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튼 특유의 능수능란한 관현악 작법과 개성 빛나는 윌톤 교향곡 1번의 더 긴장된 지휘“

1027() 저녁 8시 부천아트센터

2023년 가을 유독 외국 교향악단의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공연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1027일 금요일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795회 정기연주회-로망스, 가을을 물들이다도 국내 교향악단의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중마의 외침이자 함성으로 들렸다.

전날 1026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서울시향의 김선욱-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가 후반부 통례상 교향곡 연주에서 변형된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국내 교향악단의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것을 웅변해줬듯이 말이다. KBS교향악단 연주 다음날 1028일 토요일 오후 고양아람누리에서 있었던 27세의 新星 핀란드 출신의 클라우스 메켈레가 이끄는 오슬로필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은 정교했고 메켈레의 포디엄 장악력은 올해 1월로 27세를 맞는 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참 대단했다. 첫 내한공연이 짜릿했던 오슬로필의 첫 내한공연 치고는 서울 중앙의 대형클래식 공연장에서 열리지 않은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고 핀란드 태생의 장 시벨리우스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점 또한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핀란디아없이도 꽤 근사한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다는 상임지휘자 메켈레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월튼 특유의 능수능란한 관현악 작법과 개성 빛나는 윌톤 교향곡 1번의 더 긴장된 지휘로 줌마의 함성을 올린 잉키넨(좌측에서 두번째)이 길 샤함(우측)및 KBS교향악단 단원들과 공연직후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 KBS교향악단)
월튼 특유의 능수능란한 관현악 작법과 개성 빛나는 윌톤 교향곡 1번의 더 긴장된 지휘로 줌마의 함성을 올린 잉키넨(좌측에서 두번째)이 길 샤함(우측)및 KBS교향악단 단원들과 공연직후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 KBS교향악단)

월톤의 교향곡 제1번의 연주로 중마의 함성

이렇듯 11월에도 계속 이어질 베를린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라이프치히 게반트오케스트라, 뮌헨필등 기라성같은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속에서 국내 교향악단에게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중마의 행렬에서 KBS교향악단이 주목받을 만한 요인으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슈트라우스나 시벨리우스 연주곡 대신 잘 접할 수 없었던 월튼의 교향곡 제1번으로 이런 중마의 함성을 올렸던 까닭이다.

보통 클래식 고어들에게 교향곡 제1번 하면, 베토벤과 브람스, 브루크너와 말러,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1번을 많이 떠올리기 쉽다. 윌톤의 곡이라면 그나마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 월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관객들이 접했고 최근 대전시향이 지난해 7월중순 월톤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린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서울시향이 유럽투어를 앞두고 열린 프리 콘서트에서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협연한 윌리엄 월톤의 첼로협주곡이 첼리스트가 고음악을 전공한 탓에 고음악적 분위기의 연주를 들려줬다는 관객들의 평이 잇따랐던 기억이 있다.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었을 윌톤의 첼로협주곡 역시 알트슈태트의 말마따나 첼로 레퍼토리에 풍성한 깊이를 더해준 걸작이었음을 알게해주는 첼로곡의 연주였다. 같은 영국 국적인데다 특히 자크린 뒤프레의 극적이고 애절한 연주로 관객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엘가의 첼로협주곡이나 낙차 큰 연주의 특징이 압권인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등에 비해 윌톤의 첼로협주곡이 국내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연주돼 그동안 첼리스트 연주자나 국내 관객 모두에게 소홀하게 여겨져온 것은 아닌가 하는 같은 생각을 하게 됐었다.

이에 반해 월톤의 교향곡 제1번 역시 1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의 교향곡이라는 평을 받았고, 엄청난 금관과 4악장의 화려한 푸가 기법이 돋보이는 것으로 회자되온 교향곡. 월튼이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자주 연주되지는 않던 차에 잉키넨이 클래식 매니아들에게 잘 연주되지 않던 월튼 교향곡 1번의 연주로 KBS교향악단도 뭔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프로그램 노트에서 평자가 윌톤의 교향곡 제1번이 화합을 통해 역경에 맞서 승리하는 베토벤식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인식은 최근 국내 클래식 무대의 현장에서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 쓰나미속에서 KBS교향악단 같은 국내 교향악단의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토종 교향악단의 연주력은 뭔가를 보여줘야 되겠다는 결의로 다가왔다.

이런 결의는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잉키넨의 처절하리만치 결연에 찬 지휘모습에서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던 바, 지난 9월 이곳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피에타리 잉키넨 역시 최근의 서울의 클래식 무대 현장에서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는 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일정 홍수속에서 일종의 위기감과 함께 KBS교향악단도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각오와 마음가짐이 잉키넨의 그런 전투적 지휘로 발현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길 샤함, 바버의 바이올린협주곡으로 화려한 보잉보다 담백함의 정수 선택

잉키넨이 지휘봉을 맡은 지난 9월의 부천아트센터에서의 연주를 점검해보자면 독일이나 프랑스등 유럽의 오케스트라들 중에서는 인터내셔널한 울림을 주는 악단들이 있고 로컬의 느낌을 주는 악단들이 있다.

베를린필이나 파리오케스트라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지난 920일 수요일 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자신들의 여덟 번째 국내 지방공연 마지막을 부천에서 소화한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경우 후자 로컬의 느낌을 필자에게 준다. 이는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독일정부의 시책에 따라 2007년 서남부 독일교향악단을 대표한 SWR방송교향악단과 SR방송교향악단이 합병되어 창단된 독일 서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탓이다.

국내의 KBS교항악단의 상임감독을 맡고 있는 피에타리 잉키넨이 올해 2023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국내 공연 지휘를 맡아 지난 920일 저녁의 부천공연에서도 잉키넨이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지휘스타일등 잉키넨의 KBS교향악단에서의 지휘모습을 많이 유추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7-8차례 국내 순회공연 마지막날 이다보니 공연일정에 지친 탓인지 연주탄력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고 때문에 해외 교향악단의 국내에서의 지방공연 순회도 3-4회 정도로 줄이는 것이 연주탄력을 유지할 수 있을 방편이 될 것이다.

이런 느낌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첫 곡으로 연주한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이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것에서부터 필자에게 감지됐는데 과거 유트브 동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카랴얀 지휘의 베를린필 탄호이저 서곡 연주나 중앙무대에서 서울시향 연주의 탄호이저 서곡의 긴장감 넘치던 연주의 활력의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초반부터 아쉬운 대목이었다.

몇 년전 인터내셔널한 울림보다 로컬적 색채가 나는 도이치방송교향악단과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 두 악단의 내한공연을 보며 이런 인터내셔널한 울림이 없는 것에 대한 다소의 핸디갭을 뛰어넘을 개성있는 레퍼토리의 연주등으로 세계 톱클래스의 오케스트라등에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달라는 내용을 어느 매체에 기고했었는데 올해 2023년 내한공연에서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도 이런 과제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피에타리 잉키넨은 이번 KBS교향악단 제795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지난달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 지휘때보다 더 위기의식을 갖고 해외교향악단들의 내한러시에 맞서는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을 보여주기 위해 시벨리우스와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도 월튼 특유의 능수능란한 관현악 작법과 개성이 빛나는 윌톤 교향곡 1번의 더 긴장된 지휘를 보였던 것 같다.

지난 106일 금요일 저녁 이곳 부천아트센터에서 런던필과 협연한 독일계 크리스티안 테츠라프에 대비되게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은 바버의 바이올린협주곡, 작품의 14의 연주로 화려한 보잉보다 담백함의 정수가 돋보이는 연주를 펼쳐보여 KBS교향악단의 로망스, 가을을 물들이다에 일조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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