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교향곡 5번 5악장 앵콜로 연주되며 연주회 고조시켜”

822()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8월 하순 여름의 끝자락에 시작된 올해 2023년 제3SAC여름음악축제는 최근 갑자기 유행붐이 되다시피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신선한 자리가 됐다.

최근 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전성시대(全盛時代)’라고 할 만큼 상당한 상큼함과 함께 인기폭발이다. SAC여름음악축제는 평창대관령음악축제, 고잉홈 페스티벌, 롯데콘서트홀 레볼루션등 국내에서 열리는 여름음악축제의 8월말 마무리를 짓는 의미에서 차분함과 함께 내실있는 레퍼토리들의 연주들이 눈에 띈다.

지난 화요일 822일 저녁에 있었던 SAC여름음악축제의 개막공연 안토니오 멘데스 &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선 말러교향곡 5번의 마지막 5악장이 다시 한번 앵콜로 연주되며 연주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 환희의 순간을 연출하며 막을 내리는 말러교향곡 제5번 5악장의 앵콜연주로 연주회의 열기를 고조시킨 멘데스와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개막공연. (사진: SAC)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 환희의 순간을 연출하며 막을 내리는 말러교향곡 제5번 5악장의 앵콜연주로 연주회의 열기를 고조시킨 멘데스와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개막공연. (사진: SAC)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 환희의 순간 연출하며 막내려

말러교향곡 제5번에서 사실 가장 유명한 악장은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로 전곡중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자 말러가 알마에게 바친 헌사와도 같은 유명한 악장으로 회자된다.

아마도 말러의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을 꼽으라면 역시 이 4악장 아다지에토일 것일 텐데 다른 악기는 모두 쉬고 오직 현악기와 하프로만 연주되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이어서 말러교향곡 제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는 '현과 하프를 위한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일반 교향악단들의 연주회에서도 대부분 말러교향곡 제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가 앵콜곡으로 연주되어 이 아다지에토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는 것이 관례. 그런 점에 비춰 스페인출신 안토니오 멘데스가 지휘봉을 잡은 올해의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말러교향곡 5악장 론도-피날레. 알레그로를 다시 앵콜곡으로 연주한 데서 4악장과 대조적으로 해학적이고 목가적인 한편 다이내믹한 악장으로서 희망과 긍정으로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가 환희의 순간을 연출하며 막을 내리는 것이 SAC여름음악축제에 대한 평가와 관심을 새삼 고조시키는 순간이었다.

여름 한철이나 겨울 한철 잠깐 모여 무대에 오르는 대부분의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특성상 리허설이 길고 많은 기간 앙상블을 맞춰와 정련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기존의 직업교향악단과는 달리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 역시 이런 강점을 못보여주나 싶었으나 음악구성의 지시어에 따른 1악장의 장송행진곡에서 말러가 건강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던 때의 감정이 반영된 신중한 속도의 연주(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Streng. Wie ein Kondukt)나 가공할 파워와 위엄을 과시하는 악장인 2악장의 폭풍같이, 격렬함을 가지고(Stuermisch bewegt. Mit groesster Vehemenz)의 연주는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나름대로의 신선함으로 표출시켰다.

예전 서울시향등의 말러교향곡 5번 연주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로열콘서트헤보우(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Amsterdam)와 버나드 하이팅크의 Mahler Complete Symphonies Cycle중 말러 5번에서 표출되는 좀더 잘 정련되고 깊은 음향의 질감,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금관이 빛을 발하는 말러에 비해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통해 새로운 유파의 말러를 그려내고 있었는데 한국적인 페이소스(비애감)와 격정이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해석등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특히 4악장 아다지에토의 처연한 연주에 마음이 굉장히 시렸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올해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런 통설의 연주를 뒤엎고 5악장의 그런 희망과 긍정으로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가 환의의 순간을 연출하며 막을 내리는 것이 새롭게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말러교향곡 제5번의 5악장에 대한 연주가 이렇게 매력적이었나 하는 관심을 새롭게 촉발시킨 계기가 된 연주인 것 같다.

-“싱싱하고 패기넘치는 앙상블 선사하는 점에서 각광

특유의 생기넘치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고 비교적 젊은 나이의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 특유의 기세(氣勢)같은 것이 느껴져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좋다는 애호가들이 많다. 바야흐로 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요즈음 클래식계의 화두(話頭).

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말 그대로 여름이나 겨울 특정 시즌 계절의 음악축제 기간 손발을 맞추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연주단체를 지칭하는 말인데 오래 앙상블을 맞춰온 기성 직업교향악단의 연주맛은 없으나 싱싱하고 패기넘치는 앙상블을 선사하는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8월초 막을 내린 올해 제20회로 성년을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단 한차례 폐막공연에 출연하는 것으로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Op. 26, 베토벤의 교향곡 제4, 드로브자크의 첼로협주곡 협연을 이끌어 예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으레 주말공연이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들이 주말을 책임지던 때와는 많은 아쉬움을 주기도 했으나 한번의 공연에 그쳤던 만큼 그만큼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중요성과 귀중한 공연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모 클래식월간지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특징과 유형에 대해 집중 분석하는 특집기사를 게재, 여름음악축제를 중심으로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본격 활성화되고 있는 이런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유행붐(boom)을 진단하기도 했다. “페스티벌이라는 미명 아래 연주자들이 모여든다. 주로 한시적으로,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매력적인 이 형태는 최근 점차 많은 국내 관객과 연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축제와 지역, 극장, 때로는 도전과 패기가 구심점이다. 유수의 악단으로 뻗어나간 젊은 연주자들의 기운도 한몫했다. 기성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생리(生理)를 가진 이들은, 새로운 대안(代案)적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을까?”하는 취지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특성을 집중 분석한 기사였다.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효시(嚆矢) 격이라 할 수 있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의 페스티벌오케스트라 연주가 관객들의 심성에 먹혀들어감에 따라 최근 잇따른 고잉홈 프로젝트나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IMF), 앙상블오푸스, 예술의 전당(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출연등도 이같은 유행붐에 무관치않아 보인다. 8월초 역시 롯데콘서트홀 로비를 북적이게 하며 뜨거웠던 관객의 열기에 대해 고잉홈 프로젝트 연주자들은 젊음이 넘치는 활력의 연주로 화답, 필자는 어쩌다가 81-3일 사흘에 걸친 올해의 고잉홈 프로젝트 전 공연을 다 감상하게 됐는데 올해 같은 시기에 겹쳐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흡사 축소판 같은 인상을 받았다.

2023 SAC여름음악축제 이튿날 공연에선 스페셜 스테이지 with 백건우가 열려 슈만의 피아노 4중주와 쇼송의 바이올린, 피아노, 현악4중주를 위한 합주곡의 실내악곡들의 매력이 관객들의 심성을 사로잡았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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