다. 서울에서 잘 접할 수 없는 부산시향, 대전시향, 전주시향, 대구시향, 강릉시향등 지방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호기심 반의 즐거움이 한편으로 있는 반면 연주력이나 관객 열기 호응면에서 훨씬 앞서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외국 해외교향악단의 참가부재는 매년 교향악축제를 접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아쉬운 감정임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잔데를링은 많은 악단과 연주자가 함께 작업하기 좋아하는 훌륭한 지휘자로 소문나 있다. (사진 빈체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잔데를링은 많은 악단과 연주자가 함께 작업하기 좋아하는 훌륭한 지휘자로 소문나 있다. (사진 빈체로)

-“루체른심포니, 교향악축제의 국제화의 과제를 되짚게하는 연주회

국내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기간중에 내한 연주를 펼쳤던 대표적 외국 연주단체로는 빈심포니와 로테르담필 연주회가 있었고 이번에 연주를 가진 루체른심포니는 교향악축제가 막 끝난 직후에 바로 국내에서의 다섯 번에 걸친 일정중 첫 연주회를 지난 427일 화요일 저녁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다.

빈심포니가 국내 출신의 지휘자 장한나의 무대에서의 지휘를 즐기는 법을 체득한 무대였다면 로테르담필의 내한연주회는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라하브 샤니의 상투적이지 않고 식상치 않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연주로 인상에 남는다. 교향악축제가 끝나고 열린 루체른심포니의 연주는 국내 교향악축제 기간중에 교향악축제 일정의 하나로 포함돼 연주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낳는 교향악축제의 국제화의 과제를 되짚게하는 연주회였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생각보다 큰 공연이었다고 본다.

사실 루체른심포니는 유럽 클래식계 무대에서 베를린필이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급의 풍성한 그런 연주 자장(磁場)을 낳는 연주단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그만큼 국내 교향악축제의 연주퀄리티의 획기적 업그레이드가 시급하고 이런 획기적 연주력의 신장에 외국의 교향악연주단체가 국내 무대에서 기폭제겸 중요한 모멘텀을 해서 국제화된 교향악축제로 거듭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탓인 것 같다.

지난 627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심포니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재회한 지휘자 미하일 잔데를링은 20131030일 낮은 지휘대에서 드레스덴필하모닉과의 첫 내한공연으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의 지휘등을 통해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신선한 해석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무대를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10여년전 잔데를링은 평단의 의견대로 특히 과장없이 세심하고 정밀하게 음을 만들어가는 지휘는 돋보였으나 당시 48세인 지휘자로서의 카리스마적 요소가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여겨졌던 연주회를 들려주고 갔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잔데를링은 많은 악단과 연주자가 함께 작업하기 좋아하는 훌륭한 지휘자로 소문나 있어 그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하며 따뜻하고 유려한 현악기의 음색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 지휘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이런 유려한 현악기의 음색이 돋보이는 것을 관객들은 잔데를링이 지휘하는 루체른심포니의 베토벤 교향곡 제5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작곡가 손일훈은 잔데를링의 지휘가 전체적인 울림의 균형이 베이스부터 멜로디까지 잘 잡혀있고 거칠고 불같은 연주를 즐기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형식과 구조가 잘 드러나는 명료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특히 진중하고 느린 부문에서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다고 평했는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이나 이튿날 6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이탈리아가 이런 그의 지휘관을 펼친 좋은 예시가 되지 않았나 한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하델리히의 더 어둡고 열정적 음색을 들려줬다는데 관객들이 열광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하델리히의 더 어둡고 열정적 음색을 들려줬다는데 관객들이 열광했다. 

-“더 어둡고 열정적 음색 다시 한번 들려줬다는데 관객들 열광

이번 루체른심포니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서울 협연무대에 선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는 지난해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해 클래식애호가들에게 이미 낮이 익은 연주자다. 하델리히가 지난해 주목을 받았던 까닭은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격리 면제불가로 그의 내한 연주는 불발되었고 이어지는 227일의 실내악 시리즈 및 34일 예정돼있던 호칸 하르덴베이에르의 오네게르 교향곡 2번의 연쇄 취소라는 악재를 맞았었다.그런 맥락에서 또 다른 한명의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아우구스틴 하델리히의 지난해 2022331일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는 트럼펫 연주가 호칸 하르덴베이베르의 내한불발의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빈틈없는 바이올린 연주로 토머스 아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동심원의 길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연주로 관객들에게서 연주가 되게 좋네요라는 관객의 감탄사를 낳았다.관객은 하델리히의 전반부 아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동심원의 길과 후반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역시 흔치않은 한 연주회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두곡을 감상하는 풍성함을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2019년 하델리히는 9년 동안 사용해온 엑스-키제베터라는 이름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과 결별하고 레두크 엑스-셰링이라는 새 과르네리 바이올린 악기를 후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들이 하델리히의 연주에서 명확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술회한 것처럼 이 바이올린에 그 어떤 악기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풍성함과 복잡함이 내재되어 스트라디바리가 정제되고 보다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줌에 반해 하델리히의 과르네리가 더 어둡고-열정적인 음색을 보여줬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루체른심포니와의 협연무대에선 하델리히는 과감한 어택은 없었으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이런 더 어둡고 열정적 음색을 다시 한번 들려줬다는데 관객들이 열광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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