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으로 신선함과 주목할 만한 요소들 내재”

91()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은 음악감상의 종착역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말러리안이라는 연주단체도 있는 것을 보면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최근 말러의 교향곡들이 브루크너의 교향곡들보다 더 많이 연주되고 관객들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향을 보인다.

지난 91일 금요일 저녁 주말을 앞두고 열린 KBS교향악단 제793회 정기연주회 초월의 흔적들은 여러면에서 신선함과 주목할 만한 요소들을 내재한 연주회였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생각보다 브루크너 교향곡이라는 선입견이 주는 위압감이나 장대함보다 귀에 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많았고 브루쿠너의 교향곡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다는 평답게 노래하는 현악기와 서정적인 목관악기가 부각된 데다 객원수석을 맡은 헬싱키필하모닉의 호른 Ville Hiilivirta나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의 트롬본 주자 Alexandre Faure의 금관악기의 강한 음색이 절제되어 듣기에 무리가 없었던 듯 하다.

KBS교향악단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리허설에 임해 숙성된 앙상블을 다듬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리허설에 임해 숙성된 앙상블을 다듬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기세속에서 숙성된 앙상블 보여줘

클래식 관객들은 지난 7월말부터 8월 한달내내 공연장에서 말러 일색의 교향곡 연주들을 접했다.

728일 금요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시작된 부천필과 장윤성의 말러교향곡 제2부활의 연주를 필두로 이틀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진솔 지휘 말러리안의 말러교향곡 제3번의 연주, 2023 클래식 레볼루션 기간중 813일 일요일 저녁 5시 한경arte필의 말러교향곡 제4, 그리고 SAC여름음악축제의 개막공연으로서 822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안토니오 멘데스 지휘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말러교향곡 제5번의 연주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잇따른 말러교향곡들의 연주 릴레이속에서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KBS교향악단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의 연주는 클래식매니아들에게 음악감상의 종착역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말러와 브루크너의 연주곡들 가운데서 관객이 모처럼 브루크너의 교향곡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점에서 신선감을 가져다주었다.

두 번째 꼽을 수 있는 모멘텀은 역시 7월말부터 시작된 국내의 여름음악축제들의 화두(話頭)가 페스티벌오케스트라로 모아졌던 점에 비춰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기세가 그 위세를 떨쳤던 와중에서도 그래도 KBS교향악단이 정련된 직업교향악단의 정통 클래식연주악단으로서 오래 숙성된 앙상블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여름 휴가철이나 특별시즌의 잠깐 모여 손발을 맞추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기세는 올해 2023년 그 어느해보다 드세었던 한해도 기억될 만도 하다. 지난 85일 평창 알펜시아 대관령 야외공연장 뮤직텐트의 폐막공연을 수놓았던 프랑스 출신의 사미 라쉬드의 평창대관령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이나 베토벤 교향곡 제4번은 올해 단 한번에 그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주는 연주였다.

8월초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 고잉홈프로젝트의 3일간 연주들 역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특징들이 만발(萬發)했던 지휘자 없이 playdirect와 연주자들이 주체가 되어 흡사 서울에서의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축소판 격으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기존의 서울시향과 성남시향, 인천시향등 교향악단들이 출연한 2023 클래식 레볼루션은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흔적대신 올해의 음악감독을 맡은 클라리넷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815일 광복절 휴일의 오후 5시 실질적인 playdirect를 맡아 바이올린 레이 첸, 첼로 한재민, 피아노 윤홍천, 바이올린 조진주, 비올라 김사라, 더블베이스 조정민등과 슈만 피아노트리오 제1, 브람스 헝가리안댄스 제7,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의 연주로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대체(代滯)할 체임버뮤직 콘서트로 무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8월의 국내 여름음악축제 마지막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정점을 찍은 무대는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였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의 SAC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말러교향곡 5악장 론도-피날레. 알레그로를 다시 앵콜곡으로 연주한 데서 4악장과 대조적으로 해학적이고 목가적인 한편 다이내믹한 악장으로서 희망과 긍정으로 시종 화려하고 열광적으로 전개되다가 환희의 순간을 연출하며 막을 내리는 것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SAC여름음악축제에 대한 새 평가와 관심을 새삼 고조시키는 순간이었다.

전어가 생각나면 돌아오듯 가을이면 KBS교향악단 지휘봉 잡는 정명훈

세 번째로 KBS교향악단 제793회 정기연주회를 접하면서 느낀 키워드는 전어가 생각나면 다시 돌아오듯 풍운아 지휘자 정명훈이 매년 8월말이나 9월초면 어김없이 KBS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아 자신의 건재를 알리고 있는 점이다.

정명훈의 KBS교향악단과의 귀환 무대로 기억에 남는 것은 202012242020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IX로 정명훈의 흡사 팬데믹 시대의 귀환 무대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탓에 합창석도 비고 관객이 많이 적었음에도 정명훈의 지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정명훈 하면 그의 많은 유럽에서의 지휘자 활동은 차치하고라도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아 국내 최정상 연주회를 이끌었던 이미지가 서울의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런 정명훈이 자신이 한때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모습은 이번 KBS교향악단의 제793회 정기연주회에서도 그랬지만 뒷짐을 지고 무대에 천천히 그리고 넉넉히 들어오는 모습에서 예전 친정댁에 온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KBS교향악단 단원들 연주가들에게 맡기는 넉넉함과 특히 3년전의 베토벤 교향곡 제6전원에서의 편안함이 강조되는 연주에서 더욱 그러했다.

2021826KBS교향악단 제769회 정기연주회에서도 정명훈은 개릭 올슨과 슈만 피아노협주곡과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지휘를 이끌었고 지난해 2022KBS교향악단의 제781회 정기연주회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브너와의 무대에서도 정명훈은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을 이끈 기억을 안고 있다.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제793회 정기연주회 전반부 무대에 오른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은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제1번의 연주로 예전의 연주 모드보다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치 헤드뱅잉하듯 격정적 연주를 볼 수 있는등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더 깊고 성숙한 음악을 기대케하는 하이든 첼로협주곡 제1번 연주였던 듯 하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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