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283조원 증가…대출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 커져
전년 동기 대비 9월 연체율 0.49%…1월~10월 법인 파산 신청 66.8% 증가
은행 대출태도 지수 -6…중소기업 자금난 우려

한국 기업 부채·부도 증가 속도 모두 '세계 2위'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한국 기업 부채·부도 증가 속도 모두 '세계 2위'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고금리, 고물가 등 대내외 악재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998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말보다 3조8000억 원 늘어난 998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올해 10월 말 수치를 코로나19 사태 전인 4년 전(2019년 10월 말)과 비교하면 283조 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그 이전 4년간의 증가액의(155조 원) 두 배에 가깝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9월 말 423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금융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이미 1400조 원을 넘었다.

대출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1년 넘게 평균 5%대로 유지되는 고금리와 함께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경기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62.1%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만 해도 이 비중은 3.0%에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사상 최대…연체율·파산 신청도 증가세 / 표 = 한국은행 제공
중소기업 대출 잔액 사상 최대…연체율·파산 신청도 증가세 / 표 = 한국은행 제공

코로나19 사태 피해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고전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법인 파산 신청도 올해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중소기업 파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생신청을 선택하기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가 2021년 3572개로 14.8% 증가했다. 은행권이 매년 신용공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부실징후 중소기업의 수는 지난해 기준 183곳으로 전년 대비 26개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를 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다시 음수(-)를 기록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금융기관 대출태도 등을 평가해 100과 -100 사이의 지수를 산출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음수로 나오면 은행이 전반적으로는 대출태도를 강화하리라는 것을 뜻한다.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대기업(0)보다 낮다.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 기능이 대기업에 비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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