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BS 안 보는데 왜"… 수신료의 의미와 필요성
해외에선 수신료 폐지 움직임도… 해외와 우리나라의 수신료, 차이는?
수신료 의존도 낮은 공영방송… '재원 다양화'와 '공영성'의 문제
같은 공영방송, 다른 여론… '수신료의 가치' 증명해야

사진 =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 연합뉴스 / '수신료' 정책 둘러싼 끝나지 않는 전쟁… 관건은?
사진 =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 연합뉴스 / '수신료' 정책 둘러싼 끝나지 않는 전쟁… 관건은?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인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하면서, 그간 많은 논란을 빚어온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실제로 이루어지게 됐다.

그러나 수신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계를 비롯한 한편에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두고 "공영방송을 해치는 일", "공적 역할에 지장이 간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신료 분리 징수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납부의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시청자들의 불만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수신료를 아예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신료가 정확히 무엇인지,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왜 방송계가 이토록 반발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KBS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의 의미와 이유

수신료는 텔레비전 등 영상 매체를 수신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을 말한다. TV방송 수신료라고도 하며, 흔히 KBS 시청료라고도 알려져 있다.

수신료는 특별히 KBS 시청을 신청하거나 상품을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동 부과의 형태로 납부하며, 공영방송의 시청 여부나 시간과 무관하게 '2,500원'이라는 고정된 금액이 부과된다.

사진 =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쳐 수신료가 공공을 위한 특별 부담금이라고 판시했다 / 연합뉴스
사진 =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쳐 수신료가 공공을 위한 특별 부담금이라고 판시했다 / 연합뉴스

이처럼 별도의 신청이나 확인 없이 일단 징수하고 보는 것은 수신료 납부가 의무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신료가 "공익사업을 위해 '수신기 보유자'라는 특정 집단에 대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판시했으며, 2008년에도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한국방송공사가 수행하는 각종 방송문화활동의 수혜자인 수상기 소지자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이라고 판시했다.

수신료는 그 자체로 공영방송의 언론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언론의 재원이 국가의 세금이나 상업적 광고료 등에 의존하게 되면 언론이 공정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세금이 주 재원이 되면 마치 국영방송처럼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고, 광고료가 주 재원이 되면 광고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시청의 대가라는 의미인 '시청료' 대신 공적 부담금이라는 의미인 '수신료'라는 말을 쓰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실수요에 따라 시청료를 받게 되면 소비자의 수요가 프로그램 편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방송사가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영방송이 '잘 팔리는' 프로그램만 만든다면 상업방송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공영방송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프로그램 제작에 드는 비용이 더 크더라도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이고 충분한 규모의 '수신료'라는 언덕이 등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수신료 폐지 움직임도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의 필요에 대한 공감대가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중은 왜 공영방송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것일까.

사진 = 여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모여있다.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이용 시간 증가도 TV 이용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 연합뉴스
사진 = 여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모여있다.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이용 시간 증가도 TV 이용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 연합뉴스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 향유 방식의 변화에 있다. 지난 2000년대만 해도 최대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매체는 실시간 방송 채널인 TV였지만, 현재 TV가 갖는 파급력은 크게 약화했다. 미디어통계포털의 시간대별 매체 이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0.90%에 달했던 TV의 점유율은 지난해 38.24%로 크게 줄었다. 반면 둘이 합쳐 36% 정도였던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점유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50%까지 급등했다.

TV 이용자 내에서도 실시간 지상파 방송이 갖는 입지가 작아졌다. 2010년 87.6%였던 지상파TV 실시간 방송의 점유율은 2022년 67.7%로 감소했다. 대신 지상파 VOD, 비지상파 방송 등의 점유율이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 2011년 말 시작된 종합편성 TV의 점유율이 13.2%를 차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영방송 이용 경험이 줄어들자 대중이 느끼는 수신료의 가치도 함께 줄었고, 이러한 변화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여론에 따라 수신료 폐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이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 폐지를 결정한 데에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이 작용했다. 지난해 초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신료의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63%를 차지했으며, 수신료의 가치에 대해 '매우 나쁨' 또는 '나쁨'으로 답한 비율은 71%에 달했다.

사진 =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런던 본사 정문 모습. BBC는 오는 2028년부터 수신료가 폐지될 예정이다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런던 본사 정문 모습. BBC는 오는 2028년부터 수신료가 폐지될 예정이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외국에서 수신료에 대한 여론이 우리보다 더 좋지 않은 이유는 수신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영국의 수신료는 연간 26만 원가량으로, 연간 3만 원인 우리나라의 8.8배에 달하며, 체납자는 형사처벌도 받는다. 독일의 연간 수신료는 약 220유로로, 우리 돈 31만 원 정도다. 일본은 수신 방식과 결제 방법에 따라 연간 최소 13,650엔에서 최대 26,640엔으로, 최대 우리 돈 24만 원 정도의 수신료를 징수한다.

'값싼'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

수신료의 양은 공영방송의 수신료 의존도와도 비례한다. 수신료가 비싼 해외 공영방송의 경우 수신료의 비중이 매우 크다. 영국의 BBC는 재원의 98%를, 일본의 NHK는 75%를 수신료에 의존한다.

반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KBS는 재원의 45.30%만 수신료에 의존하며, EBS는 수신료가 재원의 6.93%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소유의 공영방송이지만 본질상 민영 주식회사인 MBC는 수신료를 아예 배분받지 못한다.

사진 = 2022년 KBS와 EBS의 손익계산서를 바탕으로 한 재원 비율표 / KBS, EBS 데이터 제공
사진 = 2022년 KBS와 EBS의 손익계산서를 바탕으로 한 재원 비율표 / KBS, EBS 데이터 제공

수신료의 비중이 적은 만큼,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받으면서도 다른 재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KBS는 53.84%를 상업적 재원에, 0.86%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EBS는 68.43%를 상업적 재원에, 24.63%를 정부 보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포함한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

수신료의 비중이 작은 재원 구조는 각 방송사의 공정성을 약화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수신료가 줄어들면 상업적 재원이나 정부 출연 재원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되므로, 그만큼 공정성의 약화 위험도 더 커지게 된다.

수신료 분리 징수, 안 내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일까

하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는 수신료를 안 내는 게 아니라 한전이 징수하는 전기세와 별도로 징수한다는 의미다. 수신료를 안 낸다는 것도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걸까.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게 되면 징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1994년 통합징수가 시작되기 전 수신료 징수율은 53%에 불과했다. 1986년에는 시청료 거부 운동이 일어나 징수율이 44%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처럼 징수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신료도 줄어드는 것이니 재원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진 = 구글에 'NHK'를 치자 연관 검색어로 가장 먼저 수신료, 수신료 징수원, 수신료 거부가 뜬다 / 구글 화면 캡처
사진 = 구글에 'NHK'를 치자 연관 검색어로 가장 먼저 수신료, 수신료 징수원, 수신료 거부가 뜬다 / 구글 화면 캡처

징수 비용도 커진다. 현재는 KBS가 수신료의 7%를 한전에 위탁 수수료로 지불하고, 한전은 전기세를 징수하면서 수신료를 함께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 징수가 이루어지면 KBS가 별도로 징수를 위한 업무를 수행해야 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신료 미납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렵다. 수신료 체납이 발생하면 KBS가 이를 강제로 징수할 수는 있지만, 한 가정에서 한 달에 납부하는 수신료가 2,500원에 불과한데 이를 강제 징수하기 위해 강제처분 소송을 내면 그 소송 비용이 수신료보다 크니 오히려 손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신료가 늘어날 수도 있다. 수신료가 비싼 외국에서는 국영방송 직원이 수신료 체납 해소를 위해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NHK 수신료 징수원의 악명이 워낙 높다 보니 반 NHK 정당이 생기기까지 했다.

재원 다양화도 쉽지 않은 '공영방송'

수신료 대신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OTT 등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는 현시대에, 수신료에 의존하는 재원 구조는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청자 개개인은 당장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비용을 내기 억울하고,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이 어느 정도 이상 유지되는 공영방송이 필요하니 다른 재원을 찾아 공영방송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영방송은 이미 다른 재원을 마련해왔다. 수신료의 비중에 비해 비용이 클 수밖에 없는 EBS는 이미 오랜 기간을 거쳐 재원을 다양화했다. 공영방송이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수능 교재의 비용을 올렸고, '펭수' 등 자체 캐릭터를 이용한 MD 상품을 개발했다. KBS 역시 2,500원이라는 수수료의 가치가 점차 낮아지면서 PPL 등 상업적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사진 = 180만 구독자를 가진 EBS의 '자이언트 펭' 유튜브 채널. 이어지는 적자 속에 '펭수' 열풍은 EBS에게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 '자이언트 펭'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 = 180만 구독자를 가진 EBS의 '자이언트 펭' 유튜브 채널. 이어지는 적자 속에 '펭수' 열풍은 EBS에게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 '자이언트 펭'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브 또한 이들 방송사의 새로운 재원이 되고 있다. KBS는 지난 2021년, 운영 중인 다수의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본 것이 알려졌다. EBS 역시 '자이언트 펭' 채널을 비롯해 다수의 유튜브 채널에서 수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다양한 수익 창출 시도에 대해 '수신료를 받아 만든 콘텐츠로 이윤을 창출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막았다가는 이미 적자인 이들 방송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규제를 풀었다가는 공영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심각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직원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KBS는 올해 1분기에만 425억의 적자를 냈지만, 직원의 51%는 여전히 억대 연봉을 받는 고연봉자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높은 급여가 필요한 점은 사실이다. 당장 tvN 등 다수의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CJ ENM만 해도 연봉을 맞춰주지 못해 타사 또는 계열사로 인재가 유출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KBS 역시 무리하게 임금 지출을 줄이려다가는 인재 유출로 시작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 = 나영석 PD '삼시세끼 산촌 편' 제작 발표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다. KBS의 스타 PD였던 나영석은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을 위해 CJ ENM으로 이직한 후, 최근 CJ ENM 산하 스튜디오 '에그이즈커밍'으로 옮겨갔다
사진 = 나영석 PD '삼시세끼 산촌 편' 제작 발표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다. KBS의 스타 PD였던 나영석은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을 위해 CJ ENM으로 이직한 후, 최근 CJ ENM 산하 스튜디오 '에그이즈커밍'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인재를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BS에서 '1박 2일'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던 나영석 PD가 KBS에서 처음 이직한 이유가 경직된 KBS의 문화 속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수신료 문제 해결하려면 '수신료의 가치' 증명해야

결국 공영방송이 공영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공공을 위한 방송'으로 남기 위해서는 수신료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신료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신료의 90%를 가져가는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EBS가 KBS의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EBS는 수신료의 3%만을 가져가지만, '교육방송'이라는 취지에 걸맞은 프로그램 제작과 수입,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공헌 등을 이어가며 '수신료 70원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이 담긴 KBS와 EBS의 표어. 같은 표어를 내걸고 이야기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 KBS, EBS 제공
사진 =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이 담긴 KBS와 EBS의 표어. 같은 표어를 내걸고 이야기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 KBS, EBS 제공

또 EBS는 대내적으로도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자경영 상태가 이어지자 EBS의 사장 이하 보직자들은 급여 삭감을 결의했고, 훨씬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스타 강사'들이 수십억 연봉을 거절하면서까지 EBS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KBS와 EBS가 비슷하게 수신료 인상 문제를 이야기해도 대중의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심지어 EBS를 지키기 위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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