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올해의 마스터즈 시리즈 II의 정점”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II-1215()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국내외적으로 협주곡 전곡연주회가 유행인 가운데 러시아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Nikolai Lugansky)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로 KBS교향악단 올해의 마스터즈 시리즈 II의 정점을 찍었다.

1217일 일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21년 부조니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인천시향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곡을 지휘자 이병욱과 마라톤 완주한 가운데 장장 무려 네시간이나 되는 연주시간으로 길어지다보니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는 연주자나 관객 모두에게 연주와 감상 모두 도전과 동시에 시간적으로 지치도록 하는 여건등 만만치않은 상당한 지구력을 요함을 보여줬다.

반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는 국내에서 밀레니엄심포니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지난 9월 시도한 적이 있고 국외 무대에서는 유자 왕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과 지난 128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4곡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랍소디까지 모두 5곡을 하룻밤 공연에 소화하는 연주를 펼쳐 유자 왕은 마지막 곡인 3번 협주곡의 절정이 끝날 때까지 얼굴도 음악도 차분하고 눈부셨다는 뉴욕타임즈의 평을 받은 바 있다.

2023KBS교항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는 지난 4월 상반기의 마렉 야노프스키(Marek Janowski)의 베토벤& 브람스 공연과 하반기인 1213일과 1215일의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라흐마니노프 전곡 연주의 세 번 공연으로 지난해 2022년에 비해 공연숫자는 적었지만 중량감있는 연주의 비중면에서 대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내년도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는 어떨게 될까 기대를 모으게 한다. KBS교향악단은 최근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엄선(嚴選)한 특색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안정된 연주력을 선보여왔는데 음악적으로 정점에 오른 두 명의 마스터와 함께한 2023년 기획연주회는 서곡-협주곡-교향곡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전곡 교향곡, 전곡 협주곡으로 구성,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루간스키는 비루투오소적 감동을 이어갈 여러 협주곡의 ‘산맥’을 일궈내 근자 KBS교향악단 공연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무대를 연출해냈다. (사진은 큰 스케일의 지휘를 펼쳐보인 같은 러시아 출신의 스타니슬라프 코자놉스키(Stanislav Kochanovsky와의 리허설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장면. KBS교향악단 사진제공)
루간스키는 비루투오소적 감동을 이어갈 여러 협주곡의 ‘산맥’을 일궈내 근자 KBS교향악단 공연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무대를 연출해냈다. (사진은 큰 스케일의 지휘를 펼쳐보인 같은 러시아 출신의 스타니슬라프 코자놉스키(Stanislav Kochanovsky와의 리허설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장면. KBS교향악단 사진제공)

루간스키, 비루투오소적 감동 이어갈 여러 협주곡의 산맥일궈내

대중들에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오늘날의 비르투오시티를 앞세우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라흐마니노프의 이곡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이나 브람스 협주곡 2번과 함께 통과의례 같은 곡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서 그런지 이곡은 사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근 조성진의 대항마로 급부상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우승한 협연곡이기도 해서 루간스키가 이틀간에 걸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의 밤에 마지막 곡으로 낙점한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에 클래식 애호가 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루간스키의 연주에 많은 기립박수도 쏟아지는등 관객의 환호는 근자 KBS교향악단의 어느 공연보다 뜨거웠지만 비루투오시티적 면을 부각시킨 루간스키의 연주 스타일탓에 또 모국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파가니니-루간스키의 스탠다드 절대기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들려준 것 같아 미국의 여류지휘자 마린 알솝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국내 음악애호가들과 같은 동국인(同國人)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감격의 감흥은 주입되지 않았던 느낌이다. 사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승에서 43분여동안 임윤찬의 연주는 그야말로 감동과 흥분의 최고의 공연이자 드라마로서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물론 아마추어가 보고 듣더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온몸으로 빨려드는 감동의 서사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루간스키는 KBS교향악단과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두 번째 날의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4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묻힌 곡으로 연주 빈도도 높지 않은 첫 번째 곡의 무대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4번의 연주로 유독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인기가 높은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마스터스(Masters) 작곡가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했다. 그의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로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그의 예술세계에 녹아있는 댜채롭고 이색적인 색채를 펼쳐낸 루간스키는 음악사에서 마스터가 기교의 정점을 찍고 완벽한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관점을 제공하는 위인이라는 사실을 KBS교향악단의 매니아 관객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 것 만으로도 이번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스 시리즈II의 공연의미는 충분히 보상 받을 만한 공연이었다고 본다. 첫날인 1213일의 KBS교향악단과의 루간스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대에 대해 블로거들은 피아노협주곡 제1번 무대에 대해 강약조절과 섬세한 표현까지 정말 돋보였고 특히 악장마다 나오는 카덴차는 정말 아름다웠으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은 강력한 타건을 보여주면서도 세밀한 강약조절로 중요음과 낮게 깔리는 음의 대조가 돋보였다는 평들을 내놨다.

루간스키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대에서 내 이목을 끌었던 놓쳐선 안될 또하나의 중요포인트는 큰 스케일의 지휘를 펼쳐보인 스타니슬라프 코차놉스키(Stanislav Kochanovsky)와의 호흡이었는데 러시아 출신의 가장 유망한 젊은 지휘자로 손꼽히는 스타니슬라프는 유럽무대에서도 이미 루간스키와 많은 협연무대를 만들어와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서울무대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의 성공무대가 되도록 하는데 보이지 않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비루투오시티 부각됐으나 동국인 연주의 감성은 없었던 아쉬웠던 대목

서곡-협주곡-교향곡으로 구성된 교향악단의 형식이 아닌, 지휘자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교향곡만으로 음악의 봉우리를 만들거나 협연자의 비루투오소적 감동을 이어갈 수 있는 여러 협주곡의 산맥을 일궈낸 루간스키의 이번 KBS교향악단과의 라흐마니노프 두차례 피아노협주곡 연주회는 연초에 뉴욕에서 있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유자 왕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못지않은 비중있는 무대를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연출해 냈다는데 연말 클래식공연계의 큰 의의가 있다.

이런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스 시리즈 II가 중량감있게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한데에는 올해 상반기 지난 4월에 80대 중반의 마렉 야노프스키가 독일 정통 음악의 위대한 거장으로 손꼽히는 까닭에 그가 지휘한 베토벤과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대비된 연주회가 올해 펼쳐진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스 시리즈가 중량감을 갖게 만드는데 결정적 단초가 됐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부터 독일 정통 레퍼토리 지휘에 힘을 쏟은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를 이끌어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5부의 대편성으로 짜여진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연주가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바순2, 호른2, 트럼펫2, 팀파니, 5부의 챔버적 텍스추어로 촘촘히 맞물려 들어가던 베토벤 교향곡 제2번 연주보다 관객의 더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사실 국내 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는 강남심포니나 심포니송등의 여타 연주단체들에서도 연중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2022KBS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가 클래식 고어들로부터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까닭은 기교에 정점을 찍은 마스터, 음악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관점’,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들이 협연자를 매개삼아 만나는 새로운 접점이 담긴 마스터즈 시리즈를 통해 관객들이 색다른 공연과 만나는 시간들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sters Series로 지난해 202254일 막심 벤게로프가 출연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A장조, K.219 “터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작품 64 연주 무대를 시작으로 69일에는 우에노 미치아키가 하이든과 루토스와브스키를 묵직하고도 현란한 현의 미학으로 잇는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제1C장조, 79일에는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1f단조 작품 120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선보이고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스코틀랜드를 지휘하는 일정, 98일에는 바딤 글루즈만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3G장조, K.216 및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77을 선보이는 등의 해외 저명 아티스트들로 채워져 달궈진 클래식 연주의 무대들을 KBS교향악단은 펼쳐 보였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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