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비슷한 오케스트라 배치로 최고흥행 각축”

1115-16(-),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0여개에 이르는 외국 교향악단들의 군웅할거(群雄搳據)가 펼쳐진 올 2023 하반기 서울 클래식 무대의 연주에서 베를린필의 연주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고 단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은게 옳았다.

지난 1115-16일 이틀간에 걸쳐 라트비아의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내한연주를 이틀 연속 객석에서 지켜보면서 빈필 연주력에 못지않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베를린필의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막상막하 접전을 펼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필이 스타 협연자의 협연 없이 연주회를 이끌다보니 관객의 관심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중론이고 클래식계의 아이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잇따라 협연자로 나선 베를린필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더블베이스의 좌측배치등 오케스트라 배치도 비슷하면서 최고 흥행을 놓고 각축을 벌인 느낌이다.

티켓 파워면에서는 베를린필이 가장 앞섰으나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이 다른 모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구별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만의 아주 고유한 소리의 색채가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스코틀랜드나 특히 이튿날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연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에스토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가졌던 파보 예르비가 북구의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지휘자라면 인접국 라트비아가 마리스 얀손스 이후에 지휘 안드리스 넬손스의 이미지로 넘어 굳어져가는 것이 국내 관객들에게 선명해졌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올 하반기 국내 릴레이 외국 교향악단의 연주일정 홍수속에서 빈필 못지않게 세계의 그 어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차별화되는 독특한 사운드로 베를린필의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접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올 하반기 국내 릴레이 외국 교향악단의 연주일정 홍수속에서 빈필 못지않게 세계의 그 어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차별화되는 독특한 사운드로 베를린필의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접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포디엄에서 중후한 아우라 뿜어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이틀간에 걸친 연주에서 내게 가장 이목을 끌었던 요소는 만 45세라는 지휘 안드리스 넬손스의 젊음의 속성에도 불구, 마치 거장적 중후한 풍모를 자랑하던 지휘 포디엄에서 뿜어내는 그의 남모를 아우라다.

27세로 오슬로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한 클라라 메켈레, 빈필을 이끈 만 46세의 투간 소키에프, 런던필을 이끌던 만 49세의 에드워드 가드너등 내한 연주회의 젊은 지휘자들 가운데 안드리스 넬손스는 가장 중후한 풍모를 풍겼던 지휘자의 인상을 남겼다. 젊은 지휘자들이 이끄는 악단의 속성이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젊음화로 비춰지는 것이 대세지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경우 1979-1996년 기간 이 악단을 이끌었던 쿠르트 마주르나 1998-2005년 악단을 이끌었던 헤르베르트 볼름슈테트등 노년의 지휘자들이 지휘했던 유트브 동영상을 보면 일례로 마주르가 지휘한 슈트라우스의 Metamorphosen이나 볼름슈테트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등의 연주에 비해, 또 볼름슈테트나 마주르 지휘가 라이프치히 St. Nicholas Church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연주 동영상등에 비해 올해 내한연주에서 넬손스의 연주 지휘는 훨씬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Op.54184611일 닐스 가데 지휘로 클라라 슈만 협연을 통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공연했고 이튿날 연주곡인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WAB 109 연주가 19061115일 아르투르 니키슈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했다는 공지를 보면 게반트하우스의 오랜 내공의 역사가 담겨져있는 연주였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티켓 파워 0순위를 질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첫날 공연에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작품번호 54번을 협연했는데 조성진이 베를린필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과 달리 처음과 끝에 강박을 터트리는 면이나 앙코르곡 Liszt, Consolation No.3에서의 숨이 멎는 듯한 詩的 영롱한 선율이 조성진의 진가를 재입증했다. 이틀간에 걸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이틀의 연주에서 단연 하이라이트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연주였다고 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2011년 베를린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했던 당시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보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어쿠스틱 특성상 연주음향이 즉각적으로 수용되는등 게반트하우스의 브루크너 연주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인상깊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브루크너 교향곡이 시작되자 마자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엄청난 흡인력이 대단했다는 의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참고로 들어본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브루크너 6번과 9번의 커플링 도이치그라모폰 음반CD는 약 60분에 걸쳐 연주감상에 부담을 주지않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가운데 2악장 아다지오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3악장 스케르초의 브루크너가 쓴 다른 스케르초 악장에 비해 관현악의 색채가 다채로워 지난주 목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감상의 감성을 새롭게 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은 보통 3악장까지만 연주되지만 1~3악장만 가지고도 엄청난 완성도와 음악성을 가진 작품이 되어 7, 8번과 함께 브루크너의 만년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어 역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감상의 입문으로도 손색없을 라이프치히 게반트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되어 관객의 커튼콜이 그칠줄을 몰랐다.

예년과 달리 젊은 지휘자들의 오케스트라 젊음화의 특징

올 하반기 외국교향악단의 국내 내한공연 릴레이가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필의 임윤찬, 클라라 주미강의 협연무대를 남겨놓고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 외국 유명 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이 사이먼 래틀(68)이나 로린 마젤(84), 마리스 얀손스(76)60-70대의 지휘자들이 주종을 이뤘다면 올해 내한 지휘자들의 면면은 앞서 잠깐 언급한대로 나이 젊은 젊은 지휘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외국교향악단들의 올 하반기 내한공연의 러시속에서 마지막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 안드레스 넬손스(45)는 보스톤 심포니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두 직책을 통해 두 기관사이의 선구적인 동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가장 유명하고 혁신적인 지휘자중 한사람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올해 빈필의 국내무대를 이끌었던 투간 소키에프는 1977년생의 만 46세의 나이로 역시 전세계 교향악단과 오페라하우스에서 러브콜을 받는 지휘자로 유명, 프랑스-러시아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틀루즈의 프-러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 이끌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활발한 음반녹음작업을 해왔다.

9월말 경기 고양아람누리와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슬로필의 내한무대를 지휘한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2020년부터 오슬로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활동중이며 20219월부터는 파리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직을 겸하고 있는등 지휘계의 말도 안되는 영파워를 실감케하는 지휘자의 모습을 남기고 갔다. 클라우스 메켈레는 2022년부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아티스틱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고 2027년부터는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장기적 협업을 앞두고 있어 계속 영파워 지휘자로서 화제를 몰고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 51세의 베를린필의 수장인 키릴 페트렌코는 과거 베를린필의 제왕적 카리스마 연주를 이끌었던 역대 지휘자들의 아우라 향수를 느껴보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반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Op.6'이나 브람스의 교향곡 4번 연주에서 빈필의 벨벳 사운드를 상회하는 경이로운 연주력을 선보여 불세출의 경력을 개척해나갈 키릴 페트렌코의 향후 지휘행보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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