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라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각 속에 얼굴 모습을 그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던가요? 그 옛날 '피그말리온'은 그의 지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상아 조각상 여인과의 사랑도 이룸 받았건만 살아 숨쉬는 인연도 이루지 못하는 사연은 어디에다 호소해야 하나요.

지성이 모자랐나요? 사랑이 부족해서인가요? 아니면 업보(業報)로 인한 '아프로디테'의 저주일까요?

오늘도 그대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생각 속의 형상을 끄집어내어 붙들어 봅니다. 그러나 붙들려 하면 할수록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와 내 충혈된 눈가를 맴돌다 사라져가는 야속한 얼굴입니다.

프랑스 화가 ‘장 레온 제롬(Jean Leon Gerome)'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자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아' 에게 감격적인 첫 키스를 하는 모습  
프랑스 화가 ‘장 레온 제롬(Jean Leon Gerome)'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자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아' 에게 감격적인 첫 키스를 하는 모습  

그리스 신화에 보면 참으로 흥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키프로스(Cypros)’에 ‘피그말리온(Pigmalion)’이라는 조각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신만의 이상형 여인을 상아(象牙)로 조각해 놓고 '갈라테아(Galatea)‘라는 이름을 지어 불렀습니다. 그런데 정작 조각을 완성해 놓고 보니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결국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이 상아의 조각상 갈라테아와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는 꽃을 꺾어 손에 쥐어주기도 하고 화려한 의상과 온갖 장식품으로 치장을 해주는가 하면 심지어는 현실 속의 애인에게처럼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랑, 반응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피그말리온은 어느 날 미(美)와 사랑과 다산(多産)의 여신(女神)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신전(神殿)을 찾아가 갈라테아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그녀에게 생명을 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이렇게 실현될 수 없는 소원을 빌고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슬픔에 젖어 그 조각상을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런데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차디찬 조각상에서 온기(溫氣)와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고 입을 맞추니얼굴빛이 붉어지며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진정한 사랑에 감동을 받고 그 조각의 여인상을 살아있는 생명체의 여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감격하여 갈라테아에게 청혼을 하였고 마침내 결혼을 한 두 사람은 '파포스(Paphos)'라는 딸을 낳았다는 설화(說話)입니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이말은 원래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인데 '피그말리온의 설화'를 가지고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나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다" 즉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긍정적 기대나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지닌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는 1968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가 처음 사용했는데 그는 이 이론을 시험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성공을 기대하면 대부분 성공하고 실패를 예측하면 거의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엇인가에 대한 또는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기대나 긍정적인 예측이 대부분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인 것입니다. 

바라는 것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버리지 말고 노력해 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반드시 [피그말리온 효과]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작곡가 '장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의 발레 오페라 <피그말리온(Pygmalion)>을 소개합니다.

비교적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의 작곡가인 ‘라모’는 1683년에 출생한  바로크 시대 말기 프랑스 작곡가로 1685년에 태어난 ‘바하(Johann  Sebastian Bach)’나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과 동시대의 음악가 입니다.

지금은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 음악 작곡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음악 이론가와 오페라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그가 작곡한 오페라 작품들의 탁월함은 당시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우리 시대의 오르페우스(Orpheus)‘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註,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유시인이자 리라(Lyra)의 명수로 그의 노래와 리라 연주는 초목과 짐승들까지도 감동시켰다고 하는 전설적 음악가이다]

그의 가장 성공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Hippolyte et Aricie)’에 대하여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앙드레 캉프라(André Campra)'는 "이 작품에는 오페라 10개라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음악이 있다. 이 사람은 우리 모두를 능가하는 음악가일 것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바로크 시대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립 라모(1683~1764)‘
바로크 시대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립 라모(1683~1764)‘

그런데 그의 수많은 오페라 작품들 중에서 1748년에 작곡한 특별한 오페라가 있는데 이 작품이 바로 <피그말리온>입니다. 

이 곡은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을 발레 오페라 형식으로 만든 '라모'의 대표작으로 불과 8일 만에 작곡하여 내놓은 걸작입니다. 또한 라모의 오페라들은 대부분 긴 작품들이지만 이 오페라는 짧고 단순한 규모의 단막 오페라로 작곡되어 있습니다. 

이 피그말리온의 설화는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음악극에서 사랑받는 소재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라모의 오페라는 물론 20세기 '죠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피그말리온을 번안하여 만든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의 뮤지컬(Musical) '마이 페어 레디(My Fair Lady)’에 이르기까지 80여 곡의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마도 인간에게는 피그말리온의 기적을 원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발레 오페라는 서곡과 모두 4개의 장면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서곡(Overture)을 네델란드 출신 고(古)음악의 거장인 '구스타프 레온하르트(Gustav Leonhardt)‘의 지휘와 바로크 오케스트라인 '라 프티트 방드(La Petite Bande)’의 2010년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뮤직 페스티벌'에서의 실황 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 

 

Jean-Philippe Rameau, Ballet Opera Overture, Gustav Leonhardt Cond., La Petite Bande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있는 아주 작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매년 음악제가 열리는데 이름하여 엑상프로방스 뮤직 페스티벌이라 합니다. 

이 엑상프로방스는 근대 회화(繪畵)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Paul Ce'zanne)’의 고향으로, 이곳에서 그의 유명한 그림 '생트 빅투아르 산(Mont. Sainte-Victorie)‘의 실제 산(山)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폴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 1904~1906년 작품,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폴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 1904~1906년 작품,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아름다운 생트 빅투아르 산이 바라보이는 엑상프로방스 뮤직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지는 오페라 <피그말리온> 서곡을 들으며 [피그말리온 효과] 즉,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기적적인 체험을 기대해 봅니다.

개인의 소원은 물론 세계 최상의 선진 강국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 겨레의 염원까지도.....

 

강인

 

 

예술비평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대표 
국민의힘 국가정책 자문위원(문화)

 

문화뉴스 / 강인 colin15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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