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 쓰나미에 위기감과 자극받은 무대”

121()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올해 10월과 11월 국내 클래식 무대를 휩쓸고 간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 쓰나미가 서울시향 같은 국내 간판 오케스트라들에게도 상당한 자극과 긴장을 주었나 보다.

루틴한 연주곡들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베토벤 삼중협주곡이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연주가 30대 미만의 바이올린의 김동현, 첼로의 한재민, 피아노의 김수연등 신진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풋풋함이나 전 서울시향 부지휘자였던 윌슨 응의 소감대로 매우 익사이팅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으로 관객에게 깊은 감흥과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특별성있는 서울시향 연주의 또 한페이지를 작성했다.

사실 121일 주말의 2023년 마지막 올해의 한달을 앞두고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서울시향 공연은 한해를 마감해야 하는 마음바쁜 한달이기도 하고 이날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최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대항마로 급부상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정명훈 지휘 뮌헨필 공연의 매진공연과 겹쳐 공연장에 얼마나 관객이 입장할 지는 점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왠걸 예술의 전당 로비부터 외국교향악단의 내한공연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북적북적거리는 관객들의 술렁거림과 웅성거림이 에사롭지 않아 콘서트홀 안엘 들어가니 서울시향의 만만치않은 탄탄한 관객흡인력에 외국 교향악단들의 연주력에 꿀리지않을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를 체감하러 오는 관객들이 많구나 하는 감회를 안게 됐다.

지난 두어달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러시 쓰나미에 위기감을 비껴가지 않은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매우 익사이팅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지난 두어달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러시 쓰나미에 위기감을 비껴가지 않은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매우 익사이팅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깊이있는 연륜의 베토벤 삼중협주곡이라기보다 풋풋함 안겨

예전 201596일 일요일 오후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던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제6회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로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출연한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감상한 적이 있다.

<정명훈 파크콘서트>1부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던 신지아와 함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를 꾸몄었다.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은 거의 첼로협주곡이라고 해도 될 만큼 첼로의 역할이 큰 반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에선 미샤 마이스키의 깊이있는 연륜의 첼로 선율과 중심축을 잡으며 오랜 연륜의 선율을 풀어내는 미샤 마이스키 연주가 인상적으로 꼽을 만 했다. 그렇치만 역시 야외콘서트의 응집효과가 다소 부족해 음악적 감동을 전했다기 보다 소슬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초가을의 일요일 저녁을 야외콘서트에서 즐겼다는데서 위안을 찾아야 할 듯 싶었던 기억을 안고 있다.

올해의 얍 판 츠베덴 베토벤 삼중협주곡은 만 24세의 바이올린 김동현, 17세의 첼로 한재민, 29세의 피아노 김수연의 순수 국내의 신진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돼 과거의 관록있는 연주자들의 깊이있는 음향과 연륜을 체험케했다기 보다 거침없는 MZ세대 연주자들의 풋풋함을 안겨준 삼중협주곡이라 할 만 했다. 첼로의 한재민이 과감한 연주의 무대체질답게 중심축을 잡는 듯 했으나 아무래도 연륜이 많은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삼중협주곡의 리더역할을 이끌어 간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예전 정명훈의 야외 파크콘서트에서의 베토벤 삼중협주곡이 야외 파크에서 멍석을 깔고 앉거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듣는 파크콘서트이다 보니 국내에서 그해 6회째를 맞은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는 전반부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에선 다소 음향상의 불안정이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에 반해 올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삼중협주곡은 2악장 폭넓게 느리게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함께 연주하며 피아노가 이를 받쳐주고 다음 악장으로 쉼없이 이어지는 삼중협주곡의 어쿠스틱에 힘입은 사운드 효과가 인상깊어 아니나 다를까 베토벤 삼중협주곡 연주후에 전례없는 괴력(怪力)의 관객의 반응등 객석에서의 호응이 꽤나 뜨거웠다.

야외무대에서의 음향조건은 애초부터 예술의 전당등의 콘서트홀에서의 음향조건과 비교될 수가 없을 만큼 사운드가 응집되지 못하며 퍼져나가는 악조건을 안고 있다. 8년전 올림픽 공원 야외 파크에서의 음향조건 역시 처음부터 소리가 뚱하게 울리는 단점을 노출하며 시작됐는데 이런 악조건의 음향은 이날 2부에서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합창에선 문제가 안될 정도로 짙은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의 농도와 연주 분위기가 연출됐다.

연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 콘서트로 매년 열리는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의 연주가 기다려진다는 관객들의 코멘트가 야외 파크를 나오는 여기저기서 들려 이날의 합창의 열기가 관객들에게도 야외에서 듣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새로움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 올해 서울시향의 마지막 공연으로 남은 1221-22(-)의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합창교향곡은 어떤 해석을 낳게 될지 사못 기대된다.

이날 후반부의 서울시향의 연주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역시 루틴한 대중적 곡으로 비쳐질 이 곡을 어떻게 서울시향이 특벌성있는 연주곡으로 바꿔놀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쏠렸다. 서곡연주등 다채로움이 없이 오롯이 교향곡 연주로만 채운 지난달의 2023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때도 그랬지만 이번 연주회에서도 다채로움보다는 협주곡과 교향곡으로만 레퍼토리들을 편성, 교향악단의 진검 연주실력을 검증받겠다는 신임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의지의 표현이 읽혀진다.

“Very exciting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으로 관객 열광

전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재직했던 윌슨 응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의 감상을 묻는 질문에 역경을 헤치고 승리로 나가는 과정이 very exciting했다고 평했는데 이와 연관지어 개인적으로 역시 차이콥스키 후기 교향곡 4,5,6번의 정점을 결말짓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연주에 대한 예전 영국 BBC프롬스에서의 연주의 감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되살아왔다.

사실 9년전 2014828일 새벽에 중계된 서울시향의 BBC프롬스 연주는 '바다'의 색채의 향연, 생황의 동양적 신비감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의 업그레이된 음색이 절묘히 어우러진 공연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동양적 신비감이 런던 로열 앨버트홀을 휘감싼 생황협주곡 슈의 전반부와 눈을 감고 듣노라면 영미 일류악단의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차이콥스키의 긴장감을 더한 교향곡 6번 비창, 그리고 어느새 서울시향의 주특기 연주가 된 드뷔시 '바다'가 본토 무대에서 서울시향이 역대 그 어느때 없었던 인상적 연주로 주목을 받은 무대였었다. 한국 시간 28일 새벽 330(런던시간 827일 저녁 730) BBC 라디오3의 놀랍도록 생생한 음향으로 중계된 서울시향의 BBC 프롬스 데뷔연주는 서울시향 유럽투어의 화룡첨정으로서 큰 물에서 놀아봐야 사람이나 연주단체가 훌쩍 커진다는 것을 입증시킨 무대여서 무대가 무대이니만큼 바짝 긴장하며 최고의 연주를 해야겠다는 단원들의 무대비중에 대한 남다른 각오가 화면으론 볼 수 없었지만 음향으로 생생히 느껴졌었다.

마찬가지로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의 베를린필과 빈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등 기라성같은 연주악단들에 꿀리지 않겠다는 서울시향 연주자들의 마음가짐이 발현되지 않았나 싶어 단원들의 결의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때문에 지난 10월과 11월 국내 클래식 무대를 휩쓸고 간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 러시 쓰나미는 국내 교향악계를 위해서는 역기능보다 위기감의 고조등 자극과 긴장감을 주었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더 많았다고 보여진다.

지난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연주무대에서도 그랬지만 내년부터 서울시향 포디엄에 정식 등판하게 될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 역시 처녀 지휘무대를 접하듯 긴장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엿보게 함은 무대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국내 교향악단들의 루틴하게 타성에 젖은 연주로는 이제 외국교향악단의 잇따른 고급 연주회로 감상의 귀가 높아진 국내 클래식 관객들을 그냥 덩그런히 정기연주회 무대만 열어서는 클래식 관객들을 콘서트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그런 익사이팅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연주무대를 이끌어냈던 것 같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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