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수기(非需期) 수놓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과 DMZ오픈 국제음악제”

1114() 7:30 PM,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1월은 통상 클래식 뮤직 페스티벌의 비수기에 해당한다.

여름 음악축제와 겨울 음악축제등으로 대별되고 봄철에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나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9월초에 열리는 여수음악제등을 보면 꽃피기 시작하는 3월말 무렵이나 9월초등이 클래식 뮤직 페스티벌을 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119일부터 1119일까지 제6회로 열린 ‘2023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나 11월 초반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을 수놓은 제1DMZ오픈 국제음악제(114-11)는 비수기(非需期)도 클래식 음악의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는 모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들이었다.

올해의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연주 프로그램들은 예전의 교향곡 연주나 피아니스트 협연 무대등이 없어서 클래식 관객들의 관심이 덜하던 차에 이안 보스트리지의 무대는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올해의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연주 프로그램들은 예전의 교향곡 연주나 피아니스트 협연 무대등이 없어서 클래식 관객들의 관심이 덜하던 차에 이안 보스트리지의 무대는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일뤼미나시옹>, 외국 교향악단 휩쓸고 간 이후의 산뜻한 청명한 무대

2023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공연중 필자가 참석한 지난 1114일 화요일 저녁의 세종 솔로이스츠와 이안 보스트리지의 <일뤼미나시옹>’ 공연은 세계적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올해의 힉엑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상임음악가로 무대에 출연해 즐비한 외국 교향악단들이 휩쓸고 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산뜻한 청명한 무대를 선사했다.

사실 올해의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연주 프로그램들은 예전의 교향곡 연주나 피아니스트 협연 무대등이 없어서 클래식 관객들의 관심이 덜하던 차에 이안 보스트리지의 무대는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일뤼미나시옹>은 랭보가 1886년 파리의 문학평론지 라 보그를 통해 처음 발표한 산문시를 묶어서 낸 것으로 채색된 판화라는 뜻의 제목은 그의 애인 폴 베를렌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랭보는 <일뤼미나시옹>에서 운문의 창살에서 뛰쳐나와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데카당스(퇴폐주의)적인 언어의 마술로 독자를 휘어잡는다.

브리튼은 시집에서 몇몇을 발췌하여 현악 오케스트라와 목소리를 위해 9개 부분으로 구성된 1곡 팡파레, 2곡 도시들, 3곡 문장과 고대양식, 4곡 제왕, 5곡 바닷가, 6곡 간주, 7곡 아름다운 존재, 8곡 퍼레이드, 9곡 출발의 연가곡을 작곡했다.

예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음악을 입힌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 48)''리더크라이스(Liederkreis>Op. 24)'로 관객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낭만적 감성을 일깨웠던 기억을 안고 있는 필자에게 이안 보스트리지의 힉엑눙크! 뮤직페스티벌에서의 무대는 보스트리지가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성악가로서 학구적 면을 풍기는 일면과 감칠맛 나는 성악을 들려주는 것 같은 양면성을 보여줬다.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는 이지적인 음색에 담긴 곡 해석과 청아한 음색의 극대화된 서정성이란 평을 받아온 테너. 예전 2014419일 고양아람누리 내한 연주회에서 보스트리지는 "슈만 가곡은 그 낭만적 감정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목소리와 피아노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때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둘 중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어 이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리더크라이스에서는 노래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원을 그리듯이 함께 그러안은 느낌과 시인의 사랑에서는 전체가 하나의 호흡인 듯이 불린 연가곡이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른 일뤼미나시옹30분이 채 안된 산문시 연가곡이었으나 이런 예전의 그의 연가곡 공연에 대한 추억의 감회를 불러올만한 공연이었고 내년에 있게 될 그의 겨울나그네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이 많음을 이번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의 그의 <일뤼미나시옹> 공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롱런 국제음악제로 발전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줘 의미가 깊었다. (사진은 개막공연 연주장면. DMZ 오픈 국제음악제 사무국 제공)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롱런 국제음악제로 발전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줘 의미가 깊었다. (사진은 개막공연 연주장면. DMZ 오픈 국제음악제 사무국 제공)

1DMZ 오픈 국제음악제, 롱런의 발전 가능성

외국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이 봇물을 이루던 시점에 열려 개최시점이 불리하긴 했어도 올해 새로 생긴 제1DMZ 오픈 국제음악제 역시 평창 대관령음악제나 통영국제음악제 같은 롱런(long-run) 음악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줘 의미가 깊은 국제음악제였다.

열린 DMZ, 더 큰 평화란 주제로 11월 초반 일주일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을 수놓은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DMZ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서 인류애와 평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기획되었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의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이자 한세대 음악학부 교수인 임미정교수는 장르별로 걷다’, ‘생각하다’, ‘느끼다로 표현된 페스티벌을 통해 DMZ에서의 아픈 기억을 미래로 향한 의지로 전환시키고자 하며 궁극적으로 이 모든 행위와 결과물들은 우리의 기억과 집단의식에 자리한 어두운 그림자들을 세상을 향한 평화메시지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제1DMZ 오픈 국제음악제의 의의를 조명했다. 음악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담고 있기에 그 자체로서 궁극의 휴머니즘을 표현합니다만 DMZ가 상징하는 현실세계에 던지는 화두로서 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DMZ 오픈 국제음악제를 열게 되었다는 얘기다.

연주 레퍼토리 측면에서도 임헌정과 경기필이 출연, 드보르작의 교향곡 9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해 새로 출항하는 DMZ 오픈 국제음악제의 출범을 힘차게 알렸고 필자가 참석한 1110일 저녁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콘서트 <냉전을 넘어>도 밤 1022분에 종료되는등 기대이상의 열기로 마무리돼 처음 열린 국제음악제 치고는 내용이 알찼다.

예술감독 콘서트 III가 마련돼 음악감독 임미정 교수가 직접 피아니스트 연주자로 출연했고 시네마 콘서트, 퀸 엘리자베스 갈라콘서트 <대지의 노래>, 마지막날 폐막공연은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아 KBS교향악단과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1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으로 DMZ 오픈 국제음악제를 마무리하는등 실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고 대부분 우승이후 첫 번째 내한연주들을 펼치는 연주자들의 음악제였다는 점에서 DMZ 오픈 국제음악제의 의의가 더해졌다.

실제로 연주자들은 제네바 국제콩쿠르,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칼 플래쉬 국제콩쿠르, ARD 국제콩쿠르, 호로비츠 콩쿠르, 윤이상 국제콩쿠르 입상자들의 연주들로 이루어져 개최 일정이 해외 교향악단들의 국내 내한 연주일정과 겹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을 찾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레퍼토리들은 매우 훌륭했다.

첫날 개막공연에서 2023 DMZ 오픈 페스티벌의 위촉작 작곡가 김신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치유하는 빛 (2023)’의 경기필 연주는 고통당한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평안과 치유의 빛이 비치길 바란다는 작곡가의 염원이 깃들인 힐링의 연주가 돼 뜻이 깊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도 특히 전쟁과 분열이라는 깊은 상처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지금, 세상에는 치유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한반도의 분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등 많은 참담한 사건으로 인해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무고한 피가 흘려져 왔고 지금도 흘려지고 있다. 이 땅에 전쟁과 분열이 그치고 참된 치유와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며 이 곡을 작곡하였다는 작곡가 김신의 작곡에 대한 프로그램 노트가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 부합된다.

개막공연 첫날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연주에서 우크라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로만 페데리코의 타건은 가공할 파워는 아닌 듯 해서 슈만이 이곡에서 비르투오소들을 위한 협주곡에 담긴 자기과시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 음악적인 효과와 구조적인 맥락을 추구하기 위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 연주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며 첫날 오프닝 공연의 마지막 후반공연을 장식한 임헌정과 경기필의 드보르작 교향곡 9신세계로부터연주는 새로 출항하는 DMZ 오픈 국제음악제의 신선한 출범의 의미를 담았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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