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의 기교보다 연주가들의 우정이 빛난 트리오 연주의 훈훈함”

95()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직후 하루 이틀이 지나서였을까 KBS FM 라디오 윤수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낮 클래식 방송에 정경화&정명훈&지안왕의 연주회를 갖다왔다는 관객들의 소감에 눈물이 났다는 클래식팬들의 여러 후기담을 들을 수 있었다.

정트리오의 남매간의 화음에다 지안왕까지 합세한 트리오 연주의 훈훈함에 연주의 기교보다 연주가들의 우정의 연주에 관객들이 눈물을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로서 더 활발한 음악인생 활동을 펼쳐온 정명훈, 세계적 첼리스트의 한명으로 이름을 올려온 지안왕 레벨정도라면 개별 솔리스트 무대를 올려도 손색없을 터인데 세명이 같은 한날 한 무대에 서니 공연기획사가 세기의 거장들, 다시 없을 위대한 만남!’이라는 공연카피문구로 클래식팬들을 공연장으로 유혹하는 문구를 쓰는 것이 단지 미사여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연주의 기교보다  트리오의 우정이 더 빛난 정경화&정명훈&지안왕의 트리오 무대. (사진 크레디아)
연주의 기교보다 트리오의 우정이 더 빛난 정경화&정명훈&지안왕의 트리오 무대. (사진 크레디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immortal한 면모 재확인의 무대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로 해서 정경화&정명훈8지안왕의 트리오 공연에 대한 클래식 공연고어들의 기대가 대단히 컸음을 방증하는 연주회였지만 정트리오는 이미 나이상 70대를 넘긴 상태이고 해서 특히 이날 공연의 주축 리더라고 할 수 있을 정경화의 젊은 시절의 마녀(魔女)같은 활화산 같은 젊은 날의 열정적 비루투오소적인 보잉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

이날 공연에서 정경화가 두 번째 연주곡으로 동생 정명훈과 무대에 출연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경우 이 작품이 완성된 1888년은 브람스가 친한 친구를 잃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겪은 해였기 때문에 세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쓸쓸하고 내면적으로도 서정성이 짙게 표현되었다. 로맨틱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1악장은 애수를 띤 서정적인 멜로디가 일품이며 2악장 역시 서정적이고 스마트하다. 3악장은 음산하고도 고뇌에 찬 단조의 불안한 느낌이 감돌아 때문에 이날 정경화&정명훈&지안왕의 트리오 무대에서 정경화의 모습은 8년전 역삼역 LG아트센터에서 펼쳐졌던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 무대를 필자에게 떠올리게 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정경화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 무대는 13년전인 20105월에 있었던 찬란한 브리티시 사운드의 귀환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의 협연으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Op. 77을 열연하던 기억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한동안 활동을 쉬다 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재개하는 컴백 무대로 관심이 모아졌던 이날 연주회에서 정경화는 앵콜로 3악장을 다시 연주할 만큼 필하모니아와의 열띤 인상적 연주로 많은 클래식팬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정경화는 201112월 연주인생의 3이란 타이틀로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고 201310월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연주회, 20146"어린이, 미래 생명을 위한 헌정음악회 그래도 희망.."등 지속적으로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어왔지만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을 통해 정경화는 추억속으로 사라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전성기 시절부터 분투해온 그녀가 서있었다는 일본 연주에 대한 평처럼 immortal 의미 그대로 사라지지 않은 불멸의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었다.

물론 8년전의 무대였던 2015428일과 30일 이틀에 걸친 무대를 통해 정경화가 30대의 불꽃 튀는 음악적 에너지를 보여줬다거나 예전의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나 그리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3번에서의 호쾌한 보잉으로 마무리하던 과거의 젊음의 에너지를 볼 수 있었던 무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교와 음량은 쇠퇴했을지언정 반세기동안 한 악기만을 연주해온 바이올린 여제의 바이올린 연주가 immortal하게 불멸로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연주회였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리라.

올해 지난 95일의 정경화&정명훈&지안왕 무대에 정경화는 두 번째 연주무대곡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정경화에 대한 큰 환호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 그녀의 immortal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무대의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수확이다.

지안왕, 더욱 섬세한 소리에다 진중한 톤으로 연주 서포트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 연주회를 통해 관객이 정경화에게서 향후 기대해야 할 것은 과거 바이올린의 마녀 이미지에서 떠올리게 되는 불꽃 튀는 음악적 에너지보다 사랑을 보듬듯 불멸의 바이올린 연주로 계속 살아남아 90살이 넘어서도 연주활동을 이어갔던 이브리 기틀리처럼 불멸의 건재함을 계속 보여주는 정경화가 불멸함을 보여주는 바이올린 연주일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던 것처럼 이번 트리오의 공연을 통해서도 정경화가 향후 계속 immortal한 연주를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비단 나만이 가졌던 바램은 아니었을 것이고 대다수 관객들이 가졌던 공통적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지안 왕의 국내무대에서의 첼로연주에 관해선 9년전인 20141212일 서울시향 연주무대에서 정명훈과 지안왕이 동반 출연했던 기억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당시 공연에서 지안 왕 역시 전반부의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 연주에서 작품성 면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지는 하이든 첼로협주곡 2번에서보다 특히 3악장 Allegro molto에서의 다부진, 기민한 독주 첼로의 민첩한 움직임과 상승을 이끄는 연주로 인상적 마무리를 했고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협연에선 더욱 섬세한 소리에다 진중한 톤을 이끌어내는 첼로가 돋보였다.

이번 정경화&정명훈&지안왕 무대에서 지안왕은 전반부 첫곡으로 정명훈과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후반부 메인 연주곡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로 무대에 올랐지만 자신의 첼로연주를 부각시키려는 튀는 무대를 연출했다기보다 예전의 이런 더욱 섬세한 소리에다 진중한 톤으로 연주를 서포트하려는 면이 두드러졌다고 본다. 정경화&정명훈&지안왕의 무대는 이벤트성 무대로 그칠 것이 아니라 immortal무대로 게속 관객들을 감동의 연주무대로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낳게 한 연주무대였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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