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앙상블 꿈꿔”

126()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0228월초 창단연주회를 가졌던 고잉홈프로젝트가 올해 8월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두 번째 시즌 2탄 연주이후 베토벤 전곡시리즈 I 교향곡들의 연주로 다시 관객품으로 돌아왔다.

베토벤 교향곡 제 1,2,3번을 연주한 이번 무대는 고잉홈 프로젝트의 양면성을 다 보여준 무대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 즉 어디 무언가에 얾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한쪽 측면과 지휘자의 구심점이 없는 앙상블의 노정등 양면성을 보여준 것으로 느껴졌다.

지휘자의 대타형태인 play-direct를 맡은 오케스트라 리더 스베틀린 루세브의 재치 있는 큰 발걸음 쿵쿵과 함께 합을 맞추며 시작된 베토벤 교향곡 3!의 연주 시발을 알린 것은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이런 자유로움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질 만 했다. 반면 베토벤 교향곡 1번 연주의 출발은 지휘자의 구심점이 없는 앙상블을 노정하는 것으로 내게 다가와 역시나 조금은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필요한 느낌을 주기는 했다는 다수 클래식애호가들의 의견들에 경청하게 된다.

그럼에도 왜 베토벤 교향곡 연주인가? 베토벤이 남긴 아홉 개의 교향곡은 클래식의 정점 그 자체라고 할만한 작품들이며 파격적인 두차례의 시즌으로 그 시작을 알린 고잉홈프로젝트는 이제 이 작품들로 관객 여러분과 고전의 진정한 가치를 논하고 싶다는 배경에서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시리즈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혁신을 망라했던 베토벤, 대담한 주체성과 자유에의 추구를 최대 가치로 삼았던 베토벤이야말로 고잉홈프로젝트의 예술적 이상이기에, 이 전곡 시리즈는 저희에게 무엇보다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얘기다. 또한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세계인을 한자리에 모으는 악단으로서 만인이 하나됨을 노래하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완성과 초연 2024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 2024년을 잊지않고 기념하고 싶었다는 것이 고잉홈프로젝트측의 설명이다.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시리즈의 개시는 자유로움과 구심점 없는 앙상블의 노정등 양면성을 보여 이런 앙상블의 보완등이 향후 베토벤 전곡시리즈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다. (사진 고잉홈 프로젝트 사무국)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시리즈의 개시는 자유로움과 구심점 없는 앙상블의 노정등 양면성을 보여 이런 앙상블의 보완등이 향후 베토벤 전곡시리즈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다. (사진 고잉홈 프로젝트 사무국)

자유로움과 구심점 없는 앙상블의 노정등 양면성

베토벤 교향곡 전곡시리즈의 기치로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리턴 무대는 새로운 시대의 앙상블을 꿈꾸는 무대를 제시한 관점에서 2022년과 2023년 무대를 내게 회고케하는 연주회인 점에서 우선 의미를 찾고 싶다.

2022730일부터 84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The Going Home Week' 연주의 특징은 자율성과 자유로움으로 꼽고 싶은 연주회였다. 지휘자의 지휘에 좌지우지되는 통상적 연주회 형태가 아니라 또 당분간은 음악감독, 상임지휘자, 솔리스트등 특정음악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오케스트라 각 자리에 앉은 음악가들이 모두 주목받고 함께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연주회 형태를 지향한 것이다.

1년반 전에 필자가 쓴 기사를 소추해보면 이는 전체 연주단원 명단에서 몇몇만 들어봐도 각 자리에 앉은 음악가들이 모두 주목받는 연주가들로 채워진 개성강한 면면의 면모임을 알 수 있다. 바이올린의 스베틀린 루세브를 위시해서 플로린 일리에스쿠(HR Symphonie Orchestra), 비올라의 헝웨이 황(Vancouver Symphony), 김두민 (formerly at Duesseldorfer Symphoniker), 플루트의 조성현(formerly at Guerzenich Orchester Koeln), 오보에의 함경(West Australian Symphony Orchestra), 클라리넷 조인혁(Metropolitan Opera Orchestra), 바순 유성권(Rundfunk-Sinfonieorchester Berlin), 호른 김홍박(Oslo-Filharmonien), 트럼펫의 알렉상드르 바티(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등 자신들이 속한 연주단체들의 한창 정규시즌이라면 한국의 한자리 연주회장에서 모일 수 없을 법한 연주자들이 모여 개성을 뽐낸 것이다.

그래서 일견 페스티벌 기간 잠깐 모이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 성격의 앙상블의 한계도 노정한 것이 엿보이기도 했으나 자율성과 자유로움의 연주가 만발(萬發)했던 것 또한 사실로 새로운 시대의 앙상블로 클래식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4개월전 올해의 두 번째 시즌 2023년의 고잉홈 프로젝트 무대는 8월초 예년같지 않은 폭염속에 2023 Going Home Project 여름음악축제가 휴가를 떠나지 못한 서울의 클래식 애호가들의 피서를 책임졌던 연주회로 기억된다.

사실 그 유명한 영국 런던의 BBC프롬스나 루체른페스티벌, 브레겐즈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등 유럽의 유명 여름음악축제를 국내 관객들이 찾기에는 여기에 수반돼야할 여행경비, 항공비, 호텔체재비에다 또 이들 여행기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직장인들로서는 물적경비와 시간확보등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음악애호가들에게 조차 유럽 여름음악축제 방문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기 쉽다.

이런 해외 유럽의 여름음악축제를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고잉홈 프로젝트와 평창대관령음악제등 국내 클래식 여름음악축제들이 대신 국내에서의 음악축제를 통해 음악애호가들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들은 롯데콘서트 레볼루션 2023과 예술의 전당 여름음악축제등도 줄지어 관객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으니 유럽의 여름음악축제를 가지 못하는 대타 무대로 삼아봄직도 하다고 필자는 적은 바 있다.

작곡가별 탐구시리즈로 본격 전환

롯데콘서트홀 로비를 북적이게 하며 뜨거웠던 관객의 열기에 대해 고잉홈 프로젝트 연주자들은 젊음이 넘치는 활력의 연주로 화답, 필자는 어쩌다가 올해 81-3일 사흘에 걸친 고잉홈 프로젝트 전 공연을 다 감상하게 됐는데 같은 시기에 겹쳐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흡사 축소판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고잉홈 프로젝트가 해외교향악단등에 많이 나가 진출해있는 우리 연주자들의 흡사 국내 무대로의 귀환 고잉홈 연주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실질적 주체가 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감독이었던 손열음과 바이올린 스베틀린 루세브의 기획과 playdirect등에 많이 영향받고 있는 것울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흘의 공연이 끝나자 평창대관령음악제처럼 2주간 공연의 기획을 중앙 무대에서 해도 괜찮을 만큼 서울에서 열리는 고잉홈 프로젝트 여름음악축제가 좀더 연주날짜를 늘려 확대돼 진정한 음악축제의 승자를 겨뤄보는 축제로 열려도 좋은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생각도 해봤을 만큼 3일간 고잉홈 프로젝트 연주내용이 알찼다.

이런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전곡시리즈 I을 가동한 것은 작곡가별 탐구시리즈로 본격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과 함께 클래식 관객들로부터 대장정의 관심을 받을 만 하다는 것을 적시하고 싶다. 진솔 지휘자가 이끄는 말러리안처럼 차후에는 말러, 브루크너 교향곡등으로 전곡시리즈 연주회를 확대할 대장정의 시발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하지만 앙상블의 구심점등 고민해봐야 할 부문도 보완해야 할 듯 싶다. 지난 11월 한달 서울의 클래식 무대를 휩쓸고 간 외국교향악단들의 연쇄 내한러시 공연탓에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역시 객석의 관객흡인력등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와중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시리즈 같은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해보려는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시도는 상당히 적절해보인다.

베토벤 인생 최초의 교향곡인 1번 교향곡, 청력 상실과 처음으로 맞닥뜨린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써내려간 2번 교향곡, 스스로와 음악 역사를 뒤흔든 3, 베토벤 '영웅' 교향곡. 특히 이날 연주회에서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2번의 3악장 Scherzo: Allegro에서 관악기와 현악기가 민담을 나누듯 주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베토벤식 농담으로 가득차 있던 연주나 오케스트라 리더 스베틀린 루세브의 재치 있는 큰 발걸음 쿵쿵과 함께 합을 맞추며 시작된 베토벤 교향곡 3!의 연주등은 관객들에게 보다 강렬한 울림의 사운드를 주려는 의도에서 전 연주자가 기립연주를 선택, 마치 10여년전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연주가 많은 클래식관객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압권의 연주였듯 지난 시간동안 셀수없이 많은 연주와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하더라도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또다른 하나의 세계와 같은 큰 음악적 의의를 낳은 연주회로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만한 연주회였다.

한 곡 한 곡이 각기 다른 세계와도 같은 베토벤의 아홉 개의 교향곡. 그중에서도 이 첫 세 작품이야말로 이립(而立)에 갓 접어드는 그의 뜨거웠던 날들을 그대로 담고 있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곡이기에 한 공연에 모두 담았다는 것이 고잉홈프로젝트측의 얘기인데 젊은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한 고잉홈프로젝트 다운 패기넘친 선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내년 712일과 14일 이틀간 펼치게 될 베토벤 교향곡 전곡시리즈가 주목된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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