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와 성악의 참신성 돋보인 무대”

914()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지난 721일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상반기 마지막 서울시향의 베토벤과 차이콥스키 연주회를 듣고 나서 하반기에는 참신성이 떨어질 법한 레퍼토리들을 서울시향이 어떤 특별함으로 바꿔놓게 될지 개인적으로 주목할 것 같았다.

이런 예상은 914일 목요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 연주에서부터 빗나가지 않았다. 교향악단의 연주회는 서곡으로 보통 포문을 열고 난후 피아노협주곡이나 바이올린협주곡, 첼로협주곡등으로 협연 무대를 가진뒤 후반부에는 교향곡으로 마무리하는 순서가 통례다.

그런데 지난 14일 서울시향의 여름휴가 이후 사실상 첫 정기연주회 시즌을 여는 공연에선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판타지교향시 연주가 서곡을 대신했고 보통 협연 협주곡이 무대를 장식하던 시간대에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제3슬픔의 노래2악장, 슈트라우스의 내일과 모차르트의 모테트등 성악곡으로 무대를 대체하는 참신함이 돋보였다. 체코의 속살이 드러나는 루살카 판타지교향시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로 피어올랐고 시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세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로 소프라노 임선혜는 희망을 제시하며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가 지적했듯 바로크전문가를 넘어서 다른 시대의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만프레트 호네크 지휘의 서울시향 차이콥스키 '비창"연주는 참신성이 돋보인 무대였다. (사진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 지휘의 서울시향 차이콥스키 '비창"연주는 참신성이 돋보인 무대였다. (사진 서울시향)

-“우울하고 처절한 느낌의 곡이라는 것 뒤엎는 화사한 해석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기념갈라콘서트(201812)등의 서울시향의 비창 연주기억도 있지만 내가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가장 감동적 연주를 들었던 기억은 2014년 한국시각 828일 새벽 330(영국 런던시간 827일 저녁 730) BBC 라디오3의 놀랍도록 생생한 음향으로 중계된 서울시향의 BBC 프롬스 데뷔연주였다.

눈을 감고 듣노라면 영미 일류악단의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차이콥스키의 긴장감을 더한 교향곡 6번 비창의 연주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음향으로 들어본 바로는 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연주가 서울시향 역대 연주가운데 최고 수준의 월드클래스급 연주로서 차이콥스키 6번 비창의 신선하게 업그레이된 해석을 통해 서울시향이 글로벌 오케스트라로 본격 진입하고 있음을 BBC프롬스 런던무대를 통해 엿보게 했다서울시향이 국내 무대에서 들려주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보다 훨씬 수준높은 유니크한 연주 경험을 체험케해 서울시향의 유럽투어가 일회 단발성이 아니라 BBC 프롬스같은 세계무대에 자주 나서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의 세계적 상품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세월이 변한 시점에서 지난 914일의 롯데콘서트홀에서의 호네크지휘 서울시향 차이콥스키 비창 6번 연주는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참신성이란 시각에서 이런 참신한 해석을 엿보게 한 연주들 들려줬다고 본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부터 5번까지의 교향곡들이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고전적인 '해피 엔딩' 으로 끝난 반면, 교향곡 6번 비창은 3악장을 제외하면 곡 전반에 걸쳐 우울함이나 공포, 절망, 패배감 등 상당히 염세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4악장을 가장 비통한 느낌의 아다지오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목인 '비창' 의 성립에 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그 동안 작곡된 교향곡들 중 가장 우울하고 처절한 느낌의 곡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향의 이번 만프레트 호네크 지휘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의 연주는 연주자들의 광폭하게 달려드는 연주와 화사하게 꽃처럼 피어나듯 유기적 유기체로 물흐르듯 이어지는 연주였다는 점에서 이런 우울하고 처절한 느낌의 곡이라는 것을 뒤엎는 참신한 해석으로 들려왔다.

전반부의 '루살카 판타지'와 구레츠키 성악곡등으로 참신성을 더한 소프라노 임선혜의 무대.
전반부의 '루살카 판타지'와 구레츠키 성악곡등으로 참신성을 더한 소프라노 임선혜의 무대.

-“참신성 떨어질 법한 레퍼토리들, 서울시향 하반기 어떤 특별성의 연주로 바꿔놓을까

올해 2023년 들어 평범한 연주회로 그칠 법한 레퍼토리들을 서울시향이 특별성으로 만들기 시작한 연주회 무대는 연초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 일례로 지난 연초의 서울시향과의 신년무대가 <박쥐>서곡, 바그너의 전주곡,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순서로 연주가 되었더라면 사실 평범한 연주회에 당연히 그치고 말았을 터. 얍 판 츠베덴은 이런 연주곡 순서를 실력으로 승부하고 관객에게 당당히 평가를 받겠다는 통째로 바꾼 당찬 도전적 프로그램 연주 순서의 뒤바꿈으로 자신의 데뷔무대를 특별성있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112-13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의 츠베덴의 예기치 않은 등단은 전반부에 전례없이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연주로 강수(强手)를 두는 선택을 했다. 이어 후반부 연주에는 얍 판 츠베덴의 장기인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중 제1막 전주곡과 <트리스탄 이졸데>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그리고 통상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가장 먼저 연주되는 것이 관례이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서곡이 맨 마지막곡의 연주로 장식됐다.

두달전 721일의 츠베덴의 실질적 데뷔무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시향은 교향곡 무대로 허례 허식없이 승부를 보고자 하는 강공(强攻) 모드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너무 많이 들어왔던 진부하고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을 연주 레퍼터리들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무대로 안내했다. 때문에 베토벤 교향곡 제74악장을 격렬한 피날레로 마치면서 이날 연주의 특별성을 부여한 서울시향의 연주나 서울시향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연주에서 3악장의 현악기가 3악장 내내 피치카토를 연주하던 연주, 플레트네프 지휘의 연주에서도 느껴볼 수 있었던 흡사 러시아연주단체로 화현한 것 같은 힘찬 피날레의 연주인상의 느낌을 관객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피날레 알레그로 콘 푸오코에서도 선명히 감상해볼 수 있었던 바, 이런 시향의 새로운 연주변화의 이면들에는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특별성을 부여하는 해석능력이 자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데 공감이 모아졌다.

9월 하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시작으로 서울시향은 10월 연주회에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제21,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등의 외견상 클래식 관객들이 많이 들어왔을 법한 레퍼토리들 외에도 상임 음악감독인 츠베덴의 경우 서울시향과 2023년 하반기 연주일정으로 1123-24일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과 하이든 교향곡 제92옥스포드’, 1130-121일 베토벤 삼중협주곡및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 그리고 연말의 대망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제9번 지휘일정을 1221-23일 남겨두고 있는데 이렇듯 외견상 참신성이 떨어질 법한 레퍼토리들을 서울시향이 어떤 특별성의 연주로 바꿔놀지 새삼 주목된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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