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A씨, 30% 손실 발생…“고령자 투자 권유 유의상품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비상장주식 평가 기준 미비로 투자자 피해 우려
시가 파악도 안되는데 시가로 취득원가 평가
손실 100% 이여도 운용보고서에는 손실 0으로 나타나, 고객은 이마저도 알 수 없어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 고객은 손실 입어도 증권사는 손실 없어 여전히 판매 중인 증권사들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 고객은 손실 입어도 증권사는 손실 없어 여전히 판매 중인 증권사들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지난 21일 더리브스의 취재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중국 드론 제조사 DJI의 비상장주식신탁 상품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고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고객 동의 없이 주식을 매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해당 고객 A씨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고객 A씨는 신한투자증권 P지점 부장 B씨를 통해 해당 상품에 가입했으며, B씨가 중요 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3년 후 DJI가 상장 시 매각 대금을 받고, 비상장 시에도 원금 및 이자 8%를 보장받는다는 설명을 들어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계약서에는 만기 3년이 아니며, 최대 2년까지 매각 연기가 가능하고, 연환산수익이 8%를 초과할 경우에만 원금 및 이자 보장이 적용되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에 더해, A씨는 계약서를 받고 나서야 상품이 초위험 1등급으로 분류되며 고령자에게는 투자 권유 유의상품임을 알게 되었고, 이미 30%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신한투자증권이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해당 상품은 중간 운용사를 통해 관리되고 있었으며 가입자의 동의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거나 계속 보유할 수도 있었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팔아치웠다고 주장했다.

비상장주식은 증권거래소 상장 전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 상장이 임박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상장 후 큰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신탁과 연결한 상품이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3년 만기로 출시되며 원금 초과 손실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또한 장외 시장에서 개인 간에 거래하다 보니 투자자로서는 시세 파악이 어려운데 금융 당국의 기준도 미비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비상장 자산을 편입하는 펀드의 공정가액 평가 기준을 마련했지만, 신탁에는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 주식 평가에 대한 특정 기준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원금 손실률은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 관련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들은 시가를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시가)이 있는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금전이 오가는 게 아니다보니 비상장주식의 한 주 가치를 매겨야 거래할 수 있다. 장부가액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소기업은 장부가를 활용할 순 있겠지만, 개인이 들고 있는 비상장주식은 장부가 없어 가액을 따로 책정해야 한다. 당사자가 합의해 평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취득원가로 시가를 평가하면 실제는 원금이 100% 손실 나더라도 투자자가 받아보는 운용보고서에는 0으로 기재된다. 

취득원가로 평가한 시가를 그대로 반영하다 보니 운용보고서에 기재되는 손익은 실제와 다른데, 금융사는 이와 같은 운용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자에 보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산 운용을 금융사에 일임하고 운용보고서에만 의존하는 투자자의 경우 오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장주식 종목이 100% 편입된 신탁 상품에 투자한 C씨 계좌를 보면 투자원금(약 10억원)에서 수수료(2%)와 각종 비용을 제한 9억7000만여 원이 계좌에 찍혀 있었다. 실제 수익이나 손실은 계좌 정보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주기적으로 오는 운용보고서를 살펴봐도 원금 손실률은 0%로 나온다.

계좌 잔액 증명서에도 수수료를 제한 원금이 그대로 표시돼 투자한 상품이 수익을 내고 있는지, 손실을 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상품을 해지할 때는 확정 손실분을 제한 금액만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비상장주식 종목에서 손실이 나도 피해는 없다. 선취 수수료로 투자자의 최초 순자산(AUM)에서 약 2%를 먼저 떼가기 때문이다. 여타 상품은 손익에 따라 수수료를 연동한다. 하지만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은 초기 투자비에서 수수료를 먼저 뗀다. 손실 여부를 떠나 증권사가 얻는 수익은 똑같다.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은 위험도가 높아 기본 1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구체적인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없어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꾸준히 판매 중이다. 또한 관련 제도가 없다 보니 증권사들이 스스로 손실 여부를 밝히는 사례도 드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의 경우 당국 차원에서 정한 기준은 없다”라며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에 책임 소재가 있어 보이는 경우 사례별로 검토하고 사후 처리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비상장주식 신탁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평가 기준을 만드는 등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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