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관고고학', 학문을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인간의 흔적과 역사가 만들어 있는 장소의 아름다움
전영옥 작가, '나의 작업은 고전을 미학적 세계로 끌어올리는 것'

사진=아르띠앙 서울 제공 / 아르띠앙 서울, 전영옥 작가 개인전 '2024 경관고고학 개최'... 옛 도시 모습 예술로 녹였다
사진=아르띠앙 서울 제공 / 아르띠앙 서울, 전영옥 작가 개인전 '2024 경관고고학 개최'... 옛 도시 모습 예술로 녹였다

[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아르띠앙 서울 갤러리에서 전영옥 개인전 '2024 경관고고학'을 개최했다. 전시 '2024 경관고고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흔적과 역사가 묻어있는 장소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며 작가만의 고찰을 통해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전영옥 작가가 '경관고고학'을 주제로 선보이는 개인전은 2021년 경인미술관 전시 이후 두 번째다. 전 작가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된 '2022 브리즈 아트페어'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브리즈 아트페어는 포트폴리오와 대면 인터뷰까지의 과정으로 지원자를 선발했다. 전 작가는 지원자 660명 가운데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예술가 100명만 선발하는 아트 페어에 참여했다. 

아르띠앙 서울의 2024년 1월 마지막 개인전을 연 전영옥 작가는 본래 고고학과 미술사를 수학했다. 전 작가의 연구 분야와 이번 전시가 가지는 관계성은 다른 개인전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다.

전 작가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과 역사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이에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나가다, 실제로 손에 만져지는 것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진로를 바꾸었다.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도시의 환경을 직접 만들어 나가는 조경학과 도시 계획학 등으로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다. 뒤이어 동대학원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도시환경분야 현장과 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나갔다. 

연구 중에도 그림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왔던 많은 경험들을 내면화해 캔버스 위에 '작품으로서' 완성시키고자 했다. 전 작가는 "동서양 도시문화에 대한 역사적 지식, 조형 감각, 실제적인 것에 대한 추구가 합쳐져 그림 작가로서 오늘의 내가 됐다"고 전했다. 

전시의 기둥이 되는 '경관고고학'이라는 연구 주제는 전 작가의 오랜 숙원 과제로 남아있다. 경관고고학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한 시점의 도시경관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재현해 내는 과정이자 학문이다. 고고학뿐만 아니라 서지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경관고고학은 도시역사의 한 부분에도 포함될 수 있다. 

옛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과 고회화(옛그림), 고지도(옛지도)를 중심에 두고 당시 도시 모습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소상히 분석하는 것이 바로 이 학문의 정수다. 전 작가는 이러한 연구를 전개하며 쌓아온 경험들을 책자 '조선시대 도시조경론'에 녹여내기도 했다. 

사진=아르띠앙 서울 제공 / 아르띠앙 서울, 전영옥 작가 개인전 '2024 경관고고학 개최'... 옛 도시 모습 예술로 녹였다
사진=아르띠앙 서울 제공 / 아르띠앙 서울, 전영옥 작가 개인전 '2024 경관고고학 개최'... 옛 도시 모습 예술로 녹였다

전영옥 작가는 경관고고학을 '학문'에서 더 나아가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 작가는 사람들이 도시경관을 '나무 한 그루', '인도 위 벽돌 하나'처럼 분리해서 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인식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예술의 근본이 되는 질문인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즈음, 이러한 통합적으로 인식은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영옥 작가에 따르면, '발굴'이라는 개념은 단절된 시간과 물질을 발견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 발굴은 땅 위의 모습과 단절된 채로 땅 속에 파묻힌 도시유적을 보기 위해 덮인 흙들을 치워내는 작업이다. 과거의 경관은 돌의 흔적으로만 나타나겠지만, 과학적 추정과 문학적 상상력을 조화시켜 작가 만의 가상 세계를 만들어낸다. 

전 작가는 "내 그림을 보고 그 자체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껴도 좋고, 도시를 구성하는 도로망을 알아내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각자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며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앞으로 나의 작업은 고착화된 고전이 아닌 고전을 태동시킨 장소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재해석하여, 현재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미학적 세계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아르띠앙 서울과 전 작가의 인연은 전 작가가 갤러리 공모전에 참여하며 시작됐다. 아르띠앙 서울은 깊이있는 작품으로 갤러리를 매료시킨 전 작가의 '경관고고학'으로 관람객이 미학을 탐구하는 시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르띠앙 서울 관계자는 "관람객에게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어렵지 않은 방향으로 우리들의 일상속에 숨쉬고 느끼는 것들이 잘 표현되도록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관람객들이 예술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르띠앙 서울만이 추구하는 가치다"라고 전했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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