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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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흠모하는 사람과 단둘이 10km를 걷는다고 칩시다.

어떠할 것 같습니까?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힘들 겁니다. 등줄기에 땀이 줄줄줄 흐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도 아파오고 뜨거운 날씨로 인해 목은 타 시원한 물 한 잔이 간절할 겁니다. 육체적으로는 고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왜 그럴까요?

꿈에 그리던 그 사람과 단둘이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걷는 내내 마음은 콩닥콩닥 뛰고 힐끔힐끔 쳐다보는 그의 그윽한 눈빛을 볼 때면 묘한 흥분에 사로잡힙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왜 이렇게 10km가 짧지? 난 더 걸을 수도 있는데…. 내일도 함께 이 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반대의 경우를 상상해봅시다.

평소에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습니다. 꼴 보기도 싫고 웬만하면 마주치기도 싫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금방 먹은 것들이 체할 정도로 역겹기도 합니다.

그런데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63빌딩 꼭대기 층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닫히려는 찰나,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는지 다시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그 사람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문제의 상사.

“아,안녕하십시까?”

“어, 그래. 자네도 63층 가나? 나도 63층인데.”

그 좁은 공간에 단 둘만의 시간. 아마도 그 시간은 가장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제발 좀 빨리 올라가라.’

싫은 사람과는 단 1분, 아니 단 1초라도 함께 있다는 게 고역일 것입니다. 63층이 아니라 단지 둘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일 것입니다.

이 두 경우를 보면 사람을 좋아하느냐 아니면 싫어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사람에 대해서만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평생 해야 하는 일, 즉 ‘직업’에서도 적용이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반대로 억지로 하는 일.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나 질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좋아서하는 거니까 즐거울뿐더러 일의 능률도 오릅니다. 당연히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일을 하는 내내 짜증이 나서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爲者敗之(위자패지) 執者失之(집자실지)

억지로 행하는 자는 실패하게 되고

억지로 행하는 자는 잃어버리게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막상 그 일이 밥벌이의 수단이 되면 그 좋아하는 일마저 싫어지고 지겨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꽃이 좋아 꽃집을 개업했는데 혹여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썩어가는 꽃을 보게 된다면 여전히 꽃이 좋을까요? 아마도 꽃만 보면 속이 터져 한숨만 나올 겁니다.

하물며 좋아하는 일도 싫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그건 말하지 않아도 뻔합니다. 하루하루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재미가 없으니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렇다보니 직업을 선택할 때는 적어도 억지로 하는 일을 선택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세상 일이 뜻대로 됩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먹고살기에 바쁘니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직장인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생존을 위한다 해도, 하기 싫은 일을 평생 할 수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생존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해지고자 하는 게 아닌가요. 행복한 선택을 하기 바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서 당장이라도 그걸 직업으로 삼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일을 택하길 바랍니다. 그나마 일할 맛이 날 것입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차차선책으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 일이 맘에 듭니까? 아니면 정말이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표를 쓰고 싶습니까?

사람은 살아있는 한 일을 해야 합니다. 기나긴 인생, 놀면서 살 순 없습니다. 어차피 평생 해야 할 일, 지금은 잠시 그 일을 멈추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세요.

이 일이 나를 얼마나 만족시켜주는지, 이 일을 하는 동안 내 기분 상태는 어떤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 일을 내려놓는 용기를 갖는 게 더 나은 것인지 자기 자신에게 묻고 그 답을 말해보세요.

쉽사리 답할 수 없을 겁니다. 돈, 책임, 의무감, 열망, 꿈 등의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서로 뒤엉켜 혼란을 가중시켜줄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가 이토록 애쓰면 사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자고 하는 거 아닌가요. 행복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결론을 내십시오.

이제 당신도 행복해도 됩니다. 당신이 행복해져도 누구 하나 곤란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일에 누구도 뭐라고 할 자격은 없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로지 당신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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