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독창자 솔리스트들, 좌측 사선으로 배치해 현대적이고 정제된 합창사운드 이끌어"

1222()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츠베덴의 남다른 각오와 의욕 읽혀진 빠른 템포의 베토벤 합창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예기치못한 빠른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초반부터 들으면서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려는 신임 지휘자 츠베덴의 남다른 각오와 의욕이 읽혔다.

이는 이튿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하는 같은 프로그램의 연주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통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과 대비돼서 더욱 그랬다.

푸르트벵글러, 번스타인, 솔티 등 과거의 명지휘자들이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3악장 Adagio molto e cantabile20분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느리게 연주해 베토벤의 만년의 회한을 담아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는 평도 있는 만큼 빠른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관객에게 꽤 낮설었을 수도 있었으나 이렇게 현대적일 수도 있을 정제될 수도 있다니 하는 츠베덴식 해석이 신선했다고 높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주목해서 들었던 또 하나의 포인트는 최근 연말공연의 지휘를 맡았던 전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의 2021년 서울시향과의 송년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나 지난해 2022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대타로 나왔던 베토벤 교향곡 합창 지휘보다 본격 상임지휘자로 취임하게 될 츠베덴의 지휘포디엄에서의 지휘자의 비중이 어느해 봇지않게 남다르게 정상화되어 크게 되살아나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렇게 현대적이라니 할 정도의 빠르고 정제된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을 감상한 기분을 안고 롯데콘서트홀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에서 통상 무대전면과 맨 후방의 배치와 달리 좌측 사선으로 배치해 이목을 끈 서울시향의 2023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에서 통상 무대전면과 맨 후방의 배치와 달리 좌측 사선으로 배치해 이목을 끈 서울시향의 2023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연주장면. (사진 서울시향)

카멜레온 같은 악단의 유연한 연주 시야에 들어와

이날 서울시향은 다음날 KBS교향악단이 슈트라우스의 방랑자의 폭풍의 노래, 작품14’를 전반부에 연주한 것처럼 작곡가 신동훈의 그의 유령같은 고독위에서를 연주, 카멜레온 악단같이 유연하게 대처하는 악단의 연주가 우선 시야에 들어왔다.,

서울시향이 지난 6월하순 플레트네프와 선우예권 협연 공연에선 글라주노프의 쇼피니아나 발췌곡이나 차이코프스키 플레트네프 편곡 백조의 호수연주에서 마치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化現)한 것 같은 사운드를 보였다면 악단이 유령같은 고독을 들려주는 카멜레온 악단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는 것이 인상깊었던 까닭이다.

작곡가 신동훈의 그의 유령같은 고독위에서는 예이츠의 시 <1919>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첫 번째 악장에서 제시된 4개의 코드로 이루어진 화성 주제는 2,3,4 악장에서 변형되어 각기 다른 형태로 제시되며 예이츠가 시에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순환이라고 썼듯, 그 화성 주제를 토대로 조성과 무조성 그리고 선법의 체계를 넘나들며 유령같은 고독을 들려주는 사운드가 베토벤 교향곡 9합창에 앞서 연주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필자에게 공연전 츠베덴이 지휘할 올해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이 약간 빠른 템포로 진행될 것임을 귀뜸해주었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츠베덴이 2024년부터 상임지휘자로서의 바톤을 넘겨받으며 의욕적으로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각오를 한편으로 보여주었다면 이튿날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정통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연주가 오랜만에 정통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곡의 섬세한 디테일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는 지적등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얍 판 츠베덴이 제시한 이렇게 현대적이라니 하는 감을 마음에 품을 만큼 그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해석이 현대적 정제된 해석의 연주였다는 점에서 근자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연말에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연주의 새 전형으로 남을 것 같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2023년 서울시향 베토벤교향곡 제9번 합창의 연주는 뉴욕필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얍 판 츠베덴의 마에스트로서의 비중이 최근 몇 년간 대타로 연말 서울시향 합창을 지휘했던 전 부지휘자 윌슨 응이나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무대에서의 비중이 떨어지던 감을 상쇄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와 차별점을 갖는다.

이런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송년 합창지휘에서 지휘자의 비중이 중요하다고 보는 까닭은 예전의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역대 지휘 면면을 보더라도 2022년의 경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합창지휘는 정석에 가깝고 장식적인 것을 배제한 차분하고 순수했던 지휘여서 활화산 같은 고양(高陽)의 몰아치는 느낌은 없었다. 지난 2021년 역시 오스모 벤스케의 대타로 합창 지휘를 맡은 윌슨 응이 바톤을 책임진 20211217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2021 베토벤 합창교향곡 연주회에서도 지휘자도 이런 고양된 체험을 환희와 인류애를 통해 청중에게 전달키 위해선 오랜 구력(球歷)의 경험과 지휘경력이 농축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한 무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향 송년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포디엄의 비중이 큰 마에스트로 지휘자로의 전환은 내년부터 펼쳐질 얍 판 츠베덴의 지휘무대에 클래식 관객들이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마에스트로 비중 큰 상임지휘자로의 전환 돋보인 합창 무대

추가적으로 얍 판 츠베덴이 새롭게 해석한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연주는 빠른 템포의 현대적인 연주여서 빠르고 밝고 화사하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라 이튿날 KBS교향악단의 좀 어둡고 둔중한 연주와는 대비됐다.

둘째로는 마치 2002년 한일원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선수들이 기민하게 잘 대응했듯 웨인 린, 1바이올린의 문주영, 2 바이올린의 임가진, 오보에 이미성등 서울시향 연주자들의 일사분란한 기민한 대응이 엿보였다. 세 번째로 츠베덴은 과거 국내 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9합창연주시 통상 4명의 독창자 솔리스트들이 무대 전면이나 맨 후방에 배치됐던 관례를 깨고 이튿날 KBS교향악단이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을 같은 장소에 배치했듯 좌측 사선에 배치했는데 이런 신선한 시도도 이렇게 현대적이라니 하는 정제된 사운드를 낳는데 큰 한몫을 한 것 같다. 연말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통과의례 비슷하게 연주되는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의 새 표준을 제시한 것 같아 얍 판 츠베덴의 해석에 후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제9번의 연주는 2010년대 이후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왔을 만큼 좋은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20131227일에 있었던 정명훈 &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베토벤 '합창''합창'의 마지막 4악장 "환희여, 신의 찬란한 아름다움이여!"의 흥분된 코러스가 마무리되자 감격에 찬 관객의 브라보와 환호가 객석에서 열광적으로 쏟아져 나와 2015년 이반 피셔가 이끌었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의 서울무대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 마지막날 합창연주의 감격 못지않았다.

20161228일에 있었던 에센바흐 지휘의 서울시향 송년 합창교향곡은 그 어느 해 때보다 합창교향곡의 섬세하고 정결한 사운드로 특징지워져 혼란스런 시국에 비춰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연주를 들려줬다. 그해 8월말 정명훈 지휘 라스칼라 오케스트라가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스타일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흐트러지지 않는 일관된 고결한 연주에 많이 닮아 있었던 연주였다.

예전 서울시향의 쌍두 수석객원지휘자의 한명인 티에르 피셔가 지휘봉을 잡은 20171221일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연주는 지나치리 만큼 냉정한 지휘를 펼친 피셔의 스타일에 많이 좌우돼 그해만큼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깔끔하고 정련된 적은 없었던 베토벤 교향곡 9합창으로 기억되며 또 한명의 수석객원지휘자였던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의 서울시향 합창교향곡 연주는 '이토록 현대적인 베토벤이라니...'하는 감탄을 불러올만한 빠른 템포의 경쾌한 발놀림, 보다 가볍고 탈권위적이며 명랑한 희망에 가까운 마르쿠스 슈텐츠식의 합창교향곡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얍 판 츠베덴의 올해 서울시향과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연주는 예전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의 빠른 템포를 연상케하는 정제된 베토벤 합창곡 연주였다는 점외에도 마에스트로 상임지휘자로의 연말 송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지휘의 포디엄으로의 전환과 비중이 오버랩된 무대였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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