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지난해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3.7%로 2009년 93.1%로 집계된 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1%로 집계된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주택보급률이 3년 연속 하락했다. 이는 1인 가구(家口) 분화(分化) 등에 따른 가구 수 증가를 완충할 정도의 주택 수가 늘어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작은 불씨에도 집값이 꿈틀거릴 수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98.6%), 인천(97.9%), 대전(97.2%)의 주택보급률도 10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변화 추이 반영한 실질적 주택 수요에 상응하도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난 1월 23일 통계청의 ‘신주택 보급률’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9년 96.0%에서 2020년 94.9%, 2021년 94.2%, 2022년 93.7%로 하락했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누고 여기에다 100을 곱한 값이다. 2022년 말 기준 서울 가구 수는 409만 8,800가구인데, 주택 수는 383만 9,800채에 그쳤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25만 9,000채나 부족한 셈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09년을 기점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2017년 96.3%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서울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가구 분화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게다가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없는 데다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이 주춤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전국 주택보급률도 2010년 100.5%부터 2019년 104.8%까지 꾸준히 올랐지만 2020년 103.6%에 이어 2022년 102.1%까지 3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주목할 점은 주택보급률 100% 미만인 곳이 4곳으로 늘어난 점이다. 2019년만 해도 서울 외엔 없었는데, 경기와 인천, 그리고 대전이 합류했다. 대도시에 적절한 규모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른 지방 광역시·도의 보급률도 줄줄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지방권 평균 주택보급률은 2019년 110.1%에서 2020년 108.9%에 이어 2021년 107.4%까지 하락했다가 2022년 107.5%로 정체됐다. 이렇듯 주택보급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다. 2015년도 서울 인구는 1,002만 명에서 2022년에는 943만 명으로 5.9%인 59만 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구 수는 378만 가구에서 410만 가구로 8.5%인 32만 가구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서울에서만 1인 가구가 112만 가구에서 156만 가구로 39.3%인 44만 가구나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 수는 378만 호에서 384만 호로 겨우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인구가 줄면 집이 남아 집값도 내려갈 것”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대세 하락론’이 먹혀들지 않는 탓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가구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1인 가구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놓친 것이다. 주택의 수요는 단순한 ‘인구의 증감’이 아니라, 집에서 거주하는 단위인 ‘가구의 증감’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인구 감소에 비춰 공급이 충분하다고 오판하다가 2021년에 이르러서야 “가구 분화 가속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라며 공급 부족임을 인정한 바 있다. 게다가 실제 주택보급률은 통계치를 훨씬 하회(下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보급률 통계 산정방식은 주택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가구주택이나 원룸 방을 쪼갠 쪽방, 그리고 반지하 및 지하 주택도 포함되고 있어 체감하는 주택보급률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나면서 당분간은 가구 수도 줄지 않고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큰 데다 더는 집 지을 땅조차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재건축ㆍ재개발마저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급속히 쪼개지고 분화하는 가구 변화에 필요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행 산정방식으로 보급률 100%가 안 되는 지역은 주택 공급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2%로 처음 30%대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무려 34%에 달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도 감소해, 주택보급률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지만 인구 감소에도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구 수 증가 속도가 주택 공급 속도를 앞질러 주택보급률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통 3인 이상 가구를 위해 설계된 아파트 이외에 1인용 소형 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주택보급률을 107~111% 사이에서 관리하고 있고 일본도 1990년대 중반 이후 1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인구의 증감’보다 ‘가구의 증감’ 추이를 고려한 주택 공급 대책을 추진하되, 주택보급률 제고 대책도 집값 안정선 100% 달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100%를 넘어 잉여분의 주택 재고까지 초과 공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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