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교향악단들에 비해 꿀리지 않는 연주로 맞선 서울시향”

1123()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10월과 11월 외국의 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 러시가 이뤄진 가운데 서울시향같은 국내 교향악단이 꿀리지 않는 사운드의 연주를 선보인 무대를 펼친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사못 크다.

2023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서울시향 무대를 통해 베를린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빈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등 유럽 본토 오케스트라들의 리트머스에 비춰 국내 클래식 관객들이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연주가 끝나자 오보에 이미성수석의 끄덕임의 사인이나 츠베덴의 포디엄에서의 당당한 관객을 향한 제스처는 클래식 본토 오케스트라들의 연주에 비해 우리도 조금도 꿀릴 것이 없다는 당당함으로 내게 다가왔다.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에 꿀리지 않는 서울시향의 사운드를 이끌어낸 얍 판 츠베덴의 리허설 장면. (사진 서울시향)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에 꿀리지 않는 서울시향의 사운드를 이끌어낸 얍 판 츠베덴의 리허설 장면. (사진 서울시향)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에 대한 위기의식 비껴가지는 않아

2023년 가을 유독 외국 교향악단들의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공연러시가 이뤄진 가운데 1027일 금요일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795회 정기연주회-로망스, 가을을 물들이다도 국내 교향악단의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중마의 외침이자 함성으로 들린 것처럼 이번 서울시향의 무대도 서울시향의 사운드는 살아있다는 외침으로 들렸다.

특히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 역시 최근의 서울의 클래식 무대 현장에서 쓰나미처럼 밀려든 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일정 홍수속에서 일종의 위기감과 함께 KBS교향악단도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각오와 마음가짐이 잉키넨의 그런 전투적 지휘로 발현됐듯 내년 2024년부터 서울시향과 5년의 상임지휘자 임기를 시작하는 얍 판 츠베덴 역시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엿보게 함은 마찬가지였다. 얍 판 츠베덴의 긴장된 지휘는 일견 빼어난 명작들과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찬 2024 서울시향의 시즌이 젊은 활기가 느껴지는 말러의 첫 번째 교향곡으로 시작하며 영원한 낙관주의를 담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으로 마무리하는 한편 바그너와 쇼스타코비치의 장대한 서사 안으로 들어가고 브루크너와 브람스의 가없는 음악적 풍경을 따라가는 내년 시즌을 미리 소개해주는 듯 보였다.

하이든 교향곡 제92옥스퍼드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레퍼토리를 들고 나온 얍 판 츠베덴의 서울시향은 해외 교향악단들의 국내 내한공연 러시의 막바지 시점에서 우선 하이든 교향곡 제92옥스퍼드를 통해 상쾌함과 산뜻함의 사운드와 함께 츠벤덴 역시 마치 처녀 지휘무대를 갖는 듯한 활달한 의욕을 보여 하반기 국내 클래식계 무대를 휩쓴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에 대한 위기의식을 비껴가지는 않은 듯 보였다.

직전의 1026일 서울시향의 연주회, 김선욱의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공연이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슈트라우스의 관현악법을 마음껏 과시하며 유럽 콘서트홀에 갖다놔도 손색없을 레퍼토리들을 선보였음에도 서울등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올 가을 유독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들이 많은 가운데 살아남아야 한다는 서울시향 관계자의 전언(傳言)이 지난번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연주자들의 연주에서도 간절하게 묻어났던 반면 이번 공연에선 서울시향 연주자들의 꿀릴 것 없다는 홀가분한 연주가 전해져왔다.

특히 후반부 연주곡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어둡고 음울한 1악장을 거쳐 환희에 차오르는 4악장에 이르는 구성을 가져 초연 당시 빛나는 승리의 쟁취, 투쟁 등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들으며 소련의 사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져왔다.

무겁지 않고 산뜻한 화사함이 밀려오는 연주

이 곡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라린 경험 때문에 반공을 사실상의 국시로 삼고 있던 남한 군사 정권은 1980년대말 5공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될 때까지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하차투리안 같은 소련 작곡가들의 작품 연주를 금지곡으로 지정하여 연주, 음반 판매가 모두 금지되어 있었던 당시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때문에 이 곡을 접하는 길은 불법 수입한 LP를 카세트 테이프로 비밀리에 복사하여 헤드폰 끼고 몰래 듣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하며 80년대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혁명'이라는 제목의 녹음 라벨이 붙은 테이프로 비밀리에 복제, 유통되어 당시 운동권 학생들의 필청곡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미지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을 서울시향은 1악장 Moderato에서의 여리고 서정적 면의 부각, 2악장 Allegretto의 산뜻한 화사함이 밀려오는 연주나 3악장 Largo에셔 목관의 활약등 무겁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 대신 아름다운 선율과 4악장 Allegro non troppo에서의 진격의 화력을 부각시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으로 바꿔놓아 과거 90년대에 KBS교향악단등을 통해 필자가 많이 듣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연주때와는 많이 달랐다.

연주내용에 있어서 꺽이지 않는 중마의 마음으로 무장한 서울시향 단원들과 의욕으로 채워진 신예 지휘자 김선욱이 가세한 1026일의 연주회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1번부터 열띤 연주회 분위기로 달아올라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무대 열기에 못지 않았다면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쓰나미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11월 하순의 시점에 열린 이번 서울시향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무대는 꿀릴 것 없다는 서울시향 단원들의 초연한 연주자세가 돋보였던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실내악을 기반으로 해 같은 아티큘레이션과 같은 프레이징, 같은 다이내믹을 공유하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1번부터 서울시향과 김선욱이 강렬하며 육감적인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1번을 만들어내고 지난달 서울시향 정기공연 무대에서 김선욱이 후반부에 선보인 서울시향의 연주 레퍼토리들,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장미의 기사. 모음곡> 역시 유럽 클래식 무대에 갖다놔도 손색없을 레퍼토리들이었다면 11월 하순에 두차례에 걸쳐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는 두 번의 정기공연에서의 레퍼토리들은 사실 서울시향의 관객이 많이 들어봤을 루틴하게 비춰질 수도 있을 곡들을 어떻게 특별성있는 곡들의 연주로 바꿔놓을지의 관전 포인트에서 봐야할 연주곡들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11월말에 또 한차례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는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무대는 관객이 서울시향의 이런 특별성있는 무대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다시금 지켜볼 무대가 될 것이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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