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의 벨벳 사운드 상회하는 경이로운 연주력”

1111()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005117-818년전 베를린필을 이끌고 내한공연을 가진 사이먼 래틀의 당시 공연 안내 팜플렛은 사이먼 래틀의 정면 모습이 아닌 뒷짐을 지고 돌아서서 등만 보여주고 있는 래틀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베를린필을 이끌었던 래틀에 대한 국내 클래식 관객들의 당시의 사이먼 래틀에 대한 제왕적 신비감을 고조시키는 팜플렛의 상징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005년에 이어 사이먼 래틀은 2008년과 2011, 2013년과 2017년 다섯차례에 걸쳐 초겨울을 앞둔 11월경 내한공연을 펼쳤는데 그의 내한 공연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베를린필을 이끄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나 전제적 압권같이 교향악계에서 군림했던 베를린필의 제왕적인 신비감은 차츰 점차 엷어져 왔던 것 또한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이먼 래틀은 마리스 얀손스가 몇차례의 내한공연을 펼쳐 특히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연주가 압권으로 남아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새 둥지를 틀었는데 래틀이 계속 베를린필의 지휘자로서 카리스마적 연주를 펼쳐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비단 나만이 갖고 있는 생각은 아닐 것이고 대부분의 음악애호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 심성일 것이다.

과거 제왕적 카리스마의 아우라를 지닌 베를린필의 포디움을 보기 위해선 2019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키릴 페트렌코에 비춰보면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듯 하다. (사진 빈체로)
과거 제왕적 카리스마의 아우라를 지닌 베를린필의 포디움을 보기 위해선 2019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키릴 페트렌코에 비춰보면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듯 하다. (사진 빈체로)

국내서 유럽 오케스트라 열전 각축탓에 군계일학 연주는 아니었던 듯

2019년부터 베를린필의 수장을 맡은 키릴 페트렌코가 6년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한차례 내한공연이 있었지만 베를린필과는 처음으로 지난 1111일과 12일 주말 오후에 내한공연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다.

음악감독으로서 사이먼 래틀 재직시 베를린필은 한국에서의 내한때마다 단 두차례의 내한공연만을 소화하면서 인근 중국 북경이나 대만 타이페이, 마카오 등지의 공연장으로 이동하며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만이 줄 수 있는 연주의 흥분과 베를린필만의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깊은 자장(磁場)에 국내 음악애호가들이 매번 열광하곤 했었다.

온라인 매거진 바흐트랙에서 발표한 2023년 최고의 오케스트라 순위에서도 베를린필은 당당히 빈필하모닉(2)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3), 로열 콘서트허바우(4)를 제치면서 최고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랐고 키릴 페트렌코 역시 바흐트랙 온라인 매거진이 뽑은 2023년 최고의 지휘자 순위에서 1위에 랭크돼 사이먼 래틀(2),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3), 안토니오 파파노(4)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필자는 지난주말 1111일 토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베를린필의 내한연주를 콘서트안 객석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이런 베를린필의 과거의 군웅할거(群雄割據) 오케스트라 시장에서 독주를 펼치던 제왕적 위상이나 카라얀이나 아바도를 거쳐 제왕적 지휘자의 이미지를 이어왔던 베를린필의 포디엄 측면에서 올해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은 빈필이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등과 국내 콘서트홀에서 각축을 벌였던 까닭에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연주였다고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유럽 오케스트라 대전에 무대에 오르지 않은 연주단체들도 있어서 조심스런 유보를 내리고 싶다.

베를린필의 몇차례에 걸친 국내 내한공연 역사에서 내가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을 콘서트안 객석 연주현장에서 들었던 것은 20111115일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말러교향곡 제9번 연주와 이튿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가 본격 시발이었다. 이후 2013111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베를린필의 슈만교향곡 제1번과 악장 다이신 카지모토가 협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늦가을의 밤을 흥분시킨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객석 콘서트홀 안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가졌었다.

201111월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에 대해선 단원들의 경이로운 합주력과 래틀의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201111월 말러 9번 실황연주의 최고봉으로 그해 최고의 서울 연주로 꼽힌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 서울 말러교향곡 9번 연주의 감동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201311월의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에 대해선 당시 세계 최고의 최고를 거듭하는 오케스트라로서 역시 베를린필이다라는 경이로운 찬탄을 불러일으킨 베를린필 특유의 깊은 음향이 지배한 20131111-12일 서울 내한공연에서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은 첫날 늦가을 밤의 흥분을 불러일으킨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이어 사이먼 래틀이 긴 호흡으로 잡아내는 장려한 브루크너가 돋보인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에서도 그칠줄 모르는 관객의 계속된 커튼콜 박수를 이끌어내며 벅찬 서울의 감동의 밤을 또 한번 연출해냈다고 연주평을 한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료한 아티큘레이션과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등 독특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위치로 베를린필의 연주력은 빈필의 벨벳 사운드를 상회하는 연주력이어서 경이로웠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료한 아티큘레이션과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등 독특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위치로 베를린필의 연주력은 빈필의 벨벳 사운드를 상회하는 연주력이어서 경이로웠다.

페트렌코, 불세출의 지휘자 경력 쌓아가는 것 이제 시작

음악평론가들이나 국내 클래식 관객들 시각에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은 단연 부동의 베를린필이 대부분의 음악애호가들의 잠재의식과 뇌리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마치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축구팀이 첼시의 이미지로 굳어있는 것처럼.

지난 1111일 오후 베를린필이 풀어낸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이나 알반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Op.6’의 교향곡 모드의 연주를 펼쳐보인 베를린필에서 필자는 카리스마적 지휘자의 모습으로 다가온 키릴 페트렌코의 인상보다 이제는 몇차례의 내한공연으로 그 제왕적 이미지가 엷어진 친근한 외국지휘자의 한명으로 다가온 사이먼 래틀의 모습을 흡사 보는 듯 했다. 더욱이 세계 최고 지휘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내 클래식 관객들로부터의 이상과 달리 악보에 기대어 지휘를 이끄는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모습에서 과거 제왕적 포디엄을 이끌었던 예전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들의 카리스마의 아우라를 기대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후반부 연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200811월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안 객석에서 들었던 그 음향을 생각케 만들었는데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료한 아티큘레이션과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등 독특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위치로 빈필의 벨벳 사운드를 상회하는 연주력이어서 경이로웠다.

키릴 페트렌코는 1972년생으로 아직 만 51세의 나이로 젊다. 그가 과거 베를린필의 포디엄을 거쳐갔던 제왕적 카리스마를 지닌 불세출의 지휘자 경력을 쌓아가는 것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또한 이번 국내에서의 유럽 오케스트라 대전(大戰)이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시점에서 베를린필의 연주력이 군계일학이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은 베를린필 이전의 클라라 메켈라 지휘의 오슬로필 역시 말도 안되는 지휘자의 인상적 시벨리우스였고 이후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펼쳐질 안드리스 넬손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펼쳐낼 조성진과의 슈만 피아노협주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제3스코틀랜드’, 이튿날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등의 연주나 정명훈이 이끌 뮌헨필의 임윤찬과의 협연무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이나 베토벤 교향곡 3, 베토벤 교향곡 7번등의 연주력도 공연장에서 보고 이후 판단해야할 관객들의 몫일 듯 싶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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