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벤자고와 미도리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협연

1126() 오후 4시 아트센터인천

관록과 경험 무시할 수 없었던 무대

10월과 11월 서울의 클래식 무대를 휩쓸고 간 외국 교향악단들의 지휘자가 상당수 젊은 나이로 구성된 점에 비춰 올해 75세의 스위스 명지휘자 마리오 벤자고와 어느덧 일본의 중년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50대를 넘긴 미도리의 세 번째 KBS교향악단과의 지난 주말 협연 무대는 관록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던 무대를 만들어냈다.

먼저 스위스 출신의 거장 지휘자 마리오 벤자고는 2021년 여름까지 11년간 베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 재임해 오래 숙성(熟成)된 그의 지휘포스가 첫곡 슈베르트 피에라브라스 서곡, D.796'에서부터 묻어났다. 지난해 비에냐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올해 지난 9월 국내 예술의 전당에서도 리사이틀을 가진 2002년생의 21세 히나 마에다(Hina Maeda)와 두 세대 이상의 나이 간격을 갖는 전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연주는 그녀의 협연무대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무대가 여인네 고뇌가 담긴 세월을 담아낸 연주인 점에서 클래식 애호가로서 감회가 새롭다.

스위스 출신의 명지휘자 마리오 벤자고(포디엄)는 노장의 가치로 중년의 일본계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와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을 협연, 궁합이 맞는 연주를 펼쳤다. (사진 아트센터인천)
스위스 출신의 명지휘자 마리오 벤자고(포디엄)는 노장의 가치로 중년의 일본계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와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을 협연, 궁합이 맞는 연주를 펼쳤다. (사진 아트센터인천)

중년과 노장의 가치가 궁합 맞춰

지난주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연주회가 외국교향악단들의 연쇄 잇따른 공연 홍수속에서도 꿀리지 않는 국내 교향악단의 자부심을 보여줬다면 지난주 KBS교향악단의 마리오 벤자고 지휘의 미도리 협연무대는 관록과 경험의 중요성이 빛을 발해 중년과 노장의 가치가 궁합을 맞춘 무대가 되어주었던 느낌이다.

일본계 미도리 이후의 지난 9월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및 콘서트홀에서의 신예 일본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로 떠오른 히나 마에다의 국내 데뷔 무대는 2022년 제16회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그녀가 우승해 관심이 쏠렸다.

필자가 참석한 히나 마에다의 93일 오후 IBK홀에서 있었던 제 16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위너콘서트 무대에서 마에다는 Bach - Chaconne from Partita for Solo Violin No. 2 in D minor, BWV 1004, Bach- Fugue from Violin Sonata No. 1 in G minor, BWV 1001 그리고 후반부에 Ysaÿe - Sonata for Solo Violin in D minor Op.27, No.3 'Ballade'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입상자였던 유다윤과 Wieniawski - 8 Études-Caprices for 2 Violins, Op.18, No.1, Wieniawski - 8 Études-Caprices for 2 Violins, Op.18, No.2, Wieniawski - 8 Études-Caprices for 2 Violins, Op.18, No.4, Prokofiev - Sonata for 2 Violins in C major, Op.56를 마지막으로 함께 연주했다.

전체 연주곡들을 통해 신예 콩쿠르 우승자다운 풋풋함을 풍긴 점에서 미도리급의 여류 바이올린 거장 무대와는 다른 결을 지닌 무대를 선보였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제 중년이 돼버린 미도리의 내한 무대는 마에다와 두세대 위의 일본 여류바이올린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를 제공했다는 점에 남다른 비중과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미도리의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레퍼토리로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인 벨라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 2번은 그의 특유의 화성 언어와 민속 음악의 영향, 그리고 현대 음악의 기법들이 결합된 대표작이다. 이 협주곡은 바르톡의 개인적 스타일과 전통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의 형식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며 협주곡의 전통적인 구성과 함께 그의 독특한 음색과 리듬, 그리고 민속 음악의 영향을 통해 독창적인 음악적 표현을 창조하였다.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연주상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자면 빠른 템포와 복잡한 리듬등의 기술적 어려움, 확장된 화성 언어와 음색의 다양성, 음악적 통찰력의 요구와 바르톡의 복잡한 구조와 형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지적되는데 미도리는 세월을 담아내는 연주로 담백하고 능숙하게 이런 연주상의 도전을 헤쳐나간 연주를 들려줘 과연 미도리답다고 할 만 했다.

이제 중년이 돼버린 미도리(우측 두번째)의 세번째 KBS교향악단과의 내한 무대는 2022년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배 히나 마에다와 두세대 위의 나이 터울상 일본 여류바이올린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를 제공했다는 점에 남다른 비중과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제 중년이 돼버린 미도리(우측 두번째)의 세번째 KBS교향악단과의 내한 무대는 2022년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배 히나 마에다와 두세대 위의 나이 터울상 일본 여류바이올린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를 제공했다는 점에 남다른 비중과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슈만적 주제선율과 4악장에서의 팀파니의 연타 부각

슈만의 교향곡 제2번의 역대 레퍼런스들은 푸르트벵글러가 빈필을 지휘한 1951년 녹음을 위시해 화려한 녹음들을 망라하는데 한국에서 많이 연주가 안되었다는 마리오 벤자고의 지적에도 불구, KBS교향악단은 슈만 교향곡 제2번이 독일 출신 거장들의 명연이 즐비한 가운데 슈만적 주제선율과 4악장에서의 팀파니의 연타등 동시대 작곡가들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슈만적 구조를 부각시키는 연주를 들려줬다.

슈베르트의 피에라브라스 서곡 D.796이나 버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 Sz.112의 연주곡으로 통상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제쳐두고 KBS교향악단이 위의 두 레퍼토리들을 무대에 올린 것을 보고서 슈베르트 오페라들에 대한 열성적 팬이라거나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이 매우 온화한 반면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이 곡에서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매우 고난도의 연주곡이라는 KBS교향악단 타악기 연주자 Matthew Ernster와 유투브 대담 인터뷰에서 지휘자 벤자고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12월의 대망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연주를 앞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들을 무대에 올리는 KBS교향악단의 이런 선곡 안목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직전의 지난 1027일의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도 11월에 계속 이어진 베를린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라이프치히 게반트오케스트라, 뮌헨필등 기라성같은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속에서 국내 교향악단에게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중마의 행렬에서 KBS교향악단이 주목받을 만한 요인으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슈트라우스나 시벨리우스 연주곡 대신 잘 접할 수 없었던 월튼의 교향곡 제1번으로 이런 중마의 함성을 올렸던 까닭으로 볼 수 있다.

보통 클래식 고어들에게 교향곡 제1번 하면, 베토벤과 브람스, 브루크너와 말러,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1번을 많이 떠올리기 쉽다. 윌톤의 곡이라면 그나마 지난해 2022교향악축제에서 월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관객들이 접했고 최근 대전시향이 지난해 7월중순 월톤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린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서울시향이 유럽투어를 앞두고 열린 프리 콘서트에서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협연한 윌리엄 월톤의 첼로협주곡이 첼리스트가 고음악을 전공한 탓에 고음악적 분위기의 연주를 들려줬다는 관객들의 평이 잇따랐던 기억이 있다.

월톤의 교향곡 제1번 역시 1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의 교향곡이라는 평을 받았고, 엄청난 금관과 4악장의 화려한 푸가 기법이 돋보이는 것으로 회자되온 교향곡. 월튼이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자주 연주되지는 않던 차에 지난번 1027KBS교향악단의 직전 정기연주회에서 피에타리 잉키넨이 클래식 매니아들에게 잘 연주되지 않던 월튼 교향곡 1번의 연주로 포디엄에 선 것은 KBS교향악단도 뭔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몸부림으로 보였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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