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정부가 물가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내수 살리기에 중점을 둔 혁신적 역동 경제 구현을 목표로 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특히 내수 회복과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혁파와 감세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여전히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감안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2%, 물가 상승률을 2.6%로 내다보고 속전속결 ‘내수 활성화’로 재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 선 한국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복안이 담겨있다. 지난 1월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민생 챙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경제정책방향 자료의 타이틀부터 ‘활력있는 민생경제’인 것은 이를 웅변하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2.2%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 1.4%(추정)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것이 2.2% 전망의 근거다. 지난해 3.6%나 오른 물가도 올해는 2.6%로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수출은 개선되고 있다지만 문제는 내수에 달려있다. 고금리로 쓸 돈이 준 탓에 민간 소비 증가는 지난해 1.8%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는 아예 1.2%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과 내수를 살리기 위해 물가 관리와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을 찍은 것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일반 연구개발(R & 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0%포인트씩 상향하고 지난해 도입한 시설 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2월까지 1년 연장하는 등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이 대거 담겼다.

역대 최대 규모인 52조 원의 시설 투자 자금 공급과 355조 원의 무역금융 계획도 포함됐다. 과일값 안정을 위해 관세를 낮춰 수입을 유도하고, 1분기 중 영세 소상공인 126만 명을 대상으로 업체당 20만 원씩 총 2,520억 원의 전기료 감면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상생금융 및 재정지원을 통한 2조 3,000억 원 이상 규모의 자금이 투입하기로 한 대목도 주목된다.

하지만, 지난해 젊은 층의 영끌 매수를 부추긴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는데도 보금자리론을 계속 공급하고, 다시 연 1%대 금리의 파격적 조건으로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이목을 끈 신생아특례대출 등을 통해 주택 구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사상 최대 1,875조 6,000억 원(지난해 3분기 가계 신용)의 가계 빚을 줄여야 할 정부가 더 늘리는 정책을 쓰는 것은 곤란하다.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지 않은 등록임대사업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주택을 팔 수 있게 하고, LH가 1만 호 이상 매입하도록 한 것도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임차인이 거주 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키로 한 것도 결국 집을 또 사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에 집을 한 채 더 사더라도 다주택자로 보지 않고 1주택자로 간주하는‘세컨드 홈(Second home│별장처럼 쓰는 두 번째 집)’ 정책이 수도권 일부와 광역시 지역을 포함해 최대한 폭넓게 적용해주는 등 인구 대책까지 부동산 연착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한 해 우리는 가라앉은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민생경제에 불을 지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의 몸피를 키워 민생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만 한다. 그런데도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청사진과 로드맵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0%나 줄어든 반면 수입은 소폭 감소, 중국과의 교역에서만 180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31년 만에 처음이다. 2018년 556억 달러에 이르던 흑자 규모가 쪼그라들더니 지난해에는 전체 무역 적자 99억 7,000만 달러로의 1.8배인 180억 달러나 적자를 본 것이다.

게다가 주변 경쟁국이 모두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추격에 나선 상황에도 절박함을 느낄 수 없다. 제조업과 수출 주도의 성장이 한계인 상황에서 15~64세인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 등에 따른 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아쉬움이 남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지도 답이 안 보인다. 이 정도 경제정책으로 과연 높아만 가는 글로벌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업무보고에서 “결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민생을 알뜰하게 챙겨야 한다.”라고 지적한 만큼 경제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세밀하게 살피고,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속성이 있는 만큼 유통 과정에서 경쟁 제한적 요소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즉각 즉각 개선해야 한다.

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물가 안정 없이는 금리 인하 등 민생의 숨통을 틔울 방법이 없음을 명찰하고, 가계 빚의 이자 부담은 고물가처럼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는 사실도 각별 유념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경제의 역동성을 끌어올릴 처방전과 정책을 총동원해 물가를 잡고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입 과일 관세 인하, 카드 사용액이 전년보다 5% 이상 증가하는 경우 해당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소득공제를 해주고 상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선 20%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 노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는 경우 개별 소비세율을 한시적으로 70% 낮춰주는 노후 차량 교체 지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추가 지원 등 내수 진작책 역시 조기 시행이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지만 정책은 타이밍이다. 실기(失期)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의하면 경제 전문가들은 ‘2024년 경제 키워드’로 ‘용문점액(龍門點額)’을 꼽았다. 용문점액은 물고기가 급류를 힘차게 타고 협곡을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승천하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머리를 부딪쳐 이마에 상처가 난 채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중국 전설이다. 푸른 청룡의 해인 올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미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녹여 담은 새해 경제 운용 전략이 순조롭게 잘 실행으로 옮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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