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강경민 eurasianote123@gmail.com   

한반도에 매서운 겨울 바람이 찾아왔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는 이르면 9월 말부터 10월 중순이면 이미 겨울의 눈보라가 한 창 몰아치는 시기다.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해서는 따뜻한 겨울 음료만한 것이 없다. 홍차의 나라 튀르키예(터키)와 함께 차를 사랑하는 나라 러시아에서는 특히 겨울이면 뼈가 시릴 정도의 강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시는 아주 특별한 음료 라프(Раф)가있다. 라떼와 비슷하면서도 라떼 보다는 우유 향이 강하지 않고, 강한 크림 맛이 느껴지면서도 커피의 쌉사름한 끝 맛이 느껴지는, 특히 겨울이면 타타르스탄을 비롯한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사랑 받는 음료 “라프”(Раф, 영어로는 Raph Coffee)에 대해서 소개한다.

[눈 내리는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눈 내리는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커피숍 단골 손님 '라파엘 티메르바예프'(Рафаэль Тимербаев)의 주문에서 기원한 라프(Раф)

라프는 1996년에서 97년 사이, 커피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개인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러시아내 로컬 커피숍 체인점인 커피빈(Coffee Bean)을 매일같이 즐겨찾던 '라파엘 티메르바예프'(Рафаэль Тимербаев)은 어느날 커피빈의 바리스타에게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커피를 제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커피빈에서 활동했던 3명의 바리스타 '그레바 네베이킨(Глеб Невейкин), 아르톰 베레스토프(Артём Берестов), 가리나 사마히나(Галинa Самохинa)'는 커피의 맛을 살리면서도 그동안 어느 나라에도 선보인 적이 없는 커피를 만들고자, 커피와 바닐라 설탕을 활용해서 시도했으나 단골 고객이던 라파엘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요구했다. 

[커피빈 모스크바 // 출처: 커피빈 모스크바 coffeebean.ru]
[커피빈 모스크바 // 출처: 커피빈 모스크바 coffeebean.ru]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독특한 레시피와 맛의 라프(Раф) 
바리스타들은 우유 대신 10% 정도의 크림을 사용사기 시작했고,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가 모두 뒤섞이지 않도록 스팀 기계를 활용하여 크림을 휘젔는 방법을 시도한다. 이후 너도 나도 '라파엘처럼' 커피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밀려들었고, '라파엘처럼'의 이 겨울 음료는 어느덧 '라프'라는 하나의 커피 메뉴로 탄생, 이것이 바로 라프다. 라프의 맛이 입소문을 타고, 라프를 만든 바리스타들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으로 이동하면서 라프는 러시아어권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고 전해진다.

[라프(Раф)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라프(Раф)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바닐라 향과 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이 라프(Раф)의 매력

라프는 에스프레소 샷에 바닐라 설탕과 크림을 넣은 후 스팀 기계로 거품을 내어 만든다. 라떼는 우유를 사용하지만 라프는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들어가는 바닐라 설탕과 크림을 모두 커품을 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호에 따라서는 바닐라 시럽을 첨가한다.  독특한 레시피가 라프의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우유보다 지방이 많은 크림 덕분인지는 몰라도 라프를 처음 마셨을 때 받은 느낌은 음료 특유의 맛은 강하나 커피의 쓴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섞지 않고 기계로 휘저어주기 때문인가 싶다. 더불어 식감도 솜사탕을 먹듯 푹신푹신하다. 바닐라 향이 감싸는 부드러운 크림으 주는 맛의 즐거움도 라프의 매력. 아메리카노, 라떼, 카프치노와는 전혀 다른 맛을 볼 수 있는 라프의 맛은 복잡한 일상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했다.

[라프(Раф)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라프(Раф)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추운 겨울에는 라프(Раф)

영하 20도를 넘은 혹한에 불어오는 눈보라, 발목과 종아리까지 빠질 정도로 쌓인 눈으로 '너무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러시아의 겨울을 녹여주었던 라프(Раф). 첫눈이 내리는 9월 말에서 10월 중순이 되면 내가 사는 카잔도시 여러 지역 카페마다 라프의 바닐라향과 라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이 카페에 가득 찬다. 타타르스탄의 긴 겨울이 무작정 춥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라프의 뜨거움과 달달함 덕분일 것이다. 오늘은 2023년 12월 23일, 라프를 마시기 좋은 겨울의 오후다.

[눈 내리는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눈 내리는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 // 촬영: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м]

 

칼럼니스트 강경민 Канг Кён Мин (eurasianote123@gmail.com)

카잔연방대학교 국제관계대학 국제관계연구소, 박사수료 / 터키어 & 러시아어 통-번역가/ 터키 현대문학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를 번역했다. 현재 동대학 알타이-투르크-중앙아시아학과 소속으로 튀르크민족간의 민족언어와 러시아-튀르키예의 국제관계를 연구하며 때때로 인문사회 도서를 번역과 터키어 학습서를 지필 중이다. 7살된 턱시도 고양이 집사로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동물권리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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