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시장에는 용 ‘지란트’(Зилант)가 있고, 타타르스탄(따따르스탄) 공화국의 국장에는 날개 달린 눈표범(Белый Барс)이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하기팀으로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 카잔에 연고지를 둔 ‘악바르스팀 (Ак Барс)'의 상징도 눈표범. 본래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러시아, 몽골,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 등 12개 국가에서 방대하게 서식하는 눈표범은 WWF에 따르면 기후변화, 서식지 감소, 불법 밀립, 지역 사회 거주민들과 갈등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눈표범이 타타르스탄공화국의 국장이 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악바르스(Ак Барс) 하키팀 응원전 (2023) // 촬영: 강경민
악바르스(Ак Барс) 하키팀 응원전 (2023) // 촬영: 강경민
악바르스(Ак Барс) 하키팀 응원전 (2023) // 촬영: 강경민
악바르스(Ак Барс) 하키팀 응원전 (2023) // 촬영: 강경민

타타르민족과 볼가르민족의 토템인 신성한 동물, 눈표범

눈표범의 기원은 볼가강 중에서 활동한 볼가르-카마 민족(Волжско-Камская Булгария)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10세기에 강력한 지역 도시 국가를 세운 볼가르-카마 민족은 12세기에쯤 표범은 민족의 문장으로 삼았다. 이후 등장한 볼가르계의 바실 민족은(Барсил)의 민족을 지칭하는 바실은 ‘표범의 민족’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바실 민족 역시 표범을 민족 문장으로 사용했는데, 당시 고대 투르크계 유목민이던 이들에게 표범은 힘, 위대함의 상징이었다. 볼가르민족에게 눈표범은 신성한 동물이다. 인기척이 드믈 때 유라시아 설산을 바람처럼 이동하는 눈표범의 모습이 12세기 당시 투르크 민족에게는 신성하게 비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표범이 볼가르-카마족, 타타르 민족에게 토템이며 하늘과 연결하는 정령의 논물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당시 볼가르 민족의 또 다른 토템은 늑대였다. 현재도 그렇지만 늑대 유라시아 대륙에서 널리 서식하는 동물로 유라시아를 주름잡던 민족들, 예를 들어 튀르키예의 투르크 민족, 체첸 민족, 중앙아시아내 투르크 민족들 대부분이 늑대 토템을 민족적 뿌리 중 하나도 이해한다. 

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
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
​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
​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볼가르 카마 민족의 국장 (Volga–Kama Bulgaria) // 출처: 구글

고대 투르크어에 남아있는 표범 ‘Барс(바르스)'

민족에서 언어란 때론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투르크 언어에 남아있는 흔적을 따라가보면; 표범을 의미하는 단어 ‘바르스’ (Барс)는 고대 투르크어 중 투르크멘어 명사에서 기원한다. 현대 타타르어에서 ‘바르스'는 표범 이외에도 유라시아 점박이 고양이, 눈표범, 치타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 가령 호랑이와 사자과 동물의 '군집'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영어에서 '펠리스(Felis) 고양잇과' 단어와 의미적으로 동의어에 가깝다.
물론 투르크 민족이 유라시아 곳곳을 이동하던 12세기에는 눈표범과 늑대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펠리스 마눌'(Felis manul) 또는 '마눌 고양이'(Манулы) 라 불리는 '유라시아 고양이', 알타이 산맥에서 서식하던 표범과 치타, 시베리아 표범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했다. 

마눌 고양이 (Felis manul) // 출처: 구글
마눌 고양이 (Felis manul) // 출처: 구글

몽골의 투르크화, 바투칸의 서방 원정, 눈표범 토템의 역사

투르크화가 되기 전인 12세기 말까지 유라시아의 몽골 초원과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 살았던 타타르 민족은 단일 민족을 구성하지 않고, 몽골어의 다양한 방언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징기스칸이 된 테무친이 1236년 몽골 초원을 정복을 시작으로 주치 칸 (Джучи), 서방 원정의 바투 칸(Бату)을 거쳐 알타이부터 도나우강, 볼가르와 카잔까지 드넓은 영토를 지배권에 넣으며 지역을 통합하기에 이른다. 당시 눈표범을 신성시 여겼던 볼가르 지역에 금장 칸국의 후손 즉, 오늘날의 타타르 민족이 볼가르 지역에 뿌리내리며 기존에 몽골-타타르계 민족의 토템이던 늑대에서 토착 민족인 볼가르 민족의 토템인 눈표범을 받아들이고, 카잔 지역에서 약 200여년간 카잔 칸국을 다스린 타타르 민족의 상징이 된다. 눈표범은 서방 원정으로 휘날렸던 조상의 기억이자 타타르 민족의 정신이고 민족에 대한 상징으로 남았다. 눈표범은 1240년부터 1480년 킵차크 칸국 (금장 칸국)의 루스 지역 지배와 이반 뇌제(Иван IV) 이후에 지배, 소비예트 연방 (Советы)에도 타타르 민족의 정신을 표현하는 동물로 기록되었다. 

타타르스탄국립도서관 명판에 그려진 눈표범 // 출처: 강경민
타타르스탄국립도서관 명판에 그려진 눈표범 // 출처: 강경민

1992년 2월 7일은 타타르스탄공화국 '눈표범' 국장의 날

소비예트 연방 붕괴 후 러시아연방내의 공화국으로 존립을 선택한 타타르스탄공화국은 문학박사 ‘나짐 가브드라하마노비치 한자파로프’ (Назым Габдрахманович Ханзафаров)와 소비예트연방 타타르스탄공화국 예술가협회 화가인 ‘파흐두티노프 리프 자그레예비치’ (Фахрутдинов Риф Загреевич)의 주도로 날개 달린 눈표범의 문장을 제작, 1992년 2월 7일에 타타르스탄공화국 국장으로 승인했다. 볼가강 유역에 정착한 불가르 민족과 바투 칸 이후 이 땅에 정착한 타타르 민족을 아우르는 민족적 다양성의 상징의 수호자로 표시되었다. 타타르스탄공화국의 국장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눈표범의 흰 털은 고귀함과 순수정을, 날개 상부 일곱개로 갈라진 깃털은 하늘신의 세계를, 올려진 앞 발은 견고한 타타르 민족의 위대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세워진 발톱은 힘을, 솟아오른 꼬리는 자유에 대한 믿음과 사랑 나타낸다. 한 편 배경인 붉은 색은 붉은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성공과 희망을, 왼쪽의 둥근 방패에 장식된 과꽃은 영원한 생명의 근원, 장수를 의미한다. 
매년 2월 7일은 타타르스탄공화국 국장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타타르스탄공화국 국장 // 출처: 타타르스탄공화국
타타르스탄공화국 국장 // 출처: 타타르스탄공화국

바투의 서방 원정, 금장 칸국 그리고 카잔 칸국과 몽골 민족의 투르크화를 거쳐 지금의 러시아연방의 일부로 남은 타타르스탄공화국의 눈표범. 눈표범은 타타르 민족의 조상의 기억이고, 사상이고, 복잡하게 흘러한 역사에서 살아남은 민족의 용기를 상징한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눈표범이지만, 눈표범의 상징성과 타타르 민족의 정체성 만큼은 타 민족과 쉽게 융합되지 않고 가치를 후대에 전하기를 바란다.

타타르스탄공화국 출판국에서 출판된 '어린이를 위한 타타르스탄' 도서와 눈표범 // 출처: 강경민
타타르스탄공화국 출판국에서 출판된 '어린이를 위한 타타르스탄' 도서와 눈표범 // 출처: 강경민
타타르스탄공화국 출판국에서 출판된 '어린이를 위한 타타르스탄' 도서와 눈표범 // 출처: 강경민
타타르스탄공화국 출판국에서 출판된 '어린이를 위한 타타르스탄' 도서와 눈표범 // 출처: 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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