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수신 잔액 7조 원 가량 감소 확인돼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적극적인 관련 업종 대출… 관련 대출 잔액만 92배 '폭증'
대출, 연체율 증가에 각종 비리와 범죄까지 겹쳐… 고객 불안감 ↑
일각에선 '뱅크런' 우려까지… 행안부, "새마을금고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

사진 = MG새마을금고 로고 / MG새마을금고 제공 / 새마을금고 위기,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사진 = MG새마을금고 로고 / MG새마을금고 제공 / 새마을금고 위기,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두 달 새 7조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한국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이 258조 2,811억 원으로, 지난 2월 말 265조 2,700억 원에서 약 7조 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신 잔액 감소, 의미와 이유는?

수신(受信)은 '신용을 받는다'라는 뜻으로, 은행에서 고객으로부터 신용을 받아 예금·적금 등의 형태로 돈을 받는 일을 말한다. 수신 잔액은 그렇게 받은 돈 중 고객이 아직 찾아가지 않고 은행이 맡아두고 있는 돈의 총합이다.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고객들이 맡긴 모든 통장의 잔액을 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신 잔액의 감소는 고객들이 맡겨두었던 돈을 찾거나 사용, 또는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자금 이탈'이 '자금 유입'에 비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은행에 돈을 맡겨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은행 또는 경제 체제의 안전성 감소로 맡겨둔 돈이 안전하게 보존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때 이처럼 수신 잔액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높은 수신금리 덕에 꾸준히 늘어왔다. 수신금리가 높다는 것은 예금이나 적금 등에 제공하는 이자율이 높다는 뜻으로, 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농협, 신협 등의 상호금융권에서 수신 잔액이 줄어든 것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신협은 같은 기간 1조 544억 원, 신협과 새마을금고 이외의 상호금융권에서는 9조 33억 원의 수신 잔액 증가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만 최근 두 달 연속으로 수신 잔액이 줄어든 것은, 고객들이 새마을금고의 안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부동산 업종에 적극적 대출… 연체율은 ↑, 건전성엔 '경고등'

사진 = 아파트 건설 공사장 / 연합뉴스TV 캡처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사진 = 아파트 건설 공사장 / 연합뉴스TV 캡처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최근 건전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심해지던 시기, 부동산 관련 업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줬던 새마을금고는 최근 경기 하강과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부실 경고등'에 불이 켜지게 됐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임연수 과장은 "지역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향후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은 지난 2019년 말 1700억여 원에서 지난해 말 15조 6천억여 원으로 약 91.5배 폭증했다. 관련 연체액 역시 2021년 말 60억 원에서 지난해 말 602억 원으로 10배 가량 증가한 상태다.

문제는 이 연체액의 증가가 단순히 대출의 총량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마을금고의 올해 1분기 전체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1.75%p 증가한 5.34%로, 같은 기간 상호금융권 전체 연체율 2.4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나타났다.

내부에서 잠정 파악한 지난 21일 기준 연체율은 그보다 더 높은 6.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2분기에도 연체율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연체율 증가에 각종 비리까지 잇달아

새마을금고에는 다른 악재도 겹쳐있다. 바로 올해 들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비리와 불법 문제다. 올해 초에는 김해 지역 본점 이사장의 자녀 부정 채용 문제가 터졌고, 지난 2월에는 대구 12개 지점에서 과거 진행한 다인건설 집단대출의 손실 위험 문제가 알려지기도 했다.

사진 =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 새마을금고중앙회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사진 =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 새마을금고중앙회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바로 지난달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사모펀드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박차훈(66) 중앙회장이 압수수색을 받았고, 같은 달 중순에는 캐피탈업체와 짜고 거액의 펀드 출자금을 유치해준 고위급 직원들이 구속 기소됐다. 구속 기소된 직원들은 박차훈 회장의 측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각종 비리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연체율까지 높아지는 등 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자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고객들에 의해 자금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IMF 시기 은행권이나 지난 2011년 부산2저축은행 등에서 일어난 뱅크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수신 잔액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뱅크런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뱅크런은 대량의 인출 요구로 인해 은행이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금액인 '지급준비금'이 바닥나, 더 이상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패닉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고도로 시스템화된 현대의 은행에서는 일시적으로 지급준비금을 상회하는 인출 요구가 발생하더라도 뱅크런으로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수신 잔액의 감소가 장기간 이어지고, 그 감소세가 커지면 정말로 뱅크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새마을금고의 이 같은 문제가 정부의 새마을금고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은 2분기 연체율 관리를 위해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2금융권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했는데, 여기서도 새마을금고는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 등 금융당국과 긴밀한 정책 공조를 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는 정부 전체 감독 체계 내에서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 MG새마을금고중앙회 건물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사진 = MG새마을금고중앙회 건물 /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두 달만에 7조 원 빠져나가… 연체율도 증가세

한편,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 감소세는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3일 지난달 기준 예금 잔액이 259조 5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말 대비 8조 791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고객으로부터 예치 받은 높은 금리 상품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일부 예금이 이탈한 영향 등으로 지난 3~4월 금고 예금 잔액이 잠시 감소한 바 있지만, 5월부터는 상승세를 회복했다"고 '일시적 감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연체율 상승세에 대해서도 새마을금고는 "최근 부동산업 및 건설업 경기 하락 및 금리상승 등에 의해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다소 상승했으나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대출 취급기준 강화, 연체 사업장 집중 관리 등 체계적인 연체 대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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