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사운드의 진수로 자신의 아디덴티티 선명히 표출”

117-8일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17-8일 있었던 올해 2023년 빈필의 서울공연을 이틀간 객석현장에서 보면서 느낀 점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선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첫째날의 연주 레퍼토리였던 생상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나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5번은 예외였으나 둘째날의 베토벤 교향곡 제4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연주의 독일 정통 교향곡의 정수로 벨벳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주고 간 탓이다. 경이로운 연주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빈필하모닉은 비단 독일어권의 음악지형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대륙의 클래식계 지형에서 베를린필과 함께 유서깊은 역사와 쟁쟁한 관록을 보유한 정상의 자리를 완벽하게 이어가는 빈 필하모닉만의 사운드와 범접할 수 없는 음악을 구성, 최고경지에 오른 무대를 펼쳐왔던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023년 빈필의 서울 무대는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랑랑의 카미유 생상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연주로 랑랑의 전매특허인 팔을 허공에 들면서 관객들을 환대하는 제스처나 곧 펼쳐질 일본 무대등에서 함께 할 수 없는 프란츠 뵐저 뫼스트 대신 러시아출신의 투간 소키에프가 러시아와 프랑스 너머로 피워낸 싱싱하고도 명징한 음향세계로 이끌어 역대 빈필의 그 어느 공연 못지않게 열띤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앙코르곡들의 연주였던 J. Strauss IIFruehlingstimmen Waltzer, Op. 410이나 슈트라우스 2세의 Tritsch-Trasch Polka, Op. 214를 들려주는 데서 오스트리아 교향악단의 단골 아이덴티티(identity)를 관객들이 여실히 느낄 수 있었을듯 하다.

첫날 공연이었던 117일의 앙코르곡 J. Strauss IIOverture from the Operetta "Indigo & the Forty Robbers"J. Strauss IIUnder Thunder & Lightning Polka fast Op.324의 빈필 연주에서도 자신들의 아디덴티티를 새기는 듯 했다.

투간 소피에프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빈 필하모닉과 사전 리허설을 갖는 장면. (사진 빈필 페이스북)
투간 소피에프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빈 필하모닉과 사전 리허설을 갖는 장면. (사진 빈필 페이스북)

올해 외국 교향악단들의 공연들에서 주목되는 특징, 러시아 지휘자들의 맹활약

2023년 하반기 9-10-11월에 걸쳐 릴레이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외국 교향악단들의 서울 내한공연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 하다. 11월 중 하순에 잡혀있는 베를린필 공연이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바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그리고 뮌헨필의 11월말 내한공연등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에서의 외국 내한공연 교향악단들의 초반 공연 특징들을 분석해보면 자신들의 교향악단 아이덴티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선명히 부각되는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 먼저 9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회를 가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올해 2023년 내한공연에서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로컬적 색이 짙은 악단으로서 인터내셔널한 울림이 없는 것에 대한 핸디캡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106일 역시 부천아트센터에서의 런던필은 젊은 지휘자의 이미지나 연주 스타일 측면에서 악단에 젊음이 이식돼 오케스트라의 젊음화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영국의 지휘자 분류에서 게오르그 솔티가 84세로 타계했고 런던필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비첨 역시 82세로 타계하며 현존하는 존 엘리어트 가드너 역시 80세인 점을 감안하면 노년 지휘자층이 많은 것으로 비춰지는 영국 지휘계에서도 현재 68세인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은 젊은 층으로 분류될 법도 하다. 이런 와중에 올해 만 49세의 영국계 출신 지휘자인 에드워드 가드너가 런던필을 이끌고 내한해 악단의 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간 느낌이다.

1024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체코필은 올 안토닌 드로르자크 사육제 서곡, Op.92,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제7번 연주로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 홍수속에서 보석같은 체코음악의 진수를 들려줬다. 러시아 출신의 셰몬 비치코프가 지휘한 체코필이 그리는 보헤미안 음악의 정수가 2014년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아쉬웠던 연주의 순간들을 상쇄시켜 준 것 같아서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보석같이 빛나고 있는 체코음악들을 만끽한 순간들이 됐다. 내게 작고한 이지 벨라홀라베크의 바통을 이어받은 페트르 알트리히터가 지휘봉을 잡은 2017년의 아시아투어 일환중 체코필 내한공연(2017928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서곡을 위시해서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과 교향곡 8번으로 짜여져 체코음악의 정취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선곡이었지만 체코필특유의 사운드를 극대화시킨 체코의 향기를 더없이 주고 갔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올해 하반기 쓰나미처럼 내한공연을 갖는 외국 교향악단들의 공연들에서 주목되는 특징은 러시아 지휘자들의 맹활약. 동유럽 대표 오케스트라 체코필의 상임지휘자겸 음악감독인 셰몬 비치코프는 절묘한 균형감각과 예리한 심리적 해석으로 유명한 지휘무대를 서울에서도 펼쳐보였다. 올해 2023년 빈필과의 내한무대 지휘봉을 잡은 투간 소키에프 역시 국제적인 명성으로 전세계 교향악단과 오페라 하우스에서 러브콜을 받는 지휘자로 유명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주말 베를린필의 서울 내한무대를 펼칠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몇 년전 내한무대도 갖기도 하고 올해 온라인 음악매체 바흐트랙이 2023년 음악전문가들을 통해 뽑은 전세계 최고 지휘자로 꼽힌 지휘자로 첫날인 1111일 토요일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과 베르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이튿날인 1112일 일요일 오후에는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협연과 R.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연주로 다시 한번 베를린필의 서울무대를 어떤 흥분의 무대로 이끌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

빈필, 벨벳 사운드로 명성은 잃지 않았으나 예년에 비해 다채로움은 없었던 듯

빈필의 올해 2023년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들은 둘째날의 특히 베토벤 교향곡 제4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등 자신들의 벨벳 사운드로 명성은 잃지 않았으나 예년에 비해 다채로움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빈필은 201911월 독일출신의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로 내한한 이후 2021년 지난해엔 이탈리아의 명장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내한공연을 가졌고 2022년 지난해엔 자국 오지리(墺地利) 출신 프란츠 묄저 뫼스트 지휘로 다시 내한공연을 가져 국내 클래식팬들에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근 3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내한공연을 가진 가장 친숙한 이름이 됐다. 베를린필이 2017년 국내 무대에서 사이먼 래틀과 마지막 공연을 가진 이후 내한공연이 없고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역시 2015년 헝가리출신의 이반 피셔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 공연이후 국내 내한공연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빈필 내한공연의 특징이라면 역시 자국 지휘자인 프란츠 묄저 뫼스트를 내세워 가장 빈필사운드의 벨벳(Velvet) 같은 우아함의 극치, 지난해 빈필 내한 연주곡들의 특징은 2021년 리카르도 무티 지휘의 빈필 내한공연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을 오가며 연주됐던 것과 달리 콘서트 전용홀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응집도 높은 콘서트홀에서 연주됐다.

비극적 서곡, 작품번호 81과 교향곡 제3번의 브람스곡들의 연주와 죽음과 변용 및 웅대하고도 풍부한 악상과 치밀한 묘사력, 탁월한 관현악 기법으로 교향시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작품번호 30의 슈트라우스 연주곡들의 대비인데 특히 빈필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빈필하모닉의 특별한 문화유산과 역사를 빚어내는데 공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곡들을 통해 빈 필하모닉을 상징하는 주요 작품들로 응집력높게 연주된데서 특징이 있다.

2021년 빈필의 서울 내한공연의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 리카르도 무티의 무게는 2년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섰던 많은 지휘자 중에서 남달라도 너무 남달랐다. 내한 무대 세 번째 날 공연에서 빈 필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4비극적과 후반부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이탈리아사이에 스트라빈스키의 디베르티멘토 요정의 입맞춤을 삽입하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유혹했다.

크레셴도(crescendo)를 연상시키듯 이날 빈 필의 연주는 내게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진가를 점점 고조시키는 연주곡들로 짜여져 이끌어간 느낌을 받았다. 첫 곡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4비극적이 무겁게 꽉 차는 느낌을 주었다면 전반부 두 번째 연주곡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요정의 입맞춤연주는 잇따른 교향곡 연주의 순서보다 중간에 발레곡을 연주회용으로 축소한 모음곡을 곁들인 재치가 돋보인 연주였다. 다채로운 리듬과 러시아 민요의 정감 어린 선율, 관현악의 변화무쌍한 질감 등이 빈 필의 차별화된 음향과 표현상의 새로움을 선보일 수 있어서 교향곡들 연주 사이의 앙코같은 느낌을 주었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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